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2023년 7월 발생한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기록의 민간경찰 이첩을 중단하라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항명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상관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채 상병 사건 외압설의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야 할 때가 됐다.
 |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항명 혐의를 판단함에 있어 군사법원은 지휘감독권자인 김 전 해병대사령관이 박 전 단장에게 명확한 이첩 보류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봤다. 김 전 사령관이 박 전 단장에게 이첩 보류를 개별·구체적으로 명령하지 않고, 박 전 단장을 포함한 사령부 부하들과 함께 기록 이첩 시기와 방법을 두고 회의·토의만 했다는 사실만 인정했다. 또 수사단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고 나서 중단하라고 한 것은 관련 법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 중단을 명령할 권한이 사령관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22년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인 사망사건은 군사경찰이 아닌 민간경찰이 수사하고 민간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재판부는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 전 단장 발언이 명예훼손으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 외압설의 진위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를 입증할 만한 군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압설이라고 볼 여지를 남겼다. 사령관이 장관 지시라며 이첩 중단을 명령했고, 장관은 채 상병 사건 인계서의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 지시한 것으로 보여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령관이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을 하게 된 동기와 목적, 국방장관 지시 의도·방법 등에 비춰볼 때 수사단의 조사 내용을 수정하려는 시도가 정당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사건 처리를 두고 수사권이 없는 해병대수사단이 혐의자를 너무 많이 만들었다며 이 전 장관을 질책한 적이 있다. 대통령실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적법한 지시라고 주장했다. 외압 관련 정황은 많은데 구체적 사실은 부족하다.
이제 공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어갔다. 공수처는 1년4개월이 넘도록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외압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수사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박 전 단장이 무죄 선고를 받은 만큼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를 핑계대선 안된다. 언제까지 인력 부족 탓만 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