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저출생 대책, 왜 매번 실패하는가

단순히 인구문제로 규정, 출산 당사자 목소리 배제

성불평등·장시간 노동 등 사회구조 재편 서둘러야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 김인선 부산대 교수·여성연구소
  •  |   입력 : 2024-06-26 19:53:1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커상을 두 차례 수상하며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 발간한 ‘시녀 이야기’는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환경오염으로 불임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급락하자 정부는 가임 여부에 따라 여성의 계급을 차등해 통제하며 저출생 해결책으로 대리모를 육성해 지배층 자식을 낳도록 강요한다. 영화 ‘매드맥스’ 속 시타델도 건강한 여자들이 젖소처럼 유축기를 달고 모유를 생산하는 처지에 놓여 있거나, 독재자 임모탄의 여인들처럼 번식을 위한 씨받이로 통제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저출생을 해결하겠다며 쏟아지는 정책들을 보며 이 작품 속 상황이 떠올라 참담해졌다.

정부의 인구정책을 평가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여성을 1년 조기 입학’시켜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기여’하자며 내놓은 대책은 어린 여성이 이성적 매력이 있다는 성차별적 관점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조세연은 만남 주선, 사교성 제고를 저출생 해결 정부 정책 수단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주형환 부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미혼남녀 만남 지원·무료 결혼식장 등 세밀한 지원으로 저출생 추세의 반전 시그널을 만들어달라”며 중앙 정부 차원에서 미혼남녀 만남 프로그램을 장려했다. 정책의 효과는 둘째치고 정부의 정책들이 번식기 동물의 활발한 교배 촉진 수준에 머물러 개탄스럽다.

실제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지난 20년간 저출생 대책 예산으로 총 377조7000억 원(2023년에만 48조2000억 원)을 투입했지만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급기야 지난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되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명 회복을 목표로 범국가적 총력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3대 핵심 분야(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출산 당사자의 목소리를 삭제하고 출산만을 강조하는 근시안적 정책에 회의적이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성장한 청년층의 출산 기피 사유와 청년 세대 내 계층 격차, 직장 여성의 일·가정 양립 어려움, 성불평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통찰과 답변이 해결책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상 저출생 문제 해법은 분명하다. 청년들이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안정적 소득을 보장받으며 안정적 주거가 마련되어 누구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고 출산으로 인한 차별이나 불평등이 해소된다면 결혼 출산 양육은 자연스러운 선택지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청년층은 왜 출산 의지가 없는가? 삶의 불안과 불확실성 탓이다. OECD 보고서를 보면, 부모와 함께 사는 20대 청년층 비율은 회원국 평균 50%인데 반해 한국은 81%(2022년 기준)로 가장 높았다. 취업 문제로 결혼이 늦어지는 추세 속에서 여성들은 경력단절이나 돌봄 문제 등으로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택하지 않는다.

출산에 대한 불이익이 있다면 누가 출산을 선택하겠는가? 한국의 여성은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정 기간 휴직한 후 정규직으로 복귀하는 것이 어렵다. 연령별 고용률을 보면 20대는 남녀 고용률이 유사하지만,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면 여성 고용률이 60%로 뚝 떨어져 같은 연령대 남성과 30%포인트의 커다란 격차를 보인다. 이 와중에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으로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노동자 1200명을 도입하고 이와 별도로 외국인 유학생과 이주노동자 배우자 등 5000명을 최저임금 적용 없이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주민을 값싸고 쉽게 대체 가능하며 관리비용이 저렴한 도구로 바라보는 현 정부의 민낯이 드러난다.

한국 인구가 2070년 3766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 저출생 현상은 세계적인 관심사다. 지난 23일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24’ 보고서에는 한국에 대한 언급이 유독 많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유아 교육, 양육 비용 등 전반적인 가족 지원 규모를 늘렸음에도 합계출산율의 하락 추세를 막지 못했다”며 그 원인으로 ‘장시간 노동’과 ‘성불평등’을 주요하게 언급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OECD 평균 노동시간인 46.5시간은커녕 주 52시간제를 손보겠다는 입장인 데다 여성가족부를 폐기하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출생을 단순히 ‘인구’ 문제로 규정하는 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요원하다.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거시적 차원의 사회구조 재편과 더불어 미시적 차원의 정책 입안을 병행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철학을 갖고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근원적인 노력 없이 단기간 성과에 연연한 과시적 대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 세상에서 자식의 행복을 꿈꿀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4. 4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5. 5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8. 8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9. 9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0. 10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3. 3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7. 7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0. 10‘경력 부풀리기’ 의혹 울산교육감 무혐의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배지의 실력행사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상표권 알박기
민원인(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AI 해킹에 노출된 금융권 보안체계 재점검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