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부산도시환경연구소장

  •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부산도시환경연구소장
  •  |   입력 : 2024-06-10 19:40:1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80년대부터 물의 양(수자원)은 국토교통부에서, 물의 질(수질)은 환경부에서 각각 관리했다. 30여 년 동안 물관리 일원화는 물 분야에서 최대 현안이었고, 국토부와 환경부는 총론에서 같은 의견이었지만 일원화 주체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2018년 숙원과제였던 물관리는 마침내 환경부로 일원화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됐으며 정부조직법이 개정됐다.

환경부로의 물관리일원화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가져온 ‘묻지마’ 토목의 민낯을 경험했던 우리 사회의 소중한 경험이 만든 결과였다. 규제기관인 환경부에 개발사업을 담당하게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없지는 않았다. 현시점에서 볼 때 우려는 현실이 됐고, 부처 규모는 작지만 환경을 지키겠다는 결기만은 대단했던 환경부가 환경적이지도 않고 공학적 효과도 부족한 각종 개발사업을 보다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주었던 환경단체와의 소통 공간은 사라진 지 오래다.

2023년 미호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을 건설하기 위해 본 제방을 헐고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부실한 임시제방이 붕괴돼 많은 물이 오송 지하차도에 밀려들어 1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23년 7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하천을 준설하고 작은 댐을 여러 개 만들어 홍수를 예방’할 것을 지시하면서 ‘물관리를 못 할 거면 국토부로 넘겨라’며 환경부 장관을 질타했다고 한다. 이에 환경부 장관은 ‘시민단체의 반대로 문재인 정부가 하천 정비를 거의 하지 않아 금번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면서 준설과 댐 건설에 환경부(장관)는 명운을 건 듯하다.

치수의 요체는 ‘하천에 더 많은 공간(room)을 주는 것’이다. 하천 폭 확장, 제방 쌓기, 저류지 설치, 준설 등 다양한 공법이 존재한다. 하천의 여건에 따라 공법이 결정될 수 있고 때로는 몇 가지 조합으로 설계할 수도 있다. 즉 하천마다 치수 대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치수의 제1번은 준설’이라는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환경부 공무원들은 머리를 감쌀 것이고 일부 전문가들은 억지춘향 논리를 보탤 것이다. 교과서에서 준설은 치수 대책으로 하책이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심 6m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준설을 했는데, 홍수 때 모래가 다시 쌓여 많은 구간이 옛 모습으로 돌아왔다. 환경부는 창원천, 전주천 등에서 준설계획을 수립했고, 환경단체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저서생물이 사는 공간을 도려내고 치수에 한계가 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환경부는 고개를 돌린다.

