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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이불해 위이부쟁(利而不害 爲而不爭)

김동헌 온종합병원장·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 김동헌 온종합병원장·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  |   입력 : 2024-05-21 18:42:4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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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평생을 의사로 살아온 필자도 이 같은 상황에 놓인 경우가 가끔 있었다. “의료는 아픈 사람을 돌보고, 또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좋은 직업이다”고 우리 직원과 제자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은 양면성이 있어 어떤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편의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나 또 다른 한 편에게는 상처나 위해를 줄 수 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우리 인생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가장 희생적이고 훌륭한 관계라 할 수 있다.

우리 환자 중에 47세의 여자 L 씨가 있다. 첫 번째 아기를 34세에 낳고 둘째 아기를 36세, 즉 11년 전인 2013년 2월에 분만했다.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 뇌경색이 와서 혼수상태와 호흡곤란 사지마비 등 아주 중한 상태가 되었다. L 씨는 해운대백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기관절개술을 받고 인공호흡을 하면서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 그 당시 L 씨의 부모는 70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회복을 위해 딸을 데리고 안산고려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11개의 유명 병원을 기꺼이 찾아 다녔다.

그러나 여러 합병증이 겹친 L 씨는 결국 6년 전인 2018년 10월에 온재활요양병원에까지 오게 됐다. 그는 재활치료와 함께 요양간병을 위해 현재까지 계속 입원 치료 중이고 앞으로도 완전한 회복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천도 변한다는 11년 동안 연로한 부모는 한결같은 지극한 정성으로 오늘도 L 씨 옆에서 간호와 시중을 들고 있다.

이러한 정성 노력 희생은 부모가 아니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로 생각된다. 2600여 년 전 노자가 설파한 ‘이이불해 위이부쟁(利而不害 爲而不爭)’이라는 말은 이런 부모님의 가없는 정성과 은혜에 딱 부합된다고 본다.

공자(孔子)가 노자(老子)를 만나러 갔다고 한다. 노자는 공자를 보고 한마디 한다. “큰 부자가 재산을 깊이 감추어 없는 것같이 하고 어진 사람은 얼굴에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해야 하는데 그대는 그 교만한 생각을 버려라. 무엇을 알기에 그렇게 잘난 척하는가. 총명한 사람이 그를 망치는 것은 다 남의 허물을 잘 말하기 때문이니 부디 조심해서 남의 나쁜 면과 그른 것을 입 밖에 내지 말라.” 공자는 그의 말을 듣고 “노자는 용과 같다”고 크게 탄복했다 한다.

이런 글을 읽으면 우리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간은 순수하고 성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종교적 표상이나 하늘의 별을 보면서 성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그 표상이나 별이 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는 거룩하고, 성스럽고 선한 것을 터치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어서라고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 聖人不積 旣以爲人己愈有 旣以與人己愈多 天之道 利而不害 聖人之道 爲而不爭(신언불미 미언불신 선자불변 변자불선 지자불박 박자부지 성인부적 기이위인기유유 기이여인기유다 천지도 이이불해 성인지도 위이부쟁)’ 이라고 설파했다. ‘신의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감언)은 신의가 없다. 선한 사람은 말을 잘하지 못하고, 박학한 자는 알지 못한다. 성인은 쌓아두지 않고 사람들을 위해 다 쓰기에 더욱 넉넉해지고, 사람들에게 주느라 다 쓰기에 더욱 많아진다. 하늘의 도는 이롭게만 할 뿐 해롭게 하지 않고, 성인의 도는 타인을 위하는 일만을 할 뿐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말은 우리 인간 모두에게 해당되는 경구이나 다수의 대중을 이끌어가는 위정자에게 특히 해당된다. 공기 물 햇볕 등은 우리에게 이로움만 줄 뿐 ‘나 때문에 너희가 잘 살아가지’라며 뽐내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우리의 부모도 가없는 사랑을 줄 뿐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사회의 지도자들도 공기 물 햇볕과 같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큰 사랑과 이로움을 줄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혹시라도 타인에게 큰 해를 끼치거나 싸움이나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도 숙고해 봐야 한다. 가정의 달 5월은 가없는 사랑의 달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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