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협상용’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맞다. 트럼프는 확신범이 아니다. 대의명분을 위해 확실한 이익을 포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관된 모습 하나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바로 ‘중국 죽이기’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 해당국 국민은 분노했다. 최고 우방국에 가장 먼저 관세를 부과하다니!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중국이 있었다. 지금 캐나다에는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막대한 차이나 머니가 캐나다를 집어삼키고 있다. 세간에선 트럼프가 캐나다 관세로 불법 이민자 추방 협상에 활용했다고 분석한다. 맞다. 하지만 하나 더 있다. 중국을 막는 것이다. 가령 캐나다는 미국에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한다. 그런데 이 철강들은 중국 거다. 중국 자본이 캐나다로 들어와 ‘무관세’ 혜택을 이용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거다. 멕시코도 비슷하다. 펜타닐이란 마약 이슈도 있지만 ‘메이드 인 멕시코’ 이면에는 중국 자본이 숨어 있다. 트럼프는 여기까지 보고 있다.
‘파나마 운하’도 유사하다.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했을 때 세간에선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역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2018년 파나마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친중 세력이 파나마 정치권을 장악했고 막대한 차이나 머니의 투자를 받았다. 파나마 운하 5개 항구 중 알짜 2개는 홍콩계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걸 보고 파나마를 압박했고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파나마 정부는 홍콩계 기업 항구 운영권을 해지하고 미국 정부 소유 선박에 대해 통행료 면제를 제시했다.
당초 ‘관세맨’ 트럼프는 자신의 관세정책에 대항할 경우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천명하자, 지난 10일부터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15%의 맞대응을 했다. 아직 트럼프의 입장 표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분명 트럼프는 참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트럼프의 최종목표는 ‘위안화 절상’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건 마치 1985년 ‘플라자 합의’와 비슷한 구도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일본과 독일의 통화를 인위적으로 절상시킨 것인데, 결국 일본을 ‘잃어버린 30년’에 빠뜨린 ‘카운터 펀치’가 됐다. 당시 엔화가 1년도 안 돼 달러 대비 2배 넘게 강해지자 일본인들은 가만히 앉아 재산이 2배가 됐고 세계 여행을 떠나고 주식과 부동산은 폭등하고 흥청망청댔다. 미국은 일본에 ‘엔화절상’이란 버블폭탄을 심은 것이었다. 결국 이 폭탄은 터졌고 자산시장 대폭락과 함께 일본 경제는 침몰했다. ‘위안화 절상’도 비슷하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제2의 플라자 합의’ ‘마러라고 합의’ 등 트럼프와 시진핑의 ‘위안화 절상’ 타협안을 부추기고 있다. 시진핑 입장에서도 받을 만한 카드이다. 지금 중국 내수는 최악이다. 부동산이 초토화되면서 인민들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안화가 절상되면 수출은 힘들어져도 내수는 숨통이 트인다. 그렇지만 중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게 미국이 투여하는 버블의 ‘쥐약’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만 중국 입장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 게다가 상대는 트럼프다.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통해 희토류 장기공급까지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이라는 최고의 보복카드도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 중국은 속절없이 당하고 있을까. 아니다. 그래서 중국은 금을 사재기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을 당할 경우 오히려 기축통화 대열에 들어가는 기회로 삼으려는 포석이다. 요즘 금값이 인류역사상 최고치를 찍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 불확실성 때문에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서라고 한다. 이것도 맞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과 브릭스 국가들의 금 사재기가 숨어 있다.
중국은 트럼프가 기승을 부리는 2년 정도만 버티면 된다. 그러면서 금이라는 담보물과 함께 ‘달러패권’에 대한 도전을 기획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선 위안화 절상은 원화절상으로 이어진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원화약세가 아니라 ‘원화강세’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이 경우 주식시장에는 엄청난 거품이 낄 것이고 “내수가 이렇게 나쁜데 증시는 왜 올라?” 이런 의문이 속출할 수 있겠다. 올 상반기, 중국을 노리는 트럼프의 압박카드를 계속 추적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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