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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저출생부를 둘러싼 시선

교육·복지·노동 정책 총괄…여가부 폐지 연동시 난항

부처 신설 함께 원인 분석, 성평등 문화 정착도 시급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4-05-20 19:18:2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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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1만9362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보다 1년 만에 3.3%나 줄어들면서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월 출생아 수 2만 명 선이 무너졌다. 지난 2018년 3만 명 선이 깨졌다. 2만 명 선까지 무너지는 데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출산율 저하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빠르다. 이대로 가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하락할 게 뻔하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 출산율이 1.59명인데 출산율 1명이 안 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 국가에서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대한민국 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 저출생부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출산한 어머니와 아기. 국제신문DB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가칭)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생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교육·복지·노동을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저출생 극복을 국가적 어젠다로 만들 계획이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생 관련 정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이끈 경제기획원과 같은 위상을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저출생수석실 신설을 대통령실에 지시했다. 차관급인 초대 저출생수석은 체감도 높은 정책을 내놓도록 40대 다둥이 워킹맘이 될 전망이다.

저출생은 우리 사회에 닥친 절박한 문제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출산율은 세계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저출생부와 저출생수석실이 생기면 상황의 반전을 모색할 정책 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새로 조직을 만드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이 컨트롤타워를 맡는 저출산고령위원회의 성과가 시원찮은데 자칫하면 부처만 늘려 옥상옥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출생률을 높이지 못한 이유가 전담 부서나 부총리가 없어서가 아니지 않은가.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담 부처 설치에 급급하면 부처 간 업무 중복과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생을 고민한 일본도 지난해 4월 새 부처인 ‘아동가정청’을 설립해 저출산과 보육정책을 전담하게 했다. 전담부처 신설이 쉬운 일이 아니란 뜻이다. 저출생을 담당할 부처 신설은 지난 4·10 총선에서 여야가 공통으로 내놓은 공약이어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와 연동돼 녹록한 일은 아니다. 정부는 신설되는 저출생부 역할에 여가부 기능이 일부 포함돼 애초 기조대로 여가부 통폐합을 추진할 방침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정부조직법 개정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저출생 원인은 노동 교육 국가균형발전 등 여러 분야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다. 특히 외환 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한 이유가 크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불안정한 고용 상태와 낮은 소득 수준은 결혼과 육아를 어렵게 한다. 치열한 교육 경쟁도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게 한다. 여성에게 육아 부담이 집중된 가운데,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육아휴직 제도가 잘 갖춰진 기업이라고 해도 업무 공백기를 가진 후 복귀하면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승진이 늦어지니 여성이 출산을 미룬다.

지난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의 ‘제9차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위원들은 현 정부 들어 성평등 정책이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여가부 폐지 방침 탓이 적지 않다. 위원회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원활하게 이행되도록 감독하는 기구다. 우리나라는 1984년 12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했다. 여성 권익이 보장된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 성평등 수치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년 세계 성별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전년보다 6단계나 하락한 105위를 기록했다. 정치(88위) 교육(104위) 경제(114위) 등 세 분야의 지수가 모두 저조했다.

여가부는 성평등 문화 확산, 여성 인력 개발·활용, 가정폭력·스토킹·교제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여가부가 폐지되면 법무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등 타 부처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토록 요구하기 힘들어진다. 물론 여가부가 없어졌다고 성평등 정책이 퇴행했다고 단언할 순 없다. 하지만 여가부가 없어지면 이런 정책을 어떻게 수행할지 정부가 밝히지 않아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현금성 지원을 늘린다고, 총괄 부서를 신설한다고 출산율이 드라마틱하게 올라가진 않는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평등 문화가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 정부는 저출생부 신설과 함께 성평등 정책을 수행할 방안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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