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사난장] 백년전쟁, 건국전쟁 그리고 4월

이승만 다룬 영화 ‘건국전쟁’ 과대한 공적 포장, 과오 덮어

반공·극우 이데올로기 편승, ‘백년전쟁’ 역사적 잘못 조명

김요아킴 시인·부산 경원고 교사

  • 김요아킴 시인·부산 경원고 교사
  •  |   입력 : 2024-04-18 19:42:1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2월에 개봉한 영화 ‘파묘’가 벌써 1000만 관객을 상회하는 기록을 달성하며 오컬트 장르로서의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통해 자신만의 영화적 감성을 구축한 장재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공포 스릴러라는 기본 프레임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무속신앙과 풍수지리를 결합시키면서 불편한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를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이에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만든 김덕영 감독이 자신의 SNS를 통해 “반일(反日)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이를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 하고 있다”며 이념논쟁을 부추기는 극단적 발언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 ‘건국전쟁’은 영화 제작사의 표값 환급 이벤트와 관객 강제 동원, 그리고 보수 언론의 우호적인 기사 등 영화 외적으로도 논란의 소지를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내용 구성에서도 편향된 시각이 주를 이룬다. 새롭게 발굴된 자료라는 요란한 선전 속에 이승만의 행적을 끊임없이 왜곡 미화하면서 그를 영웅이라 치켜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립운동의 성과와 대미 외교력, 그리고 농지개혁과 참정권으로 여성의 인권을 실현했다는 공적을 과도하게 부각시키며 민주주의의 신봉자로 탈바꿈시켰다. 수많은 과오와 범죄행위에 대해선 오히려 침묵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광복 이후 발생한 제주 4·3 사건을 단독정부 수립을 방해하려는 남로당의 무장투쟁에서 비롯됐다는 역사 인식과 더불어 한국전쟁 때 국민보도연맹과 관련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 채 당시 한강 인도교 폭파 민간인 인명 피해와 1960년 3·15 부정 선거는 이승만과 무관하다는 등의 논리를 펴고 있다.

문제는 이 영화를 관람한 정부 여당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이제 영웅은 외롭지 않다고 말하면서 이에 동조하는 많은 여권 인사 또한 관람 인증 릴레이에 동참했다. 이미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진정한 자유와 민주를 요구했던 거대한 시민의 혁명을 통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망령처럼 우리 사회에 반공(反共)과 극우적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여전히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한 인물에 대한 공과(功過)는 늘 양면적이지만, 이승만에게 있어 그의 과오를 단지 그 공적으로 덮어버리기엔 너무도 감당키 힘든 상황임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건국전쟁’을 통해 다시 주목받는 영화가 ‘백년전쟁’이다. 이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병합한 1910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 근현대사 100년 속에 대립하는 세력들을 시리즈 형식으로 김지영 감독에 의해 2012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인데, 그 1부로 ‘두 얼굴의 이승만’ 편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영화 첫머리에 ‘우리가 어떤 나라에 쳐들어가면 한쪽엔 저항세력(resistance), 다른 쪽엔 협력자(collaborator)가 있고, 그 사이에 머뭇거리는 대중이 있다’는 나치 선동가 괴벨스의 말을 인용하며, 포스터 사진으로 안중근 김구 윤봉길 여운형 장준하와 이승만 서정주 방응모 박정희 백선엽을 각 세력의 대표로 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승만을 김구를 비롯한 동시대 독립운동가와 그 행적을 교차시키며 그가 얼마나 겉과 다르게 권력지향적이고 사적 이익만을 추구한 인물인지를 신랄하게 파헤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이승만 유족으로부터 제작자들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하고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기도 했지만, 모두 무죄 판결이 남으로써 다시 한번 그에 대한 평가가 역사적으로 검증되기도 했다.

이승만이 일제강점기 임시정부부터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리고 하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치적으로 탄압받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는지 한번 곰곰이 따져봐야 할 아침이다. 오늘은 이승만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온 국민이 거리마다 피로써 진정한 자유를 쟁취해 낸 4·19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향한 그때의 거대한 함성이 다시 지금 우리의 현실 속으로 새롭게 뿌리내리길 간절히 바라며 김수영 시인의 시 한 구절로 4월의 그날을 떠올려 본다.

