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해도 임금 인상과 성과급 잔치를 이어간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 현상에 따른 경기 한파가 심각한데도 은행들이 지난해보다 임금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며 수익 나눠먹기에 바쁘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이 임금·단체협약을 한 결과,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으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높은 2.8%로 결정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NH농협은행은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은 국민은행 노조는 성과급으로 통상임금 300%와 1000만 원을 요구하며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데 파업 운운하는 모습에 박탈감을 느끼는 서민이 많다.

경기 침체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은행은 성과급 잔치에 바빠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은행 거래를 하는 모습. 아이클릭아트 제공.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 누적 순익은 11조7883억 원으로 전년 동기(11조3282억 원)보다 4.06%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으나 은행들의 예대 마진이 확대되면서 순익이 늘어났다. 가계 대출을 억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 가산금리는 수차례 올렸으나 수신금리는 내렸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하겠으나 공감하기 힘들다. 특별한 금융기법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아니라 한국은행 금리 정책과 금융당국 부채 관리의 결과물이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손 쉽게 돈을 벌어 성과급을 나눠주는 행태를 벌인 게 한해 두해가 아니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설립할 수 있어 은행간 경쟁이 제한적이다. 과거 은행이 경영 위기를 맞을 때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렸다. 은행들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거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개발하지 않는 이유다. 대출 증가를 막으려고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올리는 상황을 눈감아 준 금융당국 책임도 크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각종 경제 지표가 하락하고 내수 시장은 꽁꽁 얼었다. 지난해 칼국수, 구내 식당비 등 대부분 외식물가가 올라 서민은 점심값 걱정에 내몰리는 판이다. 연간 소득 전부를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는 가계대출자 규모가 150만 명이 넘는다. 여기저기서 먹고 살기 어렵다는 곡소리가 나오는 데 은행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가계 이자 부담이 줄지 않아 서민·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진 서민이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 시장 회복은 요원해졌다. 금융당국은 은행 예대 금리 산정과 운용 과정 전반을 살펴 부당한 이익을 줄이도록 감독해야 한다. 은행들도 경쟁력 제고로 비이자 수익을 확충하고 서민과 취약계층을 돕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