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이어진 부산 스포츠계의 ‘일탈’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가장 충격을 준 이는 프로농구 KCC이지스의 허웅이다. 허웅은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으며, 최근 3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하는 등 리그 최고 인기 선수였다. 그런 그가 최근 전 여자친구를 공갈미수 협박 스토킹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그 과정에서 이미 2번이나 아이를 낙태한 사실이 알려지며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군면제 혜택을 받은 롯데자이언츠의 나균안도 마찬가지다. 나균안은 최근 KIA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그 결과 나균안은 선발로 출장해 2이닝도 안 던졌지만 역대 최대인 8실점을 기록했다. 롯데 팬들이 퇴장하는 나균안에게 심한 야유를 퍼붓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보다 못한 구단도 다음 날 1군 말소를 통보했다. 품위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시즌 초 외도 의혹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은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음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팬심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스포츠 스타의 사생활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공인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불현듯 1980년대와 1990년대 활약했던 ‘부산 축구의 레전드’ 고 정용환 선수(감독·부산축구협회 기술이사)가 떠오른다. 누구보다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그는 자신의 후원회 결성식날 “눈만 뜨면 모든 것이 유혹인데 그것을 이겨내고 노력하는 선수만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습관화해야 하며 그 노력이 몸에 배면 어디를 가건 자기관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1984년부터 10년간 부산아이파크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에서 ‘레전드 수비수’로 활약한 정용환은 1984·1987·1991년 세 차례 우승에 기여했다. 1986 서울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1990년 베이징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그는 국가대표팀에 11년 연속 선발된 유일무이한 선수이기도 하다. 유소년 육성에 큰 뜻을 품었던 정용환은 만 56세 때인 2015년 6월 7일 암으로 생을 달리했다.
정용환을 기리는 마음이 커지면서 ‘정용환 장학회’를 중심으로 동상 건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2013년 사직야구장 광장 옆에 세워진 ‘무쇠팔 최동원 동상’에 이어 부산의 스포츠 스타 중에서는 두 번째다.
정용환 장학회는 어린이 축구교실을 여는 등 꿈나무 육성에 적극적이었던 정용환 감독을 추억하고 제2의 정용환을 발굴하기 위해 2004년 7월 29일 150명이 모여 설립한 ‘정용환 후원회’가 전신이다. 중식당을 운영하던 정용환 장학회 송춘열 회장을 중심으로 부산의 중식당 사장님이 회원의 90%를 차지한다. 송 회장은 “당시 정 감독님을 사석에서 처음 만났는데 다른 유명인처럼 으스대지도 않았고, 조기축구회 회원들에게 친근하게 축구를 가르쳐 주셨다. 그를 위해 의미 있는 모임을 만들자는 열망이 후원회 결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출범 20주년을 맞은 장학회는 지난 2일 중식당을 운영하는 회원 30여 명이 중심이 돼 동상 건립 자금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를 열었다. 롯데자이언츠의 ‘레전드’ 박정태 부산MBC 해설위원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직접 사인한 야구공과 배트를 판 돈 전액을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정용환 동상은 고인의 고향인 기장군에 조성될 종합운동장에 들어설 계획이다. 송 회장은 이날 “정용환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시민의 서명이 3000명을 넘어 5000명을 향해가고 있어 뿌듯하다. 각계각층에 계시는 분들이 정 감독을 중심으로 한 자리에 모여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꽃피우는 모습에 뭉클했다”고 밝혔다.
프로선수에게 성적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정 감독을 동상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유정환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