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상도 칼럼] 봄날은 간다

윤 대통령 5년 ‘여소야대’, ‘대파’로 각인될 22대 총선

발등의 불 ‘균형발전’ 뒷전…“일하라, 제대로” 바로 민심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4-04-15 19:50:39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국민의 회초리 겸허히 받겠습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국민의힘이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 내건 현수막 글귀다.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어 대통령 탄핵 및 개헌 저지선(200석)을 겨우 지켰다. 여당이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소수당인 첫 사례다. 국회의원 선거라지만, 윤석열 정권의 심판이었다.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등판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패장이 됐다. 선거가 야구와 다르듯, 반전은 없었다.

총선 표심은 일하는 국회를 원한다. 지난 10일 부산 부산진구 개성고등학교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국민의힘은 미래 세대를 껴안지 못했고, 중도층을 잃었고, 수도권에서 졌다. 특히 동서로 갈라진 정치 지형도를 두고 ‘삼국시대가 다시 왔다’는 힐난을 자초했다. 남북 대치 상황 속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에 기댄 지역당 수준으로 쪼그라든 모양새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이 회초리를 들었으니 철저한 반성과 혁신은 발등의 불이다.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국민은 1317만9769명이다. 지지자를 부끄럽게 만드는 정당 앞날은 뻔하다.

내달 10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 크다. 정권 심판론의 표적이 된 이유는 차고 넘친다. 윤 대통령은 선거 기간 30% 중반 지지율에 머물렀다. ‘경제 민생 물가’와 ‘독단적 일방적 국정 운영’ 그리고 ‘김건희 여사 문제’가 배경이다. 이는 무능 불통 오만으로 치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출범식 때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 국민이 꺼내든 경고장은 준엄하다. 대파가 그 예다. AP통신이 막말, 의사 파업과 함께 이번 선거 3대 키워드로 꼽았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란 윤 대통령 발언은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는 민심에 불을 질렀다.

대파하면 명지 대파다. 흰 줄기가 길고 단단하며, 대파 특유의 매운맛이 강한 덕분이다. 강서구 명지동 일대는 소금 산지였다. 그런데 1959년 태풍 ‘사라’가 염전을 폐허로 만들었다. 명지 주민들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시작한 대파 재배에 주목했다. 낙동강에서 흘러온 퇴적 토양이 대파 키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1960년대 이후 대파밭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명지 대파는 정부 품질인증 농산물로 처음 지정되며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윤 대통령이 명지에서 사전투표를 하면서 대파는 4·10 총선 상징으로 남았다. 지난 5일 부산항신항 7부두 개장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일정을 바꿔 같은 장소에서 투표했다. 그는 “마음 속에 대파를 품고 투표했다”고 밝혔다. ‘응징 투표’이자 ‘대파 투표’다. 조국혁신당은 비례 의석 12석을 얻으며 제3당이 됐다. 조 대표 주장처럼 ‘대파 혁명’이 이뤄진 셈이다.

국민의힘이나 윤 대통령이나 민심을 달래고 국정 쇄신안을 내놓아야 할 책무가 막중하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일관된 민심의 경고를 외면한 결과다. 말로만 ‘국민이 늘 옳다’면서도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 행보를 거듭하며 빚어진 일이다. 범야권에선 벌써 한동훈 특검, 김건희 특검을 거론한다. 협치가 없으면 식물정부가 되기 십상이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과이불개 시위과의·‘논어’ 위령공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주도하며 175석을 획득, 2028년까지 입법 권력을 쥐었다. 윤 정부 비판 재료로 대파를 물고 늘어진 이재명 대표는 3년 뒤 대권 도전의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을 향한 지지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토가 더해졌음을 누구나 안다. 원내 1당으로서 정책·입법 주도권 행사의 책임 또한 엄중하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비이재명계 인사에게 불이익을 주며 불거진 ‘비명횡사’는 이 대표가 진 빚이다.

이번 선거가 대파로만 각인되는 건 참으로 아쉽다. 시대의 화두인 저출산이나 기후위기 대응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을 여야가 인식하고 제대로 방안을 찾아야 마땅하다. 그나마 여야가 기후위기 대응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다행이다. 무엇보다 균형발전 대책이 미흡한 점이 뼈아프다. 수도권 집중이 불가피한 ‘서울메가시티’가 ‘득표용 불쏘시개’로 소비된 건 대표적인 나쁜 사례다. 도시 발전의 모멘텀이 절실한 부산에 생각이 미치면 속이 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1일 “거대 양당의 독식이 심화되고 위성정당 출현으로 비례대표제의 의미가 퇴색됐다”며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22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민생, 저출산과 경제재생, 균형발전, 복지, 기후위기 등을 꼽았다. 정쟁이 아니라 정책 경쟁을 하라는 의미다. 22대 국회의원 300명에게 생애 최고의 시간일 지금, 봄날은 금방 간다. 임기 4년이 마찬가지다. 제대로 일하는 국회가 바로 국민이 바라는 바다.

