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교통카드라고?” 몇년 전 부산을 찾은 싱가포르 지인은 거울 겸용으로 쓸 수 있는 병뚜껑 크기의 도시철도 교통카드를 보고 참 신기해 했다. 1998년 부산이 전국 최초로 도입한 교통카드가 지난 30여년간 업그레이드를 반복한 결과다. 호주에서 나고 자란 한 교포는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도시철도를 타고 해운대 광안리 다대포 등 해수욕장으로 곧장 갈 수 있다는데 감탄했다. 도시철도가 운행되는 서울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어디서도 바다로 직행하는 도시철도는 없다. 3호선은 낙동강을 가로지른다.
십수년 전 부산 모 대학교에서 도시철도 역명을 자기 학교명으로 바꿔주면 50억 원을 내겠다고 부산교통공사에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 기존 역명 옆에 기관이나 상호명을 병기하는데 지불하는 수수료가 연 5000만~1억 원 수준이었으니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었던 셈이다. 도시철도 역명의 홍보 효과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다. 도시철도 역 단위로 집계되는 유동인구는 부산의 핫플레이스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과거엔 유흥가가 밀집한 1호선 서면역이나 1·3호선 연산역이 압도적이었으나 최근엔 하단역 사상역 덕천역이 상당히 치고 올라왔다.
부산 도시철도가 올해로 개통 40주년을 맞았다. 1985년 7월 19일 부산진구 범내골에서 금정구 범어사까지 1호선이 개통한 이후 노선은 4개 , 역사는 114개, 길이는 115.2㎞로 불어났다. 첫해 10만 명에 그쳤던 하루 수송 인원은 83만 명으로 8배가 됐다. 현재 부산 노포~양산 북정, 사상~하단 구간 공사가 한창이고, 북항 재개발에 따른 C베이-파크선을 비롯해 송도선 영도선 강서선 등도 계획되어 있다. 도시철도 역사가 부산보다 11년 앞선 서울만큼은 아니라도 조만간 거미줄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교통망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서울 인천 경기권 도시철도나 광역급행철도(GTX)에 비해 확충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고, 무임승차 손실로 인한 만성적인 적자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난제로 꼽히기는 한다. 그러나 공공재의 공익적 역할에 관한 시민적 바람이 부산 도시철도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도시철도 운행이 중단되기라도 하면 도시는 사실상 패닉에 빠진다. 이제 도시철도가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산과 바다, 강이 있는 부산의 특성을 살려 국철 도시철도와 연계되는 관광상품이라도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