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돈 룩 업’ 강요하는 총선

내 편 아니면 네 편 갈라치기, 갈등 부추겨 미래 어둡게 해

선심성 공약에 혐오만 판 쳐…유권자가 “고개 들라” 외치자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4-04-01 19:56:58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극단적 정치문화를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혜성이 지구로 돌진하는데 대통령은 별 관심이 없다. 중간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현실을 외면한다. 심지어 “위를 쳐다 보지 말라”고 외친다. 국민은 땅만 보는 쪽과 하늘을 올려다보는 무리로 분열한다. 기업은 인류의 안전보다 혜성에 매장된 희귀 광물에 더 관심 있다. 언론은 클릭 장사에 바쁘다. 어느 순간 혜성이 눈에 보일 정도로 접근한다. 결과는 파멸이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한 장면. 넷플릭스
4·10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 지형도 ‘돈 룩 업’과 다르지 않다. 혐오가 휩쓸면서 인물·정책 대결은 설 자리를 잃었다. 남은 건 ‘내 편만 옳다’는 배제의 광풍이다. 여당이 야당 대표를 겨냥해 “쓰레기 같은 말”을 한다고 공격하자 야당이 “당신 입이 쓰레기통인 걸 모르느냐”고 역공하는 게 여의도 문법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국회의원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공부 좀 하라”거나 “거짓말 하지 말라”고 상대를 윽박지르는 구태가 반복된다.

정치 퇴행의 피해는 유권자 몫이다. 진영 논리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에 사회 갈등은 심화한다. “고개 들라”와 “들지 말라”는 강요에 눈을 어디 둬야 할지 혼란스럽다. 조국혁신당 신드롬도 결국 원내 1·2정당에 대한 실망의 표출 아닌가. ‘심판’ 프레임의 가장 큰 부작용은 성찰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상대를 심판한다는 건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과거 잘못을 가리는 ‘회귀적 투표’ 성격이 짙어지는 순간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전망적 투표’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 결과는 4년마다 심판 프레임의 무한 반복이다. 혜성만큼 무서운 반지성 사회의 고착화다.

심판론에 기댄 후보들은 시대정신을 고민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 편은 나를 찍는다’는 오만함 때문이다. 고개 들어 멀리 내다보는 수고로움 대신 당장 표 되는 ‘땅’만 쳐다본다. 개발 공약이 범람하는 이유다. 지하철·철도 몇 개 더 놓겠다고 지르거나 ‘민원 다 해결하겠다’고 자신한다. 국가 재정은 안중에 없다. ‘00역 엘리베이터 설치’나 ‘축제 다양화’ 같은 골목 공약도 있다. ‘의원님’이 개발부터 마을버스 증차까지 다 해결하면 기초단체장은 왜 존재할까.

국회의원이 할 일 1호는 입법이다. 헌법과 법률을 제·개정해 나라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예산안 심의와 결산 심사가 두 번째다. 세금이 잘 쓰이는지 행정부를 견제하라는 의미다. 국정감사·조사와 외교 활동도 중요한 역할이다. 이걸 하라고 국회의원 300명에게 ‘헌법기관’이라는 지위와 면책특권을 부여한다. 부산·서울시장도 누리지 못하는 호사를 주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무슨 법을 만들어(또는 개정해) 부산과 국가를 바꾸겠다는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후보라면 ‘입법 로드맵’을 먼저 선보이는 게 순서 아닌가. 한반도 평화와 기후위기 시대 해법쯤은 내놔야 할텐데 온통 토건 공약뿐이다.

과거 큰 정치인들은 혐오에 기댄 득표 전략을 자제했다. 그 후과가 치유불가능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대신 ‘희망’을 붙들고 큰 담론과 씨름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54년 한 잡지 기고문에서 실업·양로·학업·흉작보험을 조속히 실현해 민생 안정을 확립하자고 제안(‘김대중의 말’·태학사)했다. 한국전쟁이 막 끝난 무렵 사회보장제도를 제안한 것이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4대 보험이 DJ 집권기에 거의 완성됐다. 1981년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던 사형수 DJ의 주장은 전자정부 출범으로 결실을 맺었다. 정치인의 ‘가치’가 나라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구상도 국회의원 시절 형성됐다. 군부독재 상징인 하나회 척결부터 전광석화였다. 취임식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 옷을 벗겼다. 전두환·노태우 후계그룹의 선두로 알려진 인사 둘을 한 방에 날린 것이다. 수도방위사령관을 포함해 장교 1000여 명을 차례로 정리했다. YS가 군부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것은 초선인 1954년부터 대통령 후보가 된 1987년까지 군(軍)의 탈정치화를 끊임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는 하나회 숙청보다 반발이 더 거셌다. 사회 지도층을 직접 겨냥한 게 원인이다. YS는 물러서지 않았다. 군사정부 30년간 독버섯처럼 큰 지하경제를 청산하려면 ‘돈의 과거’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총선 후보들은 YS나 DJ처럼 국가 백년대계를 갖고 있을까. 공약만 봐선 ‘글쎄요’에 가깝다. 프랑스 출신 크리스티앙 케슬러 일본 무사시대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원인 중 하나로 ‘상상력 없는 정치인’을 꼽았다. 4류 정치가 경제 발목을 잡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젠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외쳐야 할 때다. “제발 그만 싸우고 하늘을 쳐다보라”고.

이노성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