정상도 논설주간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함안 새차 ‘급발진’ 의심 사고…국과수 “가속 페달 작동 가능성”
  2. 2허경영 ‘신도 성추행 의혹’ 경찰 조사…“돈 뜯어내려는 것” 혐의 부인
  3. 313일, 오늘 오후부터 모레까지 장맛비.. 경남남해안 중심 강하고 많은 비
  4. 4현대차 올 임금협상 완전 타결
  5. 5'나홀로 자영업자' 지난달 13만명↓…8년 8개월來 최대 감소
  6. 6태권도장서 5세 아동 심정지, 관장 긴급체포…CCTV 삭제 정황
  7. 7유류세 인상에 기름값 지속 상승…휘발유 ℓ당 1700원 돌파
  8. 8'전 양산시 의원의 성추행 논란 의식했나' 양산시의회 의원 징계요건 대폭 강화
  9. 9일론 머스크, 트럼프에 거액 정치 자금 기부
  10. 10경남도립미술관에는 '모두를 위한 도슨트'가 있다
  1. 1곽규택 의원-보좌관 협업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연일 목청
  2. 2“野가 여론 왜곡”vs“尹부부가 배후”…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무혐의 공방
  3. 3이번엔 사천 의혹 등 ‘거짓말’ 충돌…극한 치닫는 원-한 갈등(종합)
  4. 4尹, 기시다와 정상회담 “북러 밀착, 글로벌 안보 심각한 우려”
  5. 5野 ‘노란봉투법·구하라법’ 등 당론 채택
  6. 6[뭐라노-이거아나] 필리버스터
  7. 7與 ‘尹탄핵 청문’ 권한쟁의심판 예고…野 “반대 청문도 환영”
  8. 8국힘 당권주자들 한목소리로 부산 발전 약속
  9. 9‘임성근 구명 로비’ 녹취록 파장…野 “尹 국정농단” 與 “李 방탄용”
  10. 10동북아물류플랫폼 등 부산 4대 사업 GB해제총량 예외 인정 받을까
  1. 1'나홀로 자영업자' 지난달 13만명↓…8년 8개월來 최대 감소
  2. 2유류세 인상에 기름값 지속 상승…휘발유 ℓ당 1700원 돌파
  3. 3새 폼팩터 UMPC 시장 후끈...'3040 키덜트' 설렌다
  4. 4부산 재건축 최대어 어디로…망미주공 ‘4파전 ’
  5. 5가덕신공항 공사 ‘공동도급 2→3社’ 입찰 조건 완화
  6. 6유커 감소·고환율에 직원·급여 줄이며 마른 수건 짜내기
  7. 7진해신항 컨부두 3번째 유찰…메가포트 차질 우려
  8. 8더위보다 뜨거운, 유통가 초복 마케팅
  9. 9CU, 초대형 아이스 아메리카노 출시
  10. 10부산에 로봇생태계 조성, 공동연구센터 설립 협약
  1. 1함안 새차 ‘급발진’ 의심 사고…국과수 “가속 페달 작동 가능성”
  2. 2허경영 ‘신도 성추행 의혹’ 경찰 조사…“돈 뜯어내려는 것” 혐의 부인
  3. 313일, 오늘 오후부터 모레까지 장맛비.. 경남남해안 중심 강하고 많은 비
  4. 4현대차 올 임금협상 완전 타결
  5. 5태권도장서 5세 아동 심정지, 관장 긴급체포…CCTV 삭제 정황
  6. 6'전 양산시 의원의 성추행 논란 의식했나' 양산시의회 의원 징계요건 대폭 강화
  7. 7폭염엔 물, 그늘, 휴식 그리고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
  8. 8김해 도심 피서지, 대청계곡에 '여름 상황실'
  9. 9해운대서 벤츠 전복…운전자 택시 타고 달아나
  10. 10마린시티 길이 500m 수중 방파제 세운다…8년 논란 종지부
  1. 1해동고 40년 만에 ‘금빛 메치기’
  2. 2음주운전 빙속 김민석, 헝가리 귀화
  3. 3고별전도 못한 홍명보 감독
  4. 4반즈 화려한 귀환…박세웅 제 몫 땐 ‘7치올(7월에 치고 올라간다)’
  5. 5잉글랜드 2회 연속 결승행…스페인과 빅매치
  6. 6‘메시 氣’ 받은 야말, 유로 최연소 골…스페인 결승행 견인
  7. 7부산고·경남고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
  8. 8베테랑 투수 의존 과한 롯데…젊은 선수들 분발해야
  9. 9사격 17세 반효진, 43세 이보나…파리행 태극전사 최연소·최고령
  10. 10이변의 윔블던…세계 1위 신네르 탈락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당정 소통이 당쇄신의 시작…반윤 앞세우면 공멸”
與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원내만으로 현안 못 풀어…대표되면 당 시스템 쇄신”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과학인증의 시대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AI의 일상화와 창작
아빠 육아 참여, 선택이 아닌 필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맨발 걷기
윤나고황
메디칼럼 [전체보기]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점입가경…‘김건희 문자’에 갇힌 국민의힘 전당대회
양동이로 퍼붓듯…극한 호우 대비 부울경 예외 없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 수렁’ 자영업자 위기 극복은
AI시대의 천국과 지옥, 그리고 민주주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