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벌써 한 달 넘게 흘렀지만, 올해 목표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 탓이기도 했겠고 혼란스러운 시국 때문이기도 했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목표를 세운다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진다. 카페 운영이라면 단골 고객 유치나 월 매출 증가라든지, 배급이라면 영화 수급 혹은 개봉 관객수 확보 같은 목표를 세울 수 있겠다. 하지만 ‘나’라는 개인의 삶에는 무엇이 남을까. 영어 회화 정복? 다이어트? 목돈 모으기? 그렇게 한 해를 살아볼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도 이내 공허해지고 만다. 어쩌면 그것들은 달성하고 나면 그 소명을 다하는 종류의 것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9월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의 수업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부산외국어대의 글로컬 마케터 프로그램은 지역 기업의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진출시키는 실무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벌써 3기째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먼저 로컬 기업의 제품을 어떤 나라의 어느 도시에 소개할지를 정한 뒤, 해당 시장에 맞는 전략을 기획한다. 이후 실제로 해외로 나가 바이어와 미팅을 하거나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해보며 경험을 쌓는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직접 실행하며 실무 경험을 해보는 것이 내가 이해한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이번 3기에서는 15개 팀이 호주 캐나다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두바이 등 여러 국가와 도시로 진출해, 부산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고 현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활동을 펼쳤다. 수업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지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 과정에서 만난, 흔히 Z세대로 대변되곤 하는 20대 청년들의 모습이었다.
MZ세대는 언제부턴가 풍자의 대상이 된 것 같다. 각종 매체의 콘텐츠에서 MZ세대는 조화로운 집단에서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는 존재로 묘사되기 일쑤다. 특히 사무실에서 에어팟을 착용하거나 기성세대와 다른 업무 방식을 보이는 모습은 종종 과장되고 희화화되어 ‘책임감 없는 욜로(YOLO) 세대’ ‘일하기 싫어하는 이기적인 세대’ 같은 이미지로 소비되는 중이다. 그리고 그런 풍자는 해당 콘텐츠들의 높은 조회수로 알 수 있듯이 대중에게도 꽤 잘 먹힌다. 그래서 미디어는 이들에 관한 보다 깊은 이해 없이 표면적으로 자극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기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에게서 보여지는 모습이 ‘무책임’이라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세대와는 다른 곳에 그들의 지향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흔히 ‘꿈’ 하면 의사 변호사 공무원처럼 특정 직업이나 분야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을 이루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20대 친구들에게 꿈에 대해 묻자 사뭇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50세 전에 은퇴하고 가족과 여행하며 사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 이렇듯 꿈이 뭐냐는 질문에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삶의 항상적이고 지속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며 직업은 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든지 크게 상관이 없다고도 했다. 이들에게 있어 목표는 ‘도달할 지점’이 아니라 유지해야 하는 ‘삶의 방식’과 ‘행복의 형태’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게 기성 세대의 방식과는 다른 형태를 보일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그들 앞에서 꿈이 뭐냐는 질문이 무색해진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누군가 “올해 목표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꿈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루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는 태도처럼. 우리 회사의 목표도 사실은 그래야 할 것 같다.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한 해를 만드는 것. 아마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벌어야겠기에 결국 똑같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는 있겠지만, 다른 지향점이 큰 차이를 낳을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는 일단 그렇게 시작해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