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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 칼럼] 22대 국회와 혈구지도

더 강력한 여소야대 구도…‘강 대 강’ 대치 일상화 우려, 부산 현안 해결 더 어려워

민생 살리는 정치 황금률, ‘역지사지’ 자세 실천하라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4-05-27 18:45:1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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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해진 여소야대 구도를 바탕으로 22대 국회 임기가 30일 시작된다. 4·10 총선 민심이 만든 정치 지형이다. 민생을 살리고 대한민국 미래를 개척하겠다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그 방향은 예단할 수 없다. 21대 국회 마무리부터 순탄치 않다. 21대 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28일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 재표결이 이뤄진다. 역대 최악 국회라는 꼬리표에도 여야는 극한 대치를 마다치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락을 가른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와 고질적인 양당주의를 먼저 꼽지 않을 수 없다. 공정과 상식보다는 불통이,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채 내 편만 보고 달리는 정치가 현실이다. 채상병특검법은 ‘VIP 격노설’ 진원지라 할 윤석열 대통령이 자초한 셈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야당도 대놓고 밀어붙일 심산이라 여겨진다. 21대보다 더 심화한 22대 여소야대다. ‘강 대 강’ 대치는 22대 국회에서 더 일상화하고 더 극단화하리란 우려가 크다.

22대 국회의원 300명은 왜 선량(選良)을 하겠다고 나섰는지 초심에 충실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한 이유다. 서양과 동양의 정치학 교과서가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나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 하더라도 “정치는 남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생활이다”는 말이 귀에 솔깃하다.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하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다워야 한다. 정치인은 본분을 다해야 하고, 그 바탕은 국민이라는 이야기다.

초심과 기본을 위해 동양 고전 ‘대학’(大學)을 다시 끄집어 낸다. 케케묵었다며 손사래 칠 일이 아니다. 적어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을 들어봤다면 이미 ‘대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유용한 지침서다. ‘평천하’가 ‘치인’의 목표이자 지향점이며, 수신은 격물치지성의정심(格物致知誠意正心)으로 이뤄진다. 정치인 스스로 갈고 닦아 세상을 평화롭게 하자, 모든 사람이 교육과 수양으로 자신을 완성하는 사회를 만들자면 반대할 사람이 없을 터이다. ‘수기치인’이란 말이 바로 ‘대학’에서 처음 나왔다. 송나라 학자 주자(1130~1200)가 ‘논어’ ‘맹자’ ‘대학’ ‘중용’ 4서(書)의 틀을 갖췄다.

‘대학’에서 평천하를 위해 정치인에게 강조하는 것이 혈구지도(絜矩之道)다. 혈구는 곱자를 가지고 잰다는 뜻이고, 곱자는 90도 각도로 만든 ‘ㄱ’자 모양 자를 말한다. 목수가 집을 지을 때 곱자로 정확한 치수를 재듯이 자기의 처지를 미루어 남의 처지를 헤아리자는 취지다. 노인을 노인으로 모시고, 어른을 어른으로 모시고, 부모 없는 아이를 어여삐 여기는 일은 실천과 반응이 그림자나 메아리 같이 신속하다. ‘자기가 싫은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황금률이 ‘대학’을 통해 정치인의 필수 덕목이 됐다.

아래 구절은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공수가 뒤바뀐 22대 국회에서 곱씹어야 할 내용이다. “윗사람이 내게 해서 싫은 것을 아랫사람에게 하지 말고, 아랫사람이 내게 해서 싫은 것을 윗사람에게 하지 말며, 앞사람이 내게 해서 싫은 것을 뒷사람에게 하지 말고, 뒷사람이 내게 해서 싫은 것을 앞사람에게 하지 말며,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내게 해서 싫은 것을 왼쪽 사람에게 하지 말며, 왼쪽 사람이 내게 해서 싫은 것을 오른쪽 사람에게 하지 않는 것이 바로 혈구지도다.”

내 마음의 잣대인 혈구지도가 흐트러지면 이중잣대가 생긴다. 이중잣대의 혼란은 이미 봐왔다. 21대 국회에서 숱하게 제기됐던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 대표적이다. 기본이 흔들리면 신뢰를 잃고, 신뢰를 잃으면 설 수 없다.

22대 국회의원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민생을 대할 때 최악이라는 21대에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다. 저출산과 기후위기 등 악재 속에서 민생 법안 챙기기에 주력하며 선거제와 권력구조 개선에 머리를 맞대는 모습 말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진심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특히 부산에 기반을 두고 활동할 18명 의원의 역할과 의지가 중요하다. 부산의 위상은 제2 도시라는 수사가 무색할 정도다. 2030엑스포 유치 실패와 신성장동력 확보 지연으로 부산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조성특별법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21대에서 거론되던 현안들이 22대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중앙정치 지형과 현저하게 다른 보수텃밭의 한계도 분명하다. 그럴수록 부산판 협치와 소통이 필요하다. 엑스포 유치 실패 국정조사 실시 여부가 시험대다.

홀로 있을 때 삼가는 신독(愼獨)과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마음인 무자기(毋自欺)를 두 바퀴로 삼아 4년 동안 아는 만큼 행동하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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