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지사와 광역·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에는 시·도 교육감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기자가 부산시교육청을 출입하던 2014년 지방선거 때도 교육감 선거가 있었고, 김석준 후보가 부산 첫 진보교육감으로 당선됐다.
당시 시교육청과 교육계 상당수 인사가 교육감 선거 폐지 또는 제도 개선을 이야기했다. 요지는 교육감 후보에 대한 시민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다 보니 민심이 반영된 정상적인 선거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가 90만3227표로 시장·도지사 선거 무효표 35만329표의 2.5배에 달했다. 유권자가 교육감 후보에 관심이 없고 투표용지에 당적도 나와있지 않다 보니 ‘깜깜이 선거’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후보 난립도 무관심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정당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마하다 보니 대다수 후보가 교육계에서나 알려졌지 일반 유권자는 알지 못하는 이가 많다. 때문에 웬만하면 선거비용 보전 기준인 득표율 10%~15%(법정 선거비용 50~100% 보전)를 나눠가지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큰 리스크 없이 너도나도 출마하면서 오히려 유권자의 혼선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특히 교호투표제가 도입된 2014년 선거 이전에는 ‘1번 기호’를 받은 후보가 당선되면서 ‘로또 교육감’이라는 비아냥마저 일었다. 이후 교호투표제 도입으로 이런 부작용이 개선이 되기는 했지만 유권자는 여전히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낮다. 교호투표제는 정당과 기호가 없는 교육감 후보에게 공평한 득표를 보장하기 위해 선거구별로 투표용지마다 후보 이름을 순환 배열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부산 연제구 투표용지에는 A후보가 가장 위에 인쇄되고, 동래구 투표용지에는 B후보가 맨 위로 올라오는 방식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선거를 부산시장과의 러닝메이트로 치르거나 부산시장이 임명하는 교육부시장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러닝메이트 제도가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는데, 시민 관심을 높이고 러닝메이트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떨어지는 후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 시장과 교육감과의 정책 공조 역시 중요하다고 봤다.
한편에서는 ‘교육이 정치에 종속돼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있다.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면 사실상 ‘정당의 후보’가 되면서 교육에 정치와 진영 논리가 스며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교육감 선거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지금까지 교육감 선거는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후보가 맞붙는 대리전 양상이었다. 정당 기호만 없을 뿐이었지 ‘알 만한 사람’은 어느 후보가 어느 당 후보인지 안다. 실제로 여야 정치권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 교육감 선거 캠프에서 일했다. 또한 교육도 행정서비스의 하나인데, 정당과 연계해 책임행정을 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반론도 나온다.
현행 교육감 선거의 폐혜는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 결여도 있지만, 선출된 후에도 많은 문제를 노출시켰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청구서’가 날아오기 마련이다. 캠프에서 후보를 도왔던 사람이나 특정 진영은 당선 후 정책에서든, 인사에서든 반대 급부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들만의 밀실행정이나 정실인사의 문제가 제기된다. 해직 전교조 교사 특채 비리로 최근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례가 대표적이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된 선거’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제는 현실적인 대안을 통해 교육감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바로 시장·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제도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지난 4일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장·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를 이루는 내용을 담은 법안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교육감 후보자의 교육경력 자격 기준을 현행 ‘3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상향해 정치적인 선택이 아닌 전문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달았다.
러닝메이트 제도에는 교육감 후보를 정치적 잣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러닝메이트는 연대책임 선거다. 시장·도지사 후보가 친분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함량 미달인 교육감 후보를 선택한다면 유권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자신의 표를 갉아먹는 파트너를 선택할 바보는 없다. 때문에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교육전문가를 모셔올 수 밖에 없다. 유독 교육감 선거에만 나타나는 중구난방식 후보 난립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윤정길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