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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의 세상현미경]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

  •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
  •  |   입력 : 2024-04-18 19:40:1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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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인구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1.58명(2021년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결국 내국인 총인구가 4985만 명으로 5000만 명 선이 깨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인구정책 실패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은 공업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다. 국가의 부에 비해 너무 많은 인구로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역대 정부들은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1963년부터 국민계몽이 본격화되었다. 산아제한 표어 중 하나가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었다. 계몽에만 그치지 않았다. 피임약과 기구가 배포되었고, 남자들에겐 무료 불임수술도 제공되었다. 효과는 강력하게 나타났다. 1970년의 합계 출산율은 4.53명이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1.5~1.7명이 되었다. 이때 이미 한국은 저출산 국가로 빠져들고 있었다. 2000년에는 1.3명대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1990년대는 물론이고 2000년 이후에도 변변한 출산장려 정책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2018년 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가 인구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태에서 인구감소의 결정적 요인이 등장했다. 1990년 이후 나타난 주요 기업의 해외이전이었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의 수출국가다. 이런 산업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하다. 1990년 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경쟁력은 최상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중국이 수출시장에 뛰어들자 한국의 가격경쟁력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저렴한 노동력이 있는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주요 대기업이 해외로 줄줄이 빠져나갔다. 이들과 협력하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빠져나갔다. 기업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지방 주요 산업단지가 황폐화되었다. 일자리도 빠르게 사라졌다. 수도권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이곳에는 대기업의 본사가 밀집돼 있었다. 지방의 인력이 일자리가 많고 급여도 좋은 수도권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기업의 해외이전은 국내투자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1990년 이후 30년 동안 기업들은 국내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그만큼 신규 고용은 줄고 인력 감축은 늘었다. 자연스럽게 가정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외벌이 남편에 의해 가정이 돌아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남편과 아내가 같이 벌어도 가정형편이 만만치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였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자녀만 낳았다. 환경이 어려워지면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이 모든 동물의 본능이다. 경제 환경이 어려워지자 결혼도 늦어지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이면 결혼하던 풍조는 20대 후반으로 밀려났고, 이제는 30대 초반도 빠른 결혼이 되었다. 아예 결혼 계획이 없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고,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면 한국은 끝인가. 아니다. 희망이 있다. 한국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어서다. 한국의 첨단산업이 열쇠다. 다행히 한국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는 첨단산업군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여는 핵심기술인 2차 전지 기술을 가지고 있다. 중국도 2차 전지에 강하지만 기술과 품질 수준에서 한국이 위다.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에서의 경쟁력도 막강하다.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최고급 생산국은 한국이다. LNG나 암모니아 수송선 등 첨단조선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글로벌 선두다.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의 어떤 나라도, 심지어 미국도 이들 첨단산업을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 무기산업에서도 대박 날 조짐이 보인다.

다만 문제가 있다. 이들이 핵심 주력산업으로 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기존 주력산업의 쇠퇴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석유화학 철강 기계공업 등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요약하면, 새로운 털이 나오는 속도는 느리고 기존 털은 빠르게 빠지는 형국이다. 향후 5년이 털갈이가 진행되는 시간이다. 이 기간에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1000조 원의 기업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3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이것은 매우 질 좋은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다. 좋은 일자리는 가정에 여유를 줄 것이고, 경제문제로 힘들었던 가정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이때쯤 인구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잡을 수 있다. 정부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난 18년 동안 380조 원을 썼고, 최근 몇 년에도 연간 50조 원이 넘는 돈을 출산정책에 썼다. 이젠 치밀한 계획하에 적확하게 써야 한다. 향후 5년은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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