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동기간

양민주 시인·수필가

  • 양민주 시인·수필가
  •  |   입력 : 2024-04-16 19:48:5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칠 남매는 오롯이 건강하다. 막내가 지난해 환갑을 넘겼으니, 우리 나이는 60대 초반에서 70대 후반까지 분포돼 있다. 아버지는 세상을 조금 일찍 떴지만, 어머니는 장수하셨다. 어머니가 땅보탬 되신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당신은 살아생전에 동기간의 우애를 늘 말씀하셨다.

칠 남매에게도 위태로울 때가 있었다. 그중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둘째 누님이 큰 시련을 겪었다. 둘째 누님은 10대 중반에 장티푸스를 앓아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그때의 모습이 아슴푸레 떠오른다.

새봄을 맞아 집안 곳곳에는 작약꽃이 새순을 올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작약 뿌리를 수확하셨는데 누님은 늘 그 곁에 있었다. 야윈 몸에 붉은 스웨터를 입고 있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도 측은해 보였다. 아버지는 넷째는 몸이 아프니 무엇이든 양보하라고 하면서 사랑을 많이 주셨는데 가족들은 이런 일에 불평하지 않았다.

축담 아래 꽃밭에서 따뜻한 햇볕을 한동안 쬐고 병마와 싸운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는 것이 누님의 일상처럼 보였다. 살고자 하는 의지와 부모님의 지극한 간호로 곡우(穀雨)에 비 맞은 신록처럼 누님의 병은 깨끗이 나았다.

서울에 살고 계신 누님은 올해 고희를 맞았다. 누님 자리에서 보면 위로 오빠 둘 언니 하나, 아래로 여동생 둘 남동생 하나다. 모두 다 갖춘 셈이다. 그런 누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퇴직해 작은 갤러리를 연 내가 보고 싶어 부산에 계시는 큰 누님과 김해로 오겠단다. 창녕에 사는 셋째 누님께도 전화했지만, 집안일로 오지 못한다고 하여 둘만 온다고 한다. 나는 기분이 들떠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겠노라며 점심시간에 맞춰 오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음 날 두 분 누님이 오셨다. 근처 맛집인 삼계탕집으로 향했다. 삼계탕집 앞에는 개인 사정으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소고기 전골집으로 향했다. 거기도 정기 휴일이라며 문을 닫았고 생선초밥집도 문을 닫았다. 짚어보니 월요일이라 쉬는 음식점이 많았다. 문을 연 음식점은 분식집뿐이었다. 들깨칼국수를 시켜 먹었는데 두 누님은 내가 미안해할까 봐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칼국수가 맛있다며 남김없이 드셨다.

나는 괜히 머쓱해졌다. 점심을 먹고 셋째 누님이 못 온 것을 아쉬워하며 김수로왕릉에서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둘째 누님은 오는 가을에 늦둥이가 장가를 든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덧붙여 막내 여동생이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소식도 전해준다. “걔는 환갑 지나 공부하면 학비가 아깝지도 않은 지 몰라”하면서도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갤러리에서 조촐한 다과를 놓고 앉았다. 두 누님이 잠시 나갔다가 오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화장실에 갔겠거니 하고 기다리는 데 한참을 지나 큰 누님이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들어온다. 봉지를 내밀며 “너와 올케 양말 두 세트 샀다”하신다. 둘째 누님은 한참을 지나도 오지를 않는다. 걱정되어 문밖에서 기다리는데 멀리서 자기 키의 절반이 넘는 휴지 꾸러미와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힘겹게 걸어오신다. 쫓아가 받으니 “갤러리 잘되라고 휴지와 딸기 샀다. 딸기는 올케 갖다주어라”하신다. 그러면서 슈퍼를 찾느라 헤맸단다.

기차 시간이 되어 누님들을 구포역으로 모셔다드렸다. 큰 누님은 차로 댁까지 모시려 했으나 굳이 구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겠단다. 지하철을 타면 공짜인데, 동생의 자동차 기름값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배려일 것이다. 둘째 누님이 큰 누님을 바래다주고 가겠다며 팔짱을 끼고 지하철역으로 간다. 계단을 오르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왠지 가슴이 울컥했다. 동기간의 정이란 게 이런 것이지 싶다. 사족이지만 나는 불혹을 넘기면서 누나를 누님으로 부르고 있다.

