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배추농사와 의료산업

이상찬 세화병원장

  • 이상찬 세화병원장
  •  |   입력 : 2025-02-02 18:43:37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배추 농사를 아무리 열심히 지어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루트가 없으면 수확한 배추는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생산한 배추를 소비자에게 판매를 연결해 주는 중간상인 업자가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최근에 “세상에 태어나 꽃이 되어라”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생산자인 나는 열심히 일만 했으나 나에게 떨어지는 이익금보다 중간 업자인 출판업자와 서점의 이익금이 훨씬 많이 발생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는 생산자를 직접 찾아서 거래하는 구조였다. 택시를 타려는 소비자는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서 생산자인 지나가는 택시를 직접 잡아서 탔다. 소비자인 손님은 생산자인 음식점에 직접 방문해 음식을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소비자는 시장에 가서 장을 직접 보았고 상점에 가서 내가 상품을 직접 보고 샀다. 가게에서 직접 사 온 생수를 무겁게 집으로 들고 가는 일도 흔했다. 이와 같이 소비자는 생산자를 직접 만나 직거래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소비자가 생산자를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중간 IT매체를 통해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소비자는 ‘카카오 앱’을 통해 택시를 타게 되었고 ‘배달의 민족’을 통해 음식을 먹게 되었고 ‘쿠팡’을 통해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무거운 생수 한 박스가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는 시대가 열렸다. 배추 농사를 하면서 생산자가 중간 상인에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시키는 중간 IT 플랫폼을 가진 업체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중간 IT 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상을 재편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중간 IT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IT 기업에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어 새로운 독점의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 생산자인 배추 농사꾼이 중간 상인을 피하려다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유통구조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인 환자는 생산자인 병원에 방문해 직접 의사를 만나 진료받은 후 진단과 처방을 통해 질병을 치료해 왔다. 생산자인 병원의 의사는 자신의 의학 지식과 임상경험, 그리고 환자의 증상과 검사한 결과인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인 환자의 질병을 치료했다. 하지만 4차 산업시대인 AI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동안 병원이 독점해 온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의 데이터가 AI를 탑재한 중간 IT 매체와 공유된다면 환자의 진료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우려스럽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라는 데이터를 쿠팡과 같은 중간 IT매체에 입력해 물품을 구입하듯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자신의 증상과 검사 결과라는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가진 중간 IT 매체에 입력해 진단과 처방을 받으면 전통적인 의료현실에 커다란 변화가 닥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생산자에게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

똑같은 증상이 있어도 질병의 원인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므로 진단과 치료가 똑같을 수는 없으며 환자마다 예측 못하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의학지식이라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이 있어도 더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이며 사람마다 예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미리 예측하는 의사만의 임상경험이다.

청진기 하나로만 진료하면서 명의라는 명성을 떨친 시대도 있었다. MRI로 온몸을 스캔하고 방대한 의학지식의 데이터가 저장된 인공지능의 조언을 참고해 사람마다의 임상경험을 갖춘 의사가 진단과 치료방침을 최종 결정하면 의학은 더 발전할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중간 IT 플랫폼 기업이 생산적인 조화를 이루게 된다면 아직 경험하지 못한21세기 AI시대를 맞이해 더 좋은 세상으로 진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황금의 시대(Golden Age)에 들어가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7. 7“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0. 10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6. 6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특검, '이의제기 없는 투표지'도 현 상태 보전 요청.. "추후 검증에 대비"
  10. 10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3. 3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8. 8강서구, 부산시와 명지소각장 폐쇄 협약 체결
  9. 9‘국힘 397억 원’ 달린 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생중계
  10. 10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