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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하련 주택’도 ‘보존’한다는데

인천·군산 근대역사거리…건물매입, 보존한 사례도

옛 마산 근대건축물 보존, 결국 ‘남기려는’ 의지중요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24-04-07 18:41:2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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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으로 뜨거운 시점에 엉뚱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얼마 전 인천과 전북 군산을 다녀온 얘기로 시작한다.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둘러봤다. 인천 근대개항장 거리의 차이나타운, 인천아트플랫폼과 대불호텔 전시관 부근 일본풍 거리 등이다. 이 중 인천아트플랫폼이 가장 유명하다. 총 8개의 근현대 건물로 이뤄진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옛 조운업 건물(1902),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1888 추정) 등이다. 옛 대불호텔(1887)은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이다. 1890년대에 지어진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은 인천개항박물관으로 만났다.

다음은 군산. 1899년 개항한 군산의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 속 정 주사가 가족과 함께 내렸다는 뜬다리 부두, 옛 군산세관, 옛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과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신흥동 ‘히로쓰 가옥’, 일본식 사찰 동국사…. 이런 ‘군산 근대항만역사문화공간’은 지난 2018년 등록문화재가 됐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와 함께 선(線)과 면(面) 단위 등록문화재 지정의 첫 사례였다. 이전에는 일정 건축물처럼 점(點) 단위로 등록됐다. 등록문화재도 ‘문화재’이니 원형 보존에 힘이 실린다. 다만, 인천 근대개항장 건물의 상당수는 자치단체가 사들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일제의 유산’이 많다. 지금은 ‘적산’이란 이미지로 덧칠하진 않는다. 이 역시 역사의 현장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근대문화유산은 도시개발에 밀려 하나둘 허물어졌고, 사라질 처지다. 이런 와중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지금은 경남 창원시에 속한 옛 마산의 ‘지하련(池河蓮) 주택’이 원형 보존된다고 한다. 이 내용은 마산합포구 상남·산호지구 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에 담겼다. 정비사업구역 내 근대건축물인 ‘노씨 주택’도 지하련 주택 근처로 옮긴다. 개발논리 속에서 두 근대건축물은 결국, ‘살아남는다’. 1930년대에 지어진 지하련 주택은 시인 임화(1908∼1953)와 결혼한 여류 소설가 지하련(1912∼?)이 한때 살던 곳이다. 건축사적 의미 외에도 ‘지하련’, ‘임화’라는 두 인물의 스토리텔링을 지닌 문화사적 가치 역시 크다. 그래서 지하련 주택은 ‘장소’가 아니라 역사적 ‘공간’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공간이다. 이 때문에 지하련 주택이 상남·산호지구 재개발구역에 포함될 때부터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컸다.

옛 마산과 진해는 근대문화유산의 보물창고와 같은 지역이다. 2021년 8월 창원시 진해구 시가지 일부가 등록문화재(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로 지정·예고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몇 안 된다. 경남도 근대건축문화유산 목록에 있던 진해구 ‘이애숙 가옥’은 2019년 5월 철거됐다. 1938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던 건물이었다. 1층은 상가로, 2층은 주택이나 창고로 쓰이던, 근대의 전형적인 주상복합건물이었다. 1909년 지어진 마산합포구 ‘삼광청주’ 역시 2011년 헐렸다. 지역사회에서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개발논리에 밀려났다. 1899년 개항한 마산항 주변 ‘신마산’의 근대문화유산들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등록문화재를 빼면 언제 사라질 지도 모른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개발’이 아닌 ‘재난’이지만, 옛 부산역 건물이 1953년 부산역전 대화재 때 무너져 내렸다. 1910년 지어진 것이다. 초량의 남선창고는 붉은 벽돌로 된 벽체 일부만 남았다. 옛 부산세관 청사는 1979년 부두도로 확장 과정에서 헐렸다. 1911년 르네상스풍 건물로 준공된 건물이었다. 건물 철거를 위해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기까지 했다. 이를 안타까워했던 부산세관은 옛 청사의 설계도를 고스란히 남겨 놓았다. 이런 옛 부산세관 청사의 복원 사업이 추진된다고 한다. 부산세관과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 2월 옛 부산세관 청사 복원을 위한 부지 교환에 합의했다. 관세청 소유 국립부산검역소 및 부산출입국외국인청과 현 세관 청사 뒤편 BPA 소유의 북항 재개발 부지 일부를 맞바꾸기로 했다. 부산항 개항 150주년이 되는 오는 2026년 옛 부산세관의 복원 공사를 매듭짓는다고 한다. 원래 자리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내친김에 부산항 1부두의 원형 보존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잘 진행됐으면 한다. 부산 중구가 1부두의 외관을 유지하면서 문화복합공간으로 만드는 구상을 담은 용역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물론 부산시와의 개발 관련 입장차는 그대로다. 시는 별도로 ‘부산항 제1부두 기초원형조사 및 보존·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용역을 추진한다. 그간 부산항 1부두 관련 ‘국제칼럼’을 몇 차례 썼다. 다소 ‘희망’ 섞인 내용을 다루기는 처음이다.

오광수 편집국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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