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도 지지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내 ‘한 표’ ‘잘’ 행사하고 싶었다.
양 당 후보의 공약, 리더십 지지를 바탕으로 ‘선택’해야 하지만, “투표로 심판합시다” 공통된 구호 속, “개발하겠습니다” 공허한 말들을 보며, ‘누구를 뽑을지’에 대한 고민보다, ‘누가 되지 말아야 하는가, 당신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당일 투표소에 가서는 ‘차악’을 택했다.
선거 당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어떻습니까, 청년정책이 좀 보입니까?” 질문에 “전무하다”고 답했다. 비단 청년만 사라진 건 아니고 노인, 여성과 관련된 이야기, 불평등, 기후위기, 지역소멸, 전세사기 이슈조차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청년기본법 제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청년 공약이 등장했던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와 달리, 2022년의 청년의제·공약들은 저출산 대응책이나 민생 정책 안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 하는 시간. ‘내 삶을 반영하지 못하는 후보, 정당’이 가득한 상황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무력하고, 또 분노하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일말의 기대를 담아 ‘한 표’를 건넸다. 닿지 않을 메아리이나 작은 울림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정치를 바꿔낼 것이라 믿으며 투표지에 도장을 찍었다.
매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느껴지긴 하나, 오래 걸리더라도 앞으로만 나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어찌 되었든 총선은 끝이 났고, 당선인들은 정당세계관에서 벗어나 현실에 발 딛고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적으로 전환이 필요한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야 할 것이다.
‘파프리카 3000원, 파 한 단 4000원, 애호박 3000원’. 이상 기후, 농촌인구 고령화에 따라 농작물 가격 급등은 이제 상숫값이 되었다.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사업을 통한 단기간 할인이 물가 부담 완화의 해법이 될 순 없다. 기후위기, 지역소멸문제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각 지역별 청년인구유출 문제로 소거해, 지역 내 또는 지역 차원의 제로섬 게임으로 해결하도록 나둬서는 안된다.
‘전세사기 무서워, 단독·다가구 주택 월세 비중 70% 넘었다’. 주거불안 심각하다. 저소득 청년주거급여, 월세지원 등 제도 정비가 일부 있었으나, 청년들이 부담하는 주거비 비중은 여전히 상당하고, 최소한의 주거 여건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임대주택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2030 청년층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는데, 사회진입시기 청년들이 경험하는 주택 임대 과정의 불안 요소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10주년, 그럼에도 반복된 사회적 참사’. 아직 소식을 듣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일상에 대한 불안, 어른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마음에 자리 잡았다. 2년 뒤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자, “교실에 머물러 있으라”는 안내 방송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 듣고, 다들 어떤 일을 겪었는데,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우리 일단 나가자’”며 다함께 교실 밖으로 뛰어가기도 했다. 청소년 시기에 겪은 세월호 참사, 청년이 되어 겪게 된 이태원 참사까지 사회적 재난의 잔상은 아직까지 짙게 남아있다.
우리 사회에 산재한 문제들. 우리는 그것이 왜, 누구,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 선명하게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원인이 선명하지 않으니, 해결책과 책임자 또한 불분명했다. 선명하지 않으니 어지럽고, 내 일이 아니니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은 상황이 반복됐다.
원칙과 기준 없는 허용, 외면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 주권자로서 선거 당일 투표함에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권리이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내 손으로 직접 뽑은 그 사람이, 혹은 내가 뽑진 않았으나 우리 사회의 지지로 당선된 그 사람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들이 ‘얼마의 혜택을 주겠다’ 약속을 남발했었다면, 우리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따져 물어야 하고, 국가의 지원체계 부재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었다면, “분명한 입장과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책임’이 살아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책임’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