칠 남매는 오롯이 건강하다. 내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지만, 훌륭한 분들이셨다. 칠 남매를 낳아 동기간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셨으니까!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장삼이사로 살아간다. 동기간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우리네 젊은 부부도 아이들을 둘 셋 낳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삼익비치, 부산 특별건축구역 지정 ‘도전장’
  2. 2“다른 방법이 없어요” 살기 위해 자영업 매달리는 5060들
  3. 3병역·폭행 구설에도 굳건했건만…음주 뺑소니로 몰락한 ‘트바로티’
  4. 4[부산 법조 경찰 24시] 일동 삼부자의 나비효과…전직 경찰·공무원 등 28명 재판행
  5. 5부산 총선 당선인 1호 법안 ‘재건축 완화’ 최다
  6. 6법조인 출신 곽규택 해사법원, 기장 정동만 고준위법 재발의
  7. 720년 단골 손님의 배신…친분 이용해 14억 갈취
  8. 83명 부상 악조건에도…거인, 삼성에 위닝시리즈
  9. 9부산고 황금사자기 2연패 불발
  10. 10원수 권율 압박에 못이겨 부산 출정…원균은 끝내 사지로
  1. 1부산 총선 당선인 1호 법안 ‘재건축 완화’ 최다
  2. 2법조인 출신 곽규택 해사법원, 기장 정동만 고준위법 재발의
  3. 3고준위·산은·글로벌허브법 다시 가시밭길
  4. 4부산 당선인들, 의원회관 ‘기피층’ 6층 피했다
  5. 5총선 이후 부산 첫 방문한 이재명 “지선후보 선발 당원 참여 높일 것”
  6. 6김진표, 연금개혁 원포인트 처리 시사…與 “졸속 추진” 반발
  7. 7尹 “라인사태, 한일관계와 별개…관리해야”
  8. 8한·일·중 정상회의 돌입…27일 공동선언문 ‘비핵화’ 담길까
  9. 9한일 “내년 수교 60년 관계 도약을”…한중 ‘외교안보대화’ 신설(종합)
  10. 10채상병특검법 28일 재표결…민생법안은 여야 대치에 물거품
  1. 1삼익비치, 부산 특별건축구역 지정 ‘도전장’
  2. 2지역 정착 20년 한국거래소, ‘부산시대 업그레이드’ 선언
  3. 3부산연고 ‘BNK 피어엑스’ 탄생…e스포츠에도 부산 바람
  4. 4‘컨트롤타워 부산’ 역할 강화…파생금융·밸류업 가속도
  5. 5부산신보 보증 100만 건 돌파…강서·기장영업점도 곧 문연다
  6. 6부산중소벤처기업청장에 김한식 전 경기청장 취임
  7. 7부산도시公, 31일부터 저소득층 전세임대 50가구 접수
  8. 8부산서 발리·자카르타 바로 간다…직항 운수권 확보
  9. 9단말기 없어도 하이패스 차로 통과 뒤 사후 정산 방식 시범 운영
  10. 10금투세 폐지 등 尹정부 주요 경제정책 좌초
  1. 1“다른 방법이 없어요” 살기 위해 자영업 매달리는 5060들
  2. 2병역·폭행 구설에도 굳건했건만…음주 뺑소니로 몰락한 ‘트바로티’
  3. 3[부산 법조 경찰 24시] 일동 삼부자의 나비효과…전직 경찰·공무원 등 28명 재판행
  4. 420년 단골 손님의 배신…친분 이용해 14억 갈취
  5. 5‘VIP 격노설’ 다른 해병대 간부 증언도
  6. 6“국가·자치 경찰 역량 융합위해 노력할 것”
  7. 7오늘의 날씨- 2024년 5월 27일
  8. 8‘부산대·동의대 축제도’ 뉴진스, 대학 축제 수익금 전액 기부
  9. 9아파트 부실시공 문제 제기 입주예정자들 거꾸로 고소한 건설사 사장 등 기소
  10. 10의대 '지역인재전형' 2000명 육박 부산·동아대 등 정원의 70% 내외
  1. 13명 부상 악조건에도…거인, 삼성에 위닝시리즈
  2. 2부산고 황금사자기 2연패 불발
  3. 3PSG, 프랑스컵도 들었다…이강인 이적 첫 시즌 3관왕
  4. 4통산 상금 57억9778만 원…박민지, KLPGA 1위 등극
  5. 5한국 양궁, 파리올림픽 금 정조준
  6. 6'테니스 흙신' 나달, 은퇴 번복하나
  7. 7롯데 ‘안방마님’ 장타력이 살아난다
  8. 8낙동중 2년 만에 소년체전 부산대표로
  9. 9통영동원로얄컨트리클럽- 순금 상패·현금 등 홀인원 이벤트…사계절 라운딩의 재미 배가
  10. 10흙신 나달 롤랑가로스서 ‘유종의 미’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축복의 계절
과학계의 스승과 제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지역 창업기획자가 부산의 미래다
해외직구식품, 현명한 선택과 소비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선한 영향력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꾀끼깡꼴끈
신경림의 사랑노래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부산서 모색하는 해양산업 미래…‘해양주간’ 개막
의대 증원 확정필수·지역의료 개혁 빈틈 없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옥에서 국가명승으로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위하여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우리 시대의 올바른 복지 원칙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세상을 뒤흔든 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자신과의 경쟁’이 ‘경쟁 교육’ 대안이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자객공천’ 유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정명훈과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처음 보는 ‘무릉도원’
무호 이한복의 ‘운룡도’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