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3일,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 4550명이 되면서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벌써 걱정이 많다. 노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인용되는 통계가 빈곤율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3년 기준, 시장소득 기준 55.5%(처분가능소득 기준 38.2%)이다. 이는 65세 이상 인구의 55.5%의 시장소득이 중위소득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 세대는 일자리 부족과 세대 내 심각한 임금 격차 문제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는 다소 구조적이다. 대량 고용을 가능하게 했던 제조업과 같은 전통 산업의 쇠퇴, 플랫폼노동 등 비정형 노동의 증가, 그리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고용시장 등은 청년들의 고용 사정을 어둡게 하는 요인들이다. 전체 실업자의 절반 이상이 청년 실업자라는 상황은 이런 요인들이 초래한 양상이다.

청년과 노인이 겪는 이런 어려움은 세대 간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 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경영계가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주요한 논거가 되기도 한다. 사회에 첫발을 들이는 청년 세대와 점차 늘어나는 노인 세대 간에 소위 제로섬게임을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는 좀 더 근본적인 측면을 볼 것을 제안한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통해 이 문제의 내면을 조금 엿볼 수 있다.

지난 17년간 전체 근로자의 월임금총액은 75.9% 상승했다. 29세 이하 청년 세대가 가장 많이 오른 79% 상승으로 258만 원을, 60세 이상 노인 세대가 가장 낮은 71.5% 상승한 261만 원을 받는다.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서 보면 새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청년 세대의 경우 17년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은 각각 94.6%와 59.0% 상승했다. 지나치게 큰 격차다. 결과적으로 청년 세대 정규직의 임금은 154만 원이 오른 월 317만 원인 반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55만 원이 오른 월 148만 원에 그친다. 따라서 청년 세대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비율도 매우 낮아졌다. 2006년에 이 비율은 57.2%였다. 이는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46.8%로 줄어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청년 세대가 분배 구조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지난해 8월 기준, 20대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43.1%인 146만 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다. 29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5.5%로 22만3000명이다.

지난해 7월 기준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의 수는 44만 명으로, 이는 전체 청년 인구의 5.4%에 해당한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청년 비정규직의 비정상적인 증가와 근로조건 악화, 높은 청년실업률, 그리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의 증가, 이 모든 것은 분배 구조에서 배제되는 청년 세대에게 닥친 불행한 현실이다.

노인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8월 기준, 60세 이상 노인 가운데 14만5000명이 실업자이고 110만 명이 ‘쉬었다’. 이들 역시 녹록지 않은 삶을 견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와 보살핌이 모두 없는 노인의 빈곤은 인간 존엄을 해치는 요인이다. 청년 세대와 달리 노인 세대의 빈곤은 일자리와 복지가 함께 메워야 할 대상이다. 다행인 것은, 노인 세대의 학력이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고, 숙련이라는 측면에서 노인 세대의 경험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노인 세대는 일과 여가의 비중이 달라지는 세대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되 그 빈자리는 복지가 채울 필요가 있다. 그만큼 청년 세대 고용 여력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청년 세대는 상황이 다르다. 이들에게는 삶의 전망을 채울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 일자리 문제가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윈윈게임이 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일,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