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놓고 통화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공개한 음성 파일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전 의원)이 (대통령선거) 경선 때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다”고 말했다. 명 씨는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고마워했다. 두 사람이 통화한 날짜는 윤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인 2022년 5월 9일이라 한다. 김 전 의원은 다음날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창원의창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김건희 여사에 이어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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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대(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야당이 이날 국회에서 재생한 녹음 파일은 두 개다. 17초 길이의 첫 파일에는 명 씨와 윤 대통령 대화가 담겼다. 야당 주장대로 ‘5월 9일 통화’가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은 경선 뒤 명씨와 교류를 끊었다”던 대통령실 해명과 배치된다. 두 번째 파일은 명 씨가 윤 대통령과의 통화를 지인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이다. “지 마누라(김건희 여사)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님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놀라서 전화 오게 만드는 오빠가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고 했다”는 명 씨 음성이 담겼다. 명 씨는 또 “(대통령과 통화를) 끊자마자 마누라가 전화 와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이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 오십쇼’라고 했다”며 자랑한다. 명 씨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든 구석은 있다. 그렇다 해도 취임을 하루 앞둔 최고 권력자가 한낱 정치 브로커와 공천을 상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면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부는 공천 보고를 받거나 공천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날도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대표와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명 씨가 김 후보 공천을 계속 요구하자)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과 명 씨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대통령실 해명 또한 ‘국민 눈높이’에서 벗어나 있다. 민심은 윤 대통령이 왜 ‘공천 개입하지 말라’고 명 씨에게 경고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 한다. ‘명 씨가 대선 때 공짜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공천 받았다’는 의혹은 일파만파 번진 상태다. 대통령실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창원 국가산단 지정을 포함해 여러 의혹에 휩싸인 명 씨를 고발하는 게 순리다.
대통령 부부가 의혹에 휘말리면서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 됐다. 거의 매일 ‘살라미식 폭로’가 이어지면서 국정 지지율은 20%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사건을 수습할 열쇠는 검찰이 쥐고 있다.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를 서둘러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 김 전 의원 공천 내막 역시 명백하게 규명해야 한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