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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의 두잉세상]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전호환 동명대 총장·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장

  • 전호환 동명대 총장·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장
  •  |   입력 : 2024-06-06 19:19:2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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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못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못할 일은 아니지 않나?”

장밝은 경북사대부고 교사가 지난 4월 MBC에서 방영된 ‘교실 이데아’ 1편에서 한 말이다. ‘교실 이데아’는 한국 교육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국제 바칼로레아(IB)가 채택하고 있는 서·논술형 평가가 가져온 교육 변화를 집중 조명한 교육 다큐멘터리다. 장 교사가 말한 ‘못할 일’은 서·논술식 평가를 뜻한다.

서·논술식 평가를 한국 교육에 도입한다는 생각은 ‘넘사벽’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IB를 통해 서·논술식 평가를 해보니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이 장 교사의 메시지다.

교실 이데아에서는 서·논술식 평가도 ‘공정’하다는 걸 보여준다.

한 예로 서·논술식 답안지를 교사와 학생이 각각 평가했는데 오차가 1, 2점에 불과했다. 인간의 주관이 개입된 평가가 ‘공정’하다는 건 객관식 시험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놀라운 결과다. 교실 이데아에는 ‘웃픈 ’장면도 있다. 옥스퍼드대 학생들에게 한국 수능 영어를 풀게했더니 평균 2등급이 나왔다.

반면 한국에서 영어 수능의 1등급 비율은 꽤 높다. 2021~2024학년도 영어 수능 1등급 학생 비율은 4.71%~12.66%였다. 영어 점수만을 놓고 보면 한국에는 영국인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학생이 최소한 몇만 명은 된다는 얘기다. 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객관식 수능이 한국 교육을 얼마나 왜곡시키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단적인 사례다.

IB는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의 엄격한 관리를 통해 ‘주관이 개입된 평가도 공정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고, 많은 사람이 이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만약 IB의 평가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세계 165개국 6500여 개 학교에 IB가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교육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핵심은 수능의 평가 방법에 달렸다. 객관식 평가는 줄 세우기, 경쟁 심화, 사교육 의존 등 수많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한국 사회는 점수로 나타나는 것만이 ‘공정’하다는 생각을 신봉한 결과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진국을 벗어나 선진국이 된 한국에 객관식 평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OECD 38개 국가 가운데 내신과 국가주관 시험이 모두 객관식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주관식 평가의 도입은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주는 K-에듀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주관식 평가를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만의 생각’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논술식 평가에서 중시하는 건 정답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 생각의 논리성이다. ‘자신만의 생각’은 AI(인공지능)와 경쟁하고 AI를 활용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미래 세대에게 필수적인 역량이다. 서울대에서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자신 생각보다 교수의 생각을 중시하는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교실 이데아에 나온 신성빈 학생(표선고 2)의 “자유롭게 공부하고 창의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학교를 찾다가 IB 학교를 선택하게 됐다. 제 만족도는 최상 최상이다”는 말에 주관식 평가를 도입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들어있다. 한국 교육이 교육 수혜자의 만족을 위한 시스템을 갖춘다면 세계 어디에도 통할 것이다.

필자가 동명대에 ‘무학년 무학점 무티칭’이 핵심인 두잉(Do-ing) 교육을 시작한 건 ‘하나의 답이 아닌 다양한 답을 찾아내는 힘과 어떤 세상이 와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세상을 살아가는 능력은 체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생각’이 더해질 때 길러진다. 초중등 진학 교육에 매몰된 학생이 대학에서도 ‘자신만의 생각’이 없이 졸업해 사회에 나간다면 학생과 사회 모두에게 손해다. 동명대는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기 위한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두잉 교육의 바탕은 정신과 신체의 조화에서 나오는 체력이다. 초등학교 1,2학년에 체육 수업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데도 지덕체(智德體) 교육이 한국 교육의 근간이 되고 있다. 지덕체가 ‘체덕지(體德智)’로 바뀌어야 한국 교육이 산다. ‘운동화를 신은 뇌’의 저자인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교수는 “운동을 통해 뇌가 활성화될 때 더 공부를 잘할 수 있다”면서 “종일 책상 앞에 있기보다는 격렬한 운동을 30분이라도 하는 게 성장기의 학생에게 더 필요하다”고 했다. 체력이 있어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고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다.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을 이끄는 교육의 확산이 절실하다. 전제는 체력이 강조되면서 서·논술형이 주가 되는 주관식 평가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가 높고 진학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낸 IB 프로그램도 훌륭한 대안 가운데 하나다.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대구 충북 경북교육청과 ‘IB 프로그램 도입·운영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IB 사무국과 IB 도입을 위한 협력각서(MOC)도 체결할 예정이다. 도입되는 IB가 부산 교육 변화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대학의 ‘나만의 생각’ 길러주기 교육이 초중등 교육과 융합될 때 부산이 K-에듀의 메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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