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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강과 바다가 통하는 길목…행정·군사·경제 허브 역할

농청·어방 문화 함께 전승, ‘수영다움’ 계승 발전을

류승훈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팀장

  • 류승훈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팀장
  •  |   입력 : 2024-07-10 18:33:0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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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나는 오랜만에 수영사적공원을 찾았다. 수영사적공원은 수영동의 낮은 언덕에 조성된 공원으로 문화유산이 밀집된 곳이다. 이곳은 겉보기엔 평온하게 보여도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곳이다. 공원 남쪽 길을 따라가면서 경상좌수영성지와 근래에 설치된 25의용 인물상을 살펴보던 중이었다. 수영성 남문 터에 가까워질 무렵, 누군가가 나를 반갑게 불러 세웠다.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지금은 ‘도도수영’이란 사회적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분이었다. 카페에 앉아 수영의 역사와 그간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올해 수영구가 ‘문화도시’로 지정돼 다양한 사업을 벌일 거란 소식을 들었다.

사실 수영은 ‘문화도시’보다 ‘역사도시’라는 개념이 잘 어울린다. 급속도로 도시화를 이룬 부산에서 역사도시가 될 만한 지역은 매우 드물기에 역으로 그 가치도 높다. 역사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 콘텐츠가 살아 있어야 하고, 유적지가 보존돼야 하며, 시민의 공감대까지 갖춰야 하니 대도시 부산에서는 손꼽힐 수밖에 없다. 수영이야말로 ‘부산의 역사도시’로 적합하다고 느낀 것은 5년 전이다. 그때 문화유산의 보존 업무로 인해 수영사적공원과 인근의 유적지를 자주 방문했다. 수영사적공원에는 25의용단, 경상좌수영성지, 수영성 남문 등 귀중한 유형 유산이 몰려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공원 내 설치된 수영민속예술관에서는 수영야류, 좌수영어방놀이, 수영농청놀이 등 수영의 무형유산도 전승되고 있었다. 게다가 수백 년의 역사 나이테를 품고 있는 푸조나무와 곰솔 같은 자연유산도 만나볼 수 있었다. 수영사적공원은 수영구를 역사도시로 만들 수 있는 터전이었다.

이와 같은 수영사적공원이 조성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수영의 지명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우리는 수영동, 수영구, 수영강을 매일 보고, 지나가면서도 수영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영(水營)’은 조선 정부가 수군절도사를 파견해 바다를 지키게 했던 군사요충지였다. 부산의 수영은 ‘경상좌수영(慶尙左水營)’의 줄임말이다. 경상좌수영은 경주 울산 동래 등 경상도의 동쪽 바다를 관할했다. 조선 후기에는 경상좌수영 외에도 전라좌수영 등 3곳의 수영이 더 있었고, 이를 지휘하는 통제영이 존재했다. 조선 후기 지금의 수영사적공원 자리로 이전한 뒤 경상좌수영은 거의 250여 년을 버텨왔고, 그 역사적 흔적이 지명에 담기게 되었거니와 수영성, 수영야류 등과 같은 문화유산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화유산의 범위가 수영사적공원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인근에서 건축행위를 할 때는 일정한 제한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수영을 역사도시로 떠올리기까지, 나아가 수영이 문화도시로 선정되기까지 수영 사람과 행정기관은 숱한 어려움을 함께 감내하고 극복해야 했다.

그런데 ‘역사도시’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영만의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나는 수영민속예술관에서 무형유산 전승 심사 때에 ‘수영답게 하라’는 문화재위원들의 평을 자주 들었다. ‘수영답게 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수영만의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곱씹어야 하는 말이다. 이것은 요즘 지역문화의 고유 색채인 ‘로컬리티(locality)’를 확보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이유와 상통한다. ‘수영답게’, ‘동래답게’, ‘기장답게’ 등을 찾으려 노력할 때 비로소 ‘부산다움’이 무엇인지 드러날 수 있는 법이다. 역사적으로 수영은 군사요충지 이전에 행정중심지였다. 지금의 망미동에 고읍성이 발견된 것을 보면, 고려 말기까지 부산을 다스리는 치소(治所)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수영의 역사적 특별함은 지리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수영은 수영강과 해운대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이다. 강과 바다가 통하는 길목이므로 고대부터 수영은 행정과 군사의 요충지이자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수영만의 독특한 문화를 무형유산에서 찾고 싶다. 수영에는 ‘농청놀이’와 ‘어방놀이’가 함께 어우러져 전승된다. 현대사회에서는 민요와 놀이 등 무형유산으로 연출되고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엄연한 생산조직이자 풍습이었다. ‘농청(農廳)’은 농민들이 힘든 농사일을 함께 하기 위한 두레와 같고, ‘어방(漁坊)’은 멸치를 잡는 후릿그물을 함께 당기기 위한 수군과 어민의 공동조직이었다. 각각의 조직이 힘든 노동에 맞서 힘을 합치기 위한 것인데 농청과 어방의 문화가 어우러져 전승되는 곳은 수영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역사도시’ 수영의 특별함은 ‘함께’ 혹은 ‘어우러짐’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 협동조합 ‘도도수영’의 ‘도도’는 ‘당당함’과 아울러 ‘어우러짐’이란 뜻을 내포한다고 한다. 앞으로 ‘도도수영’을 비롯한 수영의 단체들이 함께 어우러져 수영다운 문화를 세워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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