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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상병 특검법 10번째 거부권…윤 대통령 책임 크다

“절차와 내용 모두 문제” 예고된 수순

초동대처 잘못해 ‘강 대 강’ 대치 초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4-05-21 18:12:1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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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을 21일 재가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행위로는 여섯번째, 법안으로는 10번째다. 절차와 내용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게 대통령 시각이다. 행정부의 수사권을 특검 형태로 입법부 관할에 넘기려면 여야 합의가 전제여야 하는데 야당이 일방 처리했고, 특검도 야당 추천 인사로 제한돼 삼권 분립 위배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해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야당은 28일 재의결을 시도하고, 안 되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할 계획이어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왼쪽), 지난 19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민주당이 합니다’ 행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9일 취임 2년차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이미 예견됐다.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방송 3법’ ‘쌍특검법’ 등 2년 새 벌써 10건으로 민주화 이후 대통령으로는 가장 많다. 현 정국 구도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 지 모른다.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고 어느 때보다 여야 대립이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대통령과 야당의 반복되는 ‘법안 핑퐁’에 국민은 피곤하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향후 후폭풍이 만만찮을 수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책임을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이 사건의 성격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해병대원들이 급류에 휩쓸린 실종자 수색에 보호장구 없이 나섰다가 채수근 당시 일병이 생명을 잃은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사단장이든 여단장이든 책임 있는 자가 책임을 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후 대통령실이 피의자 축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고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관련 수사를 받던 이종섭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무리하게 임명했다가 다시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보인 난맥상은 국민을 결정적으로 실망시켰다. 그 결과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지금 상황이다.

현재 채상병 사망 사건은 경찰이, 수사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협치를 선언한 지 채 한달이 안 됐다. 진실 규명이 목적이라면 이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상 야당은 무리하게 특검을 밀어붙이지 말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공수처는 민주당이 만든 기관 아닌가. 그 수사를 못 믿는다는 건 자기부정이나 같다. 대통령실 역시 세간의 의심이 사실이 아니라면 특검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공수처와 경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시행하겠다고 대통령이 약속한 마당이다. 새로 임명된 공수처장을 비롯한 공수처와 경찰은 한치의 의혹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는 게 조금이라도 국민 피로도를 낮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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