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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중의 재테크 칼럼]'육각형인간'이란 시대상

  • 하이투자증권 부산WM센터 차호중 부장
  •  |   입력 : 2024-04-19 15: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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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증권 부산WM센터 차호중 부장
‘육각형’ 이라는 단어가 ‘모든 역량을 두루 갖추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요즈음이다. 어떤 대상의 여러 가지 특성을 비교분석할 때, 그 기준을 축으로 하는 육각형 이미지를 그리곤 하는데, 이를 ‘헥사곤 그래프(Hexagon graph)’라 한다. 여기서 모든 축이 끝까지 꽉 차 완벽한 모습을 보이면 정육각형이 되기 때문에, 육각형은 종종 ‘완벽’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요즈음 사람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은 이러한 육각형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특기를 비롯한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모아 만든 이상적인 인간을 ‘육각형 인간’이라 명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육각형 인간은 아무나 쉽게 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따라서 달성하기 힘든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요소보다 운명처럼 타고난 요소를 더 중시한다.

‘육각형 인간’은 여섯 가지 각을 가진다는 의미로, 전통적인 사회에서 요구되는 단일한 역할이나 능력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능숙한 인재를 의미한다. 사회적 완벽주의가 일반화 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을 상징하는 단어다. 젊은세대 사이에서 남들에게 완벽함을 보여줘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타인을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사회적 완벽주의’가 ‘육각형 인간’의 등장배경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시대는 겉으로 보기에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육각형 인간’이라고 정의하고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한두 가지 영역의 성취만으로는 육각형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것, 어쩌면 운명처럼 타고나야 하는 것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야 육각형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에는 신랑감 평가 시 ‘외모는 잠깐이고 능력은 영원하다’는 생각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빼어난 외모를 갖는 것이 더 낫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외모는 유전적인 속성이라 성형이나 화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는 있지만 그 노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외모 중에서 타고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속성은 ‘키’다. ‘키’를 육각형의 중요속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어릴 때부터 관리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아이돌(Idol)’과 관련된 이슈들을 소셜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노래, 연기, 댄스 실력처럼 아이돌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에 대한 언급은 줄어드는 반면 외모, 성격, 집안에 대한 언급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돌 역시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는 능력 뿐 아니라 착한 성격에 공부도 잘해야 하고, 학폭 문제도 없어야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소위 ‘완성형 아이돌’을 바라는 시대에 접어 든 것이다.

웹툰(Webtoon)에서조차 노력 없이 무언가를 이루는 환상적인 스토리(Story)가 인기를 얻고 있다. 콘텐츠에서 조차 사람들은 노력형 캐릭터(Character)가 아닌 애초부터 최강자로 타고난 주인공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면이 완벽한 육각형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 증거를 댈 수 있을 정도가 된 상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숫자가 바로 ‘돈’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돈이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요즈음은 그야말로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가장 안정적이고 평균수입이 높은 직업으로 평가되며 입시를 앞둔 수험생 가운데 엄청난 인기가 있다.
심리학자 토머스 커런 박사팀이 미국, 영국, 캐나다지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남들에게 완벽함을 보여줘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타인을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사회적 완벽주의’가 일반화된 현상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겪는 동안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노력신화’가 무너지고 있다는데 있다.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노력신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집안, 외모, 재능까지 타고나야 가능한 ‘육각형 인간’이 신대의 성공신화로 대체되고 있는 양상이다.

육각형 인간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모습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형일지 모른다. 육각형 인간인 타인과 본인을 비교하며, 완전한 모습을 설정하고 추구하며 나아가 놀이문화로 까지 전개되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반면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육각형 인간’의 기준에 다가서기 위해 힘겨운 삶의 여정 가운데 허덕이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에는 학력, 직업, 소득 등을 통해 계층 간 이동이 가능했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계층 간 이동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외모, 성격,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또 다른 완벽함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에 있다.

개인주의도 ‘육각형 인간’이 시대상으로 떠오르며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삶을 설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육각형 인간’이 자신만의 개성과 가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반영한 트랜드(Trend)이기 때문이다.

‘육각형 인간’의 소비 형태도 특이하다. 자신의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측면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따라 자기개발과 자기 투자에 집중하는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Service)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개별적인 취향의 소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요소에 대한 동경이 강해졌다는 점이 이전에 추구한 ‘완벽성’과의 차이점이다. 이는 경제적인 환경변화로 파생된 측면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전후 자산폭등의 시기를 겪고 고물가 상황을 맞이하면서 ‘부자로 올라서기’ 더욱 더 어렵게 됨을 스스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부자에 대한 동경과 선망이 더욱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요소를 선망한다는 것은 계층이동의 감소를 의미하고, 동시에 계층이동의 불가능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비율이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젊은 층들 사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산층 계층의식 및 계층이동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생애주기 동안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가장 낮은 집단이 Z세대로 나타났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과 같이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계층이동의 감소가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것에 있다.
Z세대(Generation Z)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나 젊은 세대를 말하며, MZ세대(MZ Generation)란 1980년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0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특징으로는 스마트폰(Smart Phone)과 인터넷(Internet) 등 디지털(Digital) 환경에 익숙하다. 변화에 유연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이나 시간을 사용하는데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로부터 MZ세대로의 부의 이전이 시작된 것도 최근 ‘육각형 인간’ 형성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카카오뱅크,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 페이와 같은 금융 플랫폼(Platform) 기업의 성장도 MZ세대의 부상과 무관하지 않다. 2040년 즈음에 베이비붐 세대가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MZ세대가 세계인구의 50%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뿐 아니라 주식, 채권 그리고 가상화폐 등 금융전반에 있어서도 소수의 막대한 부를 축적한 MZ세대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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