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

김은아 센텀종합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 김은아 센텀종합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  |   입력 : 2024-07-14 19:48:44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국적 외모의 청년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서류 상의 업체명, 업종만으로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무슨 일을 하고 있으세요?” “으음? 일?….하고 이써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의심스럽다. “어디 불편 한 데는 없으셔요?” “좋아요., 괜찮아요~”.

이주노동자들이 하는 일에 대해 파악하기 쉽지 않다. 건강 관련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아픈 곳이 없고 건강하다는 것을 적극 강조한다. 근로자 특수건강진단, 배치 전 검진에서 만나는 이들은 의사와 면담을 할 만한 한국어 소통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많다. 영어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소수이며, 한국인 보호자가 함께 오지 않으면 대화하기 어렵다. 더구나 근로자 건강검진을 직업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시험’으로 느끼는 것 같아 보인다.

근로자 건강검진은 일하는 동안 겪을 수 있는 위험한 요소들을 점검해 주는 사회 안전망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언어 소통, 고용불안 때문에 검진 제도의 이점을 누리기 어렵다. 위험한 작업장, 단순 업무, 불안정한 일자리에 이주 노동자의 취업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산업재해도 빠르게 늘어났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자에서 외국인은 2000년에 4%였지만, 2021년에 12.3%가 되었다. 같은 해 전체 산재사망률에 비해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률은 6.9배나 높은 셈이다.

지난달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배터리 폭발 사고에서 사망한 노동자 23명 중 17명이 중국인, 1명이 라오스인 이었다. 리튬은 의학 분야에서는 조울증 치료제로 도입되면서 그 독성이 잘 알려져 있는 물질이었다. 약으로 복용 했을 때 독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물에 닿으면 수소 가스를 뿜으며 폭발하고, 불이 붙으면 유독 가스를 방출하는 위험한 물질로 보관과 관리가 아주 까다롭다. 이런 곳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 조치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화재가 났을 때 뭘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작업 투입 전에 작업자를 잘 연습 시켜야 한다. 화성시 배터리 폭발 현장의 노동자 중 과연 몇 명이 이런 위험을 알고 있었을까? 이 노동자들이 건강 검진을 받으러 왔다면 나는 과연 의사로서 잘 알려 줄 수 있었을까? 자신이 다루는 것이 리튬 배터리인지 조차 몰랐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사실을 의사인 내가 알게 되었다 해도 소통이 쉬웠을까? 말이 잘 통하지 않고, 환자도 답변 하기 싫어하는 눈치이니 그냥 보내지 않았을까?

어느 사회나 이주 노동자들이 사회에 정착하기 까지는 많은 허들이 있다. 이들은 주로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언저리이던 1960년대에 독일로 떠났던 우리나라 청년들도 바위에 깔려 사망하거나 진폐증의 위험이 높은 탄광에서 어눌한 독일어를 써가며 석탄을 캐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홈페이지에 제공하는 16개 언어 안전보건교육자료는 필자처럼 여러 업종의 이주노동자를 검진하는 의사에게는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국적이 다양해 지고 취업하는 업종도 여러 가지여서 매 상황에 맞는 외국어 산업안전보건 교육 자료를 매번 신속히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화성시 리튬 폭발 사고 이후 어느 날, 언제나 그렇듯 영어가 되지 않는 이주노동자를 맞았다. 약간의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이지만 업무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 하셔요?” “?!@#&&*@***@&^%$(중국어)”. 핸드폰 음성 번역 어플을 켰다. “금속 볼트를 상자에 옮겨 담아 적재하는 일을 합니다”.

오? 이걸 이용하면 대화가 되는구나! 시간은 걸렸지만 위험 요인을 간단히 알려주고 아픈 곳도 물어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이주 노동자와의 의사소통은 기술력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주 노동자가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는 사회와 진료하는 의사의 관심, 이 모두가 필요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3. 3“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4. 4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5. 5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6. 6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9. 9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10. 10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4. 4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5. 5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6. 6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7. 7[속보]‘재정 빨대’·사과 논란 추미애, 국감서 소방관들에게 재차 사과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10. 10국힘 박수영, 퐁피두 백지화에 1인 시위…”도시 경쟁력 높일 기회 날려“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4. 4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5. 5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6. 6[뭐라노] ‘가덕’ 공사비 상향 문서화 갈등…11월 착공 불투명
  7. 7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8. 8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9. 9‘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10. 10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 1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2. 2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3. 3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6. 6“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9. 9부산 북구, ‘숙등 공유어울림파크’ 내년 4월 개관… 지역 랜드마크 도약 기대
  10. 10해임 억울해 모금한다더니…초등제자 성추행 벌금 납부(종합)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4. 4‘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5. 5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6. 6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7. 7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8. 8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9. 9[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10. 10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난 짜장”
은정이라는 이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면전환용 대법원장 탄핵, 민심이반 부른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규정 개선 필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