부산 김해평야를 가로지르는 국가하천인 평강천과 맥도강의 홍수 예방 계획에서 또 다른 오류를 발견한다. 평강천과 맥도강 유역은 하천이 범람해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빗물이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침수피해를 입는 지역이다. 평상시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호수화된 하천이다. 환경부는 치수 대책으로 평강천과 맥도강에 콘크리트 벽체(높이 1.5m 이상)와 제방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해당 주민들은 제방 높이는 최소화하고 강바닥에 쌓여있는 오염물질을 준설할 것을 요구했다. 강바닥에 쌓여 있는 오염물질로 인한 수질악화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하천에 따라 치수 대책이 다양한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하천에 준설이라는 단 하나의 공법을 적용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준설을 염두에 두고 치수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준설은 홍수 예방효과와 같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생태계 파괴와 지속가능한 치수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부정적 면도 있다. 이런 상반된 영향을 환경영향평가라는 잣대로 준설 타당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준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는 제도개선을 하고 있다면,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하천은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모습도 다르다. 하천은 자연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재건축 최대어 어디로…망미주공 ‘4파전 ’
  2. 2마린시티 길이 500m 수중 방파제 세운다…8년 논란 종지부
  3. 3가덕신공항 공사 ‘공동도급 2→3社’ 입찰 조건 완화
  4. 4낙동강변 ‘알박기 주차’ 해결책 나왔다…한 달 방치땐 견인
  5. 5유커 감소·고환율에 직원·급여 줄이며 마른 수건 짜내기
  6. 6거제 씨릉섬, 출렁다리로 걸어다닌다
  7. 7“부산시향 올해 대표공연은 ‘말러’…표 구하기 어려운 악단 만들겠다”
  8. 8진해신항 컨부두 3번째 유찰…메가포트 차질 우려
  9. 9더위보다 뜨거운, 유통가 초복 마케팅
  10. 10트레킹가이드·도보배달…부산 ‘낀 세대(50·60대)’ 위한 ESG 일자리도
  1. 1곽규택 의원-보좌관 협업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연일 목청
  2. 2“野가 여론 왜곡”vs“尹부부가 배후”…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무혐의 공방
  3. 3이번엔 사천 의혹 등 ‘거짓말’ 충돌…극한 치닫는 원-한 갈등(종합)
  4. 4尹, 기시다와 정상회담 “북러 밀착, 글로벌 안보 심각한 우려”
  5. 5野 ‘노란봉투법·구하라법’ 등 당론 채택
  6. 6[뭐라노-이거아나] 필리버스터
  7. 7與 ‘尹탄핵 청문’ 권한쟁의심판 예고…野 “반대 청문도 환영”
  8. 8국힘 당권주자들 한목소리로 부산 발전 약속
  9. 9‘임성근 구명 로비’ 녹취록 파장…野 “尹 국정농단” 與 “李 방탄용”
  10. 10동북아물류플랫폼 등 부산 4대 사업 GB해제총량 예외 인정 받을까
  1. 1부산 재건축 최대어 어디로…망미주공 ‘4파전 ’
  2. 2가덕신공항 공사 ‘공동도급 2→3社’ 입찰 조건 완화
  3. 3유커 감소·고환율에 직원·급여 줄이며 마른 수건 짜내기
  4. 4진해신항 컨부두 3번째 유찰…메가포트 차질 우려
  5. 5더위보다 뜨거운, 유통가 초복 마케팅
  6. 6CU, 초대형 아이스 아메리카노 출시
  7. 7부산에 로봇생태계 조성, 공동연구센터 설립 협약
  8. 8한은, 기준금리 또 동결…“적절한 때 방향 전환 준비”
  9. 9부산상의 기업맞춤 교육, 8주 과정 48명 수료식
  10. 10BNK금융 빈대인 회장 “금융사고 무관용 원칙”
  1. 1마린시티 길이 500m 수중 방파제 세운다…8년 논란 종지부
  2. 2낙동강변 ‘알박기 주차’ 해결책 나왔다…한 달 방치땐 견인
  3. 3거제 씨릉섬, 출렁다리로 걸어다닌다
  4. 4트레킹가이드·도보배달…부산 ‘낀 세대(50·60대)’ 위한 ESG 일자리도
  5. 565세 이상 인구 1000만 시대
  6. 6부산시, 인구의날 맞아 지역소멸 대응 의지 다져
  7. 7관세 줄이려고…중국산 고추 482t 바꿔치기 덜미
  8. 8국제 공인교육과정 IB 프로그램 확대, 한국어화 사업 등 부산교육청 팔걷어
  9. 9사라진 김해공항 리무진, 부산시 대체교통편 투입
  10. 10“학령인구 감소, AI…부산교육 방향 길잡이 기대”
  1. 1해동고 40년 만에 ‘금빛 메치기’
  2. 2음주운전 빙속 김민석, 헝가리 귀화
  3. 3고별전도 못한 홍명보 감독
  4. 4반즈 화려한 귀환…박세웅 제 몫 땐 ‘7치올(7월에 치고 올라간다)’
  5. 5잉글랜드 2회 연속 결승행…스페인과 빅매치
  6. 6‘메시 氣’ 받은 야말, 유로 최연소 골…스페인 결승행 견인
  7. 7부산고·경남고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
  8. 8베테랑 투수 의존 과한 롯데…젊은 선수들 분발해야
  9. 9사격 17세 반효진, 43세 이보나…파리행 태극전사 최연소·최고령
  10. 10이변의 윔블던…세계 1위 신네르 탈락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당정 소통이 당쇄신의 시작…반윤 앞세우면 공멸”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원내만으로 현안 못 풀어…대표되면 당 시스템 쇄신”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과학인증의 시대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AI의 일상화와 창작
아빠 육아 참여, 선택이 아닌 필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맨발 걷기
윤나고황
메디칼럼 [전체보기]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점입가경…‘김건희 문자’에 갇힌 국민의힘 전당대회
양동이로 퍼붓듯…극한 호우 대비 부울경 예외 없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 수렁’ 자영업자 위기 극복은
AI시대의 천국과 지옥, 그리고 민주주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