‘선량한 백성들이 하늘같이 모시고 / 아침저녁으로 우러러보던 그 사진은 / 사실은 억압과 폭정의 방패이었느니 / 썩은 놈의 사진이었느니 / 아아 殺人者의 사진이었느니’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씻자’ 중에서)

※외부 필자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살고자 쫓겨서 시작한 자영업…실패한 도박이었다
  2. 2삼익비치, 부산 특별건축구역 지정 ‘도전장’
  3. 3[부산 법조 경찰 24시] 일동 삼부자의 나비효과…전직 경찰·공무원 등 28명 재판행
  4. 4부산 총선 당선인 1호 법안 ‘재건축 완화’ 최다
  5. 5병역·폭행 구설에도 굳건했건만…음주 뺑소니로 몰락한 ‘트바로티’
  6. 63명 부상 악조건에도…거인, 삼성에 위닝시리즈
  7. 7법조인 출신 곽규택 해사법원, 기장 정동만 고준위법 재발의
  8. 8부산 동서고가로 트레일러 중앙분리대 들이받아 …출근길 주요도로 정체
  9. 920년 단골 손님의 배신…친분 이용해 14억 갈취
  10. 10부산고 황금사자기 2연패 불발
  1. 1부산 총선 당선인 1호 법안 ‘재건축 완화’ 최다
  2. 2법조인 출신 곽규택 해사법원, 기장 정동만 고준위법 재발의
  3. 3고준위·산은·글로벌허브법 다시 가시밭길
  4. 4부산 당선인들, 의원회관 ‘기피층’ 6층 피했다
  5. 5총선 이후 부산 첫 방문한 이재명 “지선후보 선발 당원 참여 높일 것”
  6. 6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관위원장에 부산 5선 서병수 임명
  7. 7김진표, 연금개혁 원포인트 처리 시사…與 “졸속 추진” 반발
  8. 8한·일·중 정상회의 돌입…27일 공동선언문 ‘비핵화’ 담길까
  9. 9한일 “내년 수교 60년 관계 도약을”…한중 ‘외교안보대화’ 신설(종합)
  10. 10尹 “라인사태, 한일관계와 별개…관리해야”
  1. 1삼익비치, 부산 특별건축구역 지정 ‘도전장’
  2. 2부산연고 ‘BNK 피어엑스’ 탄생…e스포츠에도 부산 바람
  3. 3지역 정착 20년 한국거래소, ‘부산시대 업그레이드’ 선언
  4. 4‘컨트롤타워 부산’ 역할 강화…파생금융·밸류업 가속도
  5. 5부산신보 보증 100만 건 돌파…강서·기장영업점도 곧 문연다
  6. 6부산도시公, 31일부터 저소득층 전세임대 50가구 접수
  7. 7부산중소벤처기업청장에 김한식 전 경기청장 취임
  8. 8컬리 새벽배송 9년간 협력사 매출 40배 껑충, 대표사례는 부산에
  9. 9"이스라엘·하마스 확전 땐 국제유가 최고 150달러 가능성"
  10. 10분산법 앞둔 부산, 신항 태양광 등 활용 '통합발전소' 구축 검토
  1. 1살고자 쫓겨서 시작한 자영업…실패한 도박이었다
  2. 2[부산 법조 경찰 24시] 일동 삼부자의 나비효과…전직 경찰·공무원 등 28명 재판행
  3. 3병역·폭행 구설에도 굳건했건만…음주 뺑소니로 몰락한 ‘트바로티’
  4. 4부산 동서고가로 트레일러 중앙분리대 들이받아 …출근길 주요도로 정체
  5. 520년 단골 손님의 배신…친분 이용해 14억 갈취
  6. 6‘VIP 격노설’ 다른 해병대 간부 증언도
  7. 7부산대 양산캠퍼스 양산시 유휴지 개발 문제 돌파구 찾나
  8. 8“조폭이다” 부산 번화가 한복판서 무차별 폭행
  9. 9공수처, 옥영미 전 부산강서경찰서장 소환…이재명 피습 현장보존 관련
  10. 10“국가·자치 경찰 역량 융합위해 노력할 것”
  1. 13명 부상 악조건에도…거인, 삼성에 위닝시리즈
  2. 2부산고 황금사자기 2연패 불발
  3. 3통산 상금 57억9778만 원…박민지, KLPGA 1위 등극
  4. 4PSG, 프랑스컵도 들었다…이강인 이적 첫 시즌 3관왕
  5. 5한국 양궁, 파리올림픽 금 정조준
  6. 6'테니스 흙신' 나달, 은퇴 번복하나
  7. 7롯데 ‘안방마님’ 장타력이 살아난다
  8. 8낙동중 2년 만에 소년체전 부산대표로
  9. 9통영동원로얄컨트리클럽- 순금 상패·현금 등 홀인원 이벤트…사계절 라운딩의 재미 배가
  10. 10흙신 나달 롤랑가로스서 ‘유종의 미’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축복의 계절
과학계의 스승과 제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지역 창업기획자가 부산의 미래다
해외직구식품, 현명한 선택과 소비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선한 영향력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꾀끼깡꼴끈
신경림의 사랑노래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부산서 모색하는 해양산업 미래…‘해양주간’ 개막
의대 증원 확정필수·지역의료 개혁 빈틈 없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옥에서 국가명승으로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위하여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세상을 뒤흔든 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