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계산도 있는 모양이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퐁피두 부산분관 건축비를 1200억~1300억 원으로 예상한다.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가 밝힌 비밀협정서에 의하면 ‘이 공간을 퐁피두가 5년간 점유’한다. 또 있다. ‘국내외 타 문화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부여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보험과 운송의 해당 요소에는 퐁피두센터의 전문가들, 사업관리팀, 작품 운송을 관할하는 운송업체의 업무를 위해 퐁피두센터에서 발생하는 지출 및 비용이 포함된다. 이에 대한 지불은 부산시가 부담한다’ ‘사업의 기본 틀 내에서 두 당사자는 부산시가 세금을 제외하고 400만 유로(약 60억 원)를 매년 퐁피두센터에 지불하는 것에 동의한다’. 우리가 우리 땅에 우리 예산으로 지은 공간에 ‘퐁피두 부산분관’이라는 이름을 차용하는 대가로 지불해야 할 내용의 일부다.
부산시가 감당할 세금을 제외하고도 매년 400만 유로와 전시를 위한 실질적인 부대비용, 공간 운용 및 인건비 등도 부산시가 지불해야 한다. 우리 수익을 ‘연간 46만 명이 방문해 입장료 등으로 수익을 50억 원’으로 추계한다. 그 예상수익이 달성된다 하더라도 수익금 전액을 퐁피두로 보내도 모자랄 지경이다.
퐁피두 분관 건립과 운용자금을 부담하고 수익금마저 다 주는 셈인데도 전시 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말하자면 우리가 모든 것을 준비하고 필요한 경비전액을 부담할 터이니 제발 분관을 짓게 해달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지난 16일 ‘퐁피두 부산분관 유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시민 대토론회에 참석해 얻은 내용이다. MOU 단계이지만 협정 내용에 참을 수 없는 모멸감으로 말문이 막혔다.
또 하나 보존녹지지역인 이기대 공원 안에 프랑스라는 특정 국가의 이미지가 견고하게 구축된 ‘퐁피두’라는 건물이 턱 하니 세워진다. 온갖 외국인들이 방문할 것이고 국내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부산의 명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일견 그럴 듯하다. 미술관인지 아트센터인지조차 불분명하지만 이왕에 건립한 건물과 장소가 이런 환호를 받는다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퐁피두’라는 이름을 빌린 이 장소는 대중적 환호에 비례해서 끊임없이 결핍을 강요하면서 소비될 것이다. 우리 것이 아니면서 세계적이라는 주장은 그저 텅 빈 결핍을 노골화하는 것이고, 결핍을 허영으로 채울 것을 끊임없이 강요할 것이다. 그 영향이 클수록, 많은 사람에게 각인될수록 문화종속은 견고해질 것이고 상품으로 허영으로 소비될 것이다. 세계적이라는 허상의 이미지로 이기대 위에 턱 하니 버티고 선 ‘퐁피두 부산분관’은 두고두고 서구의 욕망을 우리의 욕망으로 전치하면서 우리가 욕망하지 않은 것을 욕망하게 내재화해서 잘못된 결핍을 끊임없이 재창조하지 않을까? 현실적 계산 역시 어처구니없지만 정작 우리가 깊이 걱정해야 할 일이다.
퐁피두 부산분관을 추진하는 부산시는 ‘퐁피두’라는 욕망이 불러올 결핍의 내재화라는 문화적 왜곡에 대해서는 느낌조차 없는 것일까. 부산시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 사람, 한국의 공무원, 부산 사람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