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우리는 실패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한영표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전 부산가정법원장

  • 한영표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전 부산가정법원장
  •  |   입력 : 2024-11-12 19:44:5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는 실패를 성공의 씨앗이라 부른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을 찬양하며, 스타트업 기업의 실패에 대하여도 일면 너그러운 듯한 태도를 보인다. KAIST는 실패 주간을 만들어 실패의 순간을 포착하라(Capture the failure Moments)는 펼침막을 만들고, 망한 과제 자랑 대회를 열기도 하는 등 실패 이후 회복탄력성, 유연성을 기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때때로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이는 당신이 획기적인 시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이다”는 우디 앨런이 했다는 말을 인용하며 실패가 필수적인 것처럼 이야기도 한다. 완전한 실패는 없다고 하며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패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법률의 관점에서, 법원의 광장에서 맞이하는 실패는 수많은 법적 처벌을 그 대가로 요구하고 있다.

사업을 하다 실패를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투자금이나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돈을 편취할 생각이었던 사람도 있지만, 나름 우리사회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에게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대책 없이 시도를 해서 실패를 했으므로 사기이다”라는 ‘미필적 고의’논리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실패를 무릅쓰고 사업을 하는 것인데 실패 자체가 범죄가 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지금은 쿠팡이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쿠팡도 만일 초기 적자가 났을 무렵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지 못해 부도가 났다면, 적자 기업을 운영하면서 추가 투자가 없을 경우에 대한 대비 없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은 것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을 것이다.

또한 예기치 못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회사가 망하는 것을 물론 사업주가 온갖 법 위반 등으로 감옥신세를 지어야 할 가능성도 많다.

국민적 공분을 등에 업고 먼지털기식 수사를 통해 모든 정책적 결정에 대하여 ‘배임죄’라는 불법의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기업인 처벌공화국’으로 알려진 것은 배임죄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현 금융감독원장이 배임죄 폐지를 언급하기에 이르고 있다.

또 환자 치료과정에서 실패해도 담당의사등 의료진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몇 년을 고생하기도 한다. 이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도, 감염관리 미비와 기형적인 수가체계, 고질적 인력 부족 등 병원 시스템 실패의 책임을 개별 의료진에게 물어 대학교수 등 의료진을 구속했던 일의 후유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위 사건 관련 의료인들은 모두 무죄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소송이 이어지는 5년 동안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113.6%(2018년)에서 25.5%(2023년)로 추락했고, 교과서대로 치료해도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환자가 사망하면 소송에 걸리고 감방 갈 수 있다는 생각,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피부·성형보다 돈은 못 벌면서 위험 부담은 훨씬 크다는 자각이 퍼지게 된 계기가 되어, 소위 바이탈과의 지원이 더 크게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IMF 구제금융 후 위기 대응을 잘못했다는 강경식 경제부총리 등 소위 ‘환란주범’ 으로 몰린 공무원들도, 론스타 펀드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했던 변양호 국장 등 고위 경제관료들도 줄줄이 재판을 받으며, 정책적 판단에 대한 형사 처벌 시도가 온당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차라리 일을 하지 말고 납작 엎드려 있자는 관료들의 대응이 회자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검찰은 누구나 풀어줄 수 있는 검찰이자 누구나 잡아들일 수 있는 검찰’이라는 비판 속에서 기소된 공무원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오랜 시간 구속되어 몇 년씩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실패를 맞이할 때, 손쉬운 희생양 찾기 보다, 힘들지만 실패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비책 등 배움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기를 희망하면서, 선의의 실패자에게 채찍만이 아닌 정당한 평가와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3. 3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4. 4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5. 5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6. 6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7. 7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8. 8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9. 9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10. 10“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1. 1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2. 2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3. 3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4. 4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5. 5[속보]외교부, 사우디 전역에 ‘출국 권고’…중동 재외국민 안전대책 점검
  6. 6주진우 "대구 천장 붕괴사고 때 이 대통령 골프, 참사때마다 벌써 세 번째"
  7. 7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8. 8이 대통령 "팬스타아크로호 귀항 축하, 이번 성과 바탕으로 북극항로 시대 준비"
  9. 9우크라 갈등에 한미 정보협력 난기류까지…靑 고심
  10. 10노무현·박원순 소환한 이 대통령 "품격없다 비난해도 SNS 소통 계속할 것"
  1. 1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4. 4[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5. 5최전방 GOP용 ‘AI 경계병’ 개발한다
  6. 6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7. 7“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8. 8고금리 벼랑 부산 취약층에 ‘재기 사다리’…910건 금융지원
  9. 9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10. 10신세계센텀서 ‘미세키서울’ 26FW 선봬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3. 3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4. 4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5. 5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6. 6“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7. 7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8. 8“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9. 9거제 양대 조선소, 지역 인재 더 뽑는다
  10. 10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3. 3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4. 4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5. 5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8. 8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9. 9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10. 10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SNS
배우 한선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아크로호 귀항, 북극항로 상업화 본격 추진할 때다
국감 법사위 희화화, 국민은 실소 넘어 자괴감 든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개척자 정신
빚을 물려받는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