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화요경제 항산항심] 탈진실 시대: 나로 살아야 한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경영혁신 가이드

  •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경영혁신 가이드
  •  |   입력 : 2024-06-10 19:41:52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옛날, 깊은 숲속에 다양한 동물들이 살았다. 숲에는 산지기 늑대 레오가 있었다. 레오는 외부의 적들로부터 숲을 지켰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늑대를 동물들은 믿고 따랐다. 숲을 지키는 모든 힘과 권한이 이내 레오에게 집중됐다. 동물들의 신뢰와 권력을 얻은 레오는 탐욕에 빠졌다. 레오는 숲속 동물들의 먹이를 훔치기 시작했다. 숲을 지켜야 할 레오가 오히려 숲을 훔치기 시작한 거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 맡긴 꼴이었다.

첫 번째 목격자는 토끼 토미였다. 토미는 레오가 여우의 먹이를 훔치는 것을 보았다. “레오가 여우의 먹이를 훔쳤어!” 레오를 따르던 양들은 믿지 않았다. “말도 안 돼! 그는 우리의 보호자야!” 레오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다람쥐 윌리도 레오의 범행을 목격했다. 이번 피해자는 너구리였다. “레오가 너구리의 먹이를 훔쳤어!” 양들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

레오를 향한 양들의 지지와 믿음은 맹목적이었다. 토미의 증거 사진도, 윌리의 증거 영상도 무용지물이었다. 상식에 맞지 않는 무논리와 무지성의 궤변이 총동원됐다. “조작이야. 레오를 모함하려는 거짓말쟁이들의 짓이야!” 양들은 진실을 외면했다. 물타기도 서슴지 않았다. 레오의 범행을 인정한다면, 자신들이 믿고 따랐던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자기부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해서다. 레오를 두둔하는 양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결국 숲은 둘로 쪼개졌다. 레오를 지지하는 양들과 진실을 좇는 나머지 동물들. 갈등은 깊어졌다. 신뢰는 무너졌다. 레오는 끝내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양들은 여전히 레오 편을 들었다. 진실이 사라진 숲은 절망이었다. 지옥이었다. 숲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끝없이 가라앉았다.

탈진실의 시대를 보여주는 섬뜩한 우화다. 탈진실이 뭐냐고? 감정과 신념이 진실을 압도하는 현상이다. 객관적 사실은 무시되거나 왜곡된다. 사실이나 증거도 아니라고 우기면 그뿐이다. 진실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내가 믿고 싶은 것만 진실이다. 선택적 진실이 빚어내는 진실의 상대성. 맹목적 믿음이 진실을 배척한다.

탈진실의 폐해는 크다. 가짜뉴스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다. 갈등을 증폭시킨다. 각자의 신념만 고집한다. 과학적 사실도 무시된다. 미디어와 공공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공동체의 결속력이 약해진다. 급기야 사회 전체의 신뢰 구조가 붕괴된다. 진실이 무너지니 윤리도 설 자리가 없다. 탈윤리화다. 나만이 곧 진리요, 진실이다. 불법은 더 이상 음지에 숨지 않는다. 피비린내 나는 약육강식의 지옥도가 펼쳐진다.

탈진실 사회 극복의 열쇠? 내 마음속 틀 깨기다!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배우고, 익힌다. 세계를 이해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프레임이다. 유용하던 그 틀이 어느 순간, 나를 구속한다. 내 사고와 행동이 내게서 비롯되지 못한다. 외부에서 주입된 틀이 과자공장 비스킷처럼 나를 찍어낸다. 도구가 목적에 복종하지 않고 오히려 목적을 배반하는 상황. 필요한 것은 ‘무위(無爲)’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를 속박하는 견고한 틀에서 벗어나는 거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써 놓은 대본대로 사는 인생? 꼭두각시 인생이다. 허깨비 인생이다. 내 삶에 내가 없으니 세상을 ‘보여지는’ 대로 볼 수 없다. ‘봐야 하는’ 대로 보고, ‘보고 싶은’ 대로 본다. 편견과 오해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상식과 윤리는 사라진다. 맹신과 극단이 판을 친다.

주체적인 판단 없이 사회적 압력이나 기대에 맞추어 사는 사람들. 내 말과 내 행동에 정작 내가 없는 이유다. 길들여져선 안 된다. 주어진 악보에 매몰되어 내 해석과 감정을 담지 못한, 기계적 연주만 반복할 순 없다. 세상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주체적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나라는 존재의 자유와 존엄은 그제서야 생겨난다.

무위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본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다. 본래의 나를 찾는 것이다.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 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집으로 가득 찬 나를 버려야 한다. ‘틀 깨기’는 곧 ‘참나’를 찾아가는, 고통스러운 자기부정의 과정이다. 그 끝에 진실이 있다. 자유가 있다. 세상의 도구로 살아서는 안 될 일이다. 나로 살아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3. 3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4. 4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5. 5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6. 6‘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7. 7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8. 8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9. 9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10. 10태풍 ‘참피’ 위력 실감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3. 3‘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4. 4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5. 5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6. 6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7. 7[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8. 8‘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9. 9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10. 10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1. 1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2. 2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5. 5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6. 6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7. 7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0. 10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6. 6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7. 7[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9. 9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10. 10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원칙이 흔들린 대가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AI가 찾은 보안 구멍
if, 손아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혼선 키운 정부, 명확히 답하라
공공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여전…관리감독 강화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