한때 환갑(만 60세)은 장수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칠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건강한 여가생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주거지 가까이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육센터는 건강을 유지하고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생활체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지역별 체육센터 건립이 본격화되었다. 2003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체육센터를 건립·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운영 방식이 민간 위탁으로 확대되었고,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체육센터’라는 개념이 정착되었다. 현재 체육센터는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문화·복지·건강 증진을 위한 다목적 시설로 발전하며 시민 삶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많은 체육센터가 고위관리직의 무관심한 운영 방식과 예산 부족, 낡은 시설 문제 등으로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 사하국민체육센터의 전 센터장 횡령사건(2010년)을 비롯해 남구국민체육센터는 지난해 2관 시공사의 돌연 잠적으로 공사 대금 미지급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운대의 부산사회체육센터(SAVA) 유아체능단도 지난해 노후화된 시설 보수공사로 인해 수영장과 함께 운영이 중단됐다. 수영장은 다음 달 재개장을 앞두고 있으나 공사가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여러 체육센터의 운영상 문제는 단순한 시설 노후화나 공사 지연을 넘어, 고위관리직과의 소통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실질적인 관리자조차 운영과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도 지속적으로 거론되지만 개선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강사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결국 시민이 양질의 체육 서비스를 누리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제 체육센터는 단순한 건강 증진 시설을 넘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체육시설로 거듭나야 한다. 일본은 지역과 연계된 ‘평생 체육’ 개념을 도입,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이 지속해서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공 체육시설은 지자체가 관리하며, 학교 체육시설 또한 방과 후 주민들에게 개방된다.

미국의 경우 19세기 후반 공원의 발달과 함께 사회체육이 시작되었으며, 뉴욕 센트럴파크(1853년)는 모든 공공 공원의 모델이 되었다. 이후 미국은 공공사업촉진국(WPA) 등을 통해 공공 체육시설을 확충하고, 지역 사회가 공원과 학교 체육시설을 개방해 체육시설을 유지하면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에서는 체육시설을 공공복지의 핵심으로 간주하며, 지역마다 균형적인 시설 배치가 이루어지고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예산 지원이 보장된다. 덕분에 시민은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반면, 부산을 포함한 한국의 공공 체육시설 운영은 행정 편의와 예산 논리에 갇혀 있다. 체육시설이 특정 지역에만 몰려 있다거나, 관리 부실로 오히려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는 곳도 많다. 사회체육은 국민 복지를 위한 필수 정책이어야 하지만, 현재의 운영 방식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산 투명성 확보 및 공사 관리 감독 강화 ▷체계적인 유지보수 계획 도입 ▷강사 처우 개선 및 체육시설의 사회적 역할 강화 ▷시민 의견 반영 시스템 도입 등이다.

체육센터는 시민이 신체 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공공시설이다. 이러한 공간은 단순한 운동 장소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건강 증진과 지역 주민들의 교류, 복지를 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부담 없는 비용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을 투명하게 사용하고, 시설 운영을 시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시민 또한 공공 체육시설 운영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