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은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범전동 양정동 부전동 일대가 차량으로 넘쳐 일대 도로가 마비됐다. 근처 도로의 끝차선은 예외 없이 주차행렬이었다. 워낙 인파가 붐벼 그 넓은 공간에서 어깨가 부딪힐 정도였다. 그날 그곳은 종일 축제였다. 내달 1일 개장 10주년을 맞는 부산시민공원은 이렇게 출발했다. 미국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고 서울에 서울숲공원이 있다면 부산에는 부산시민공원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 100%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시민공원은 이제 부산의 랜드마크로 시민의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산지가 많아 굴곡이 심한 부산에서 드물게 평지 공원이 도시 한가운데 있다는 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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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민공원 전경. 일제의 점령과 해방 후 미 하야리아 부대의 주둔으로 외부인의 땅 취급을 받다가 2014년 5월 1일 부산시민공원으로 개장했다. 내달 1일로 10주년을 맞는다. 국제신문 DB |
이 축복의 땅은 한국 근대사가 응축된 100년 세월을 오롯이 담고 있다. 철저히 외부인의 것이었다. 1910년 국권을 찬탈한 일본은 공장을 마구 지었고, 이후 여가 시설로 경마장을 만들었다. 태평양전쟁이 터지자 일본은 병참기지로 활용했다. 광복 후엔 소유주만 바뀌었다. 미군이 점유하더니 한국전쟁 이후에는 하야리아 기지를 세운다. 부대 내 한국 노동자의 손을 거쳐 미 군수품이 유통되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집창촌’ ‘양공주’가 오버랩되는 어두운 시기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하야리아 부대를 반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2010년 1월 미군에게서 기지 열쇠를 넘겨 받았다. 시민이 뜻을 모아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시민공원 의미는 남다르다.
잔디광장만 축구장 6배에 달하는 시민공원은 도심 평지공원이라는 장점 덕분에 시민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에는 860만 명이 방문했다. 한때 BTS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국내외 젊은이들이 대거 찾았다. 나무전봇대를 재활용해 부대 흔적을 되새기게 하는 기억의 기둥, 플라타너스 90여 그루 아래 넓은 평상이 녹음과 쉼터를 제공하는 기억의 숲, 시민공원 100년의 역사를 담은 옛 장교클럽인 공원역사관 등은 빠뜨려선 안 될 소중한 공간이다. 주말이면 공원 곳곳에서 장르를 달리하는 행사가 열리고 가족들을 위해선 친환경 생태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내년이면 부산콘서트홀이 바로 옆에 개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불과 한 달 뒤 개장한 송상현광장의 메타세콰이아가 완벽하게 숲을 형성한 것과 달리 시민공원의 110만 그루의 수목은 10년이 지나도 뙤약볕을 가려주지 못한다. 접근성도 부족하다. 부전역과 송상현광장과의 단절은 여전히 극복되지 않는 난제다. 주차장 부족도 해결이 시급하다. 특히 공원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품은, 시민에게 각인되는 행사가 보이지 않는 건 오래된 숙제다. 이제 10년을 달려왔다. 세계적 유명 공원은 시민 참여가 대세다. 시는 미래를 위해 명품화 용역을 한다. 그것도 좋지만 시민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빌려 창의적인 마인드로 시민공원을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원으로 꾸며야 하겠다. 명품은 관리비가 비싼 점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