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 6당이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헌정을 유린한 행위라고 본 것이다. 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야당 의원 191명 전원이 참여했다. 5일 본회의에 보고되면 6, 7일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계엄 선포는 실질 요건을 갖추지 않은 불법이자 위헌”이라고 비판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위헌 위법한 일”이라며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탈당, 내각 총사퇴, 국방장관 해임 등을 논의해 조만간 결론낼 예정이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까지 6시간은 대한민국의 시계를 군부 독재시절로 돌린 듯한 착각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계엄 선포 직후 군인과 경찰은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출입을 막았다. 국회의원과 출입기자가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부 군경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 담장을 넘어야했다.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저지하는 보좌진들과 실랑이가 길어지자 유리창을 깨버렸다. 국회의사당 상공에 군 헬기가 뜨고 거리엔 장갑차까지 등장했다. 이 적나라한 장면은 현장에 있던 시민 카메라에 담겨 실시간으로 국내외에 생중계됐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번 비상계엄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헌법 77조에 명시된 계엄 사유는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다. 윤 대통령이 사유로 든 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이 계엄령 발동을 요하는 국가 비상사태라는데 공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대 야당의 횡포가 아무리 심해도 권위주의나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행위를 감행한 건 최악의 자충수다. 계엄령 발동을 위해선 국무회의를 거치고 국회에 사전 통보도 해야 하지만 이조차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지켜지지 않았다.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헌정 질서를 세우겠다며 시대착오적인 계엄을 꺼내들면서 헌정의 기초를 스스로 허문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8월 야당 일각에서 뜬금없는 계엄설이 흘러나왔을 때 대통령실은 계엄해제권을 쥔 국회를 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실제로 국회는 4일 새벽 여당 일부를 포함한 190명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고 이는 곧장 실행됐다. 그런데도 계엄을 밀어붙인 대통령의 의중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윤 대통령 부부는 현재 ‘명태균 사건’ 등 적잖은 의혹의 중심에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야당이 특검을 벼른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모든 정치와 입법활동을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용이라고 비판해왔다. 대통령 또한 극비리의 계엄 공표로 국가를 혼란에 빠트린 이유가 이런 추문을 덮기 위한 방편은 아닌지 국민은 알고 싶을 것이다.
대통령실 실장과 수석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 보좌에 실패한 내각도 사퇴해야 마땅하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조차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외신부터 대통령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낸다. 부산과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상황을 오판했든 자기 확신에 의해서든 이 엄중한 사태의 최종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피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죄, 국민을 부끄럽게 한 죄가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