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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우리 시각으로 미국 대선 보기

조기 과열 진흙탕 싸움 벌여

누가 백악관 입성하느냐에 한반도 안보와 경제 달라져…강 건너 불구경 아니라 현실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24-03-31 19:48:00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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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5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열기가 벌써 달아올랐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에 이어 다시 격돌한다. 대선 투표일을 8개월 가까이 앞두고 양당 후보가 일찌감치 정해져 마라톤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데 탐색전 없이 곧바로 공격 일변도다. 두 후보의 약점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에서 이기면 82세에 임기를 시작해 86세에 퇴임한다. 고령으로 미국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기억력은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이란 묘사로 한때 시끄러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등 4가지 사안(91개 혐의)으로 형사 기소됐다. 재판에 따른 천문학적인 법률 비용도 해결해야 한다. 서로 ‘쪽박 도널드(Broke Don)’, ‘부패한 조(Crooked Joe)’로 부르며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미국 대선은 팔짱 끼고 관전하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우리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시계를 2018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한반도 긴장이 극에 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을 겨냥해 “핵 단추가 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큰소리쳤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응수했다. 그 뒤 두 정상은 세 차례 만났다. 기대했던 한반도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2024년 상황도 2018년과 다르지 않다. 북한은 일상적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한반도 안보와 평화는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이지만 누가 백악관에 입성하느냐에 따라 해법이 너무 다르다. 심지어 희망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예상된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중심으로 대북 억지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지난 4년 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툭하면 협박성 발언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상조차 어렵다. 집권 1기를 관통한 정책과 캠프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토대로 짐작만 가능하다. 동아시아 평화나 국제 사회 질서 같은 구호보다 ‘거래 관계’의 성격을 띨 것으로 관측된다. 방위비를 포함한 한국 부담을 더 크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최근 방위비 지출 공약을 지키지 않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모조리 하도록 격려할 것이라고 말해 유럽을 발칵 뒤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과 잘 지냈다”고 자랑하지만 재집권하면 대북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의사는 내비치지 않았다.

변수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갖췄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는 2023년 연감에서 북한의 핵탄두가 30기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미국 등은 인정하지 않는다.

대선의 승자가 비핵화 원칙을 고수할지, 사실상의 핵군축 협상 쪽으로 정책을 전환할지 알 수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는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안보는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더는 자유세계의 리더가 아니라는 인식이 미국 유권자 사이에 퍼져 있다.

안보와 달리 돈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우리에게 엄청난 고지서가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8년 동안 겪었다. 그들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자국 내 생산시설 강화와 고용 창출 촉진 정책을 펼쳤다. 트럼프 행정부 때 제기된 ‘리쇼어링’(제조업의 국내 복귀) 구호는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드노믹스’ 두 축으로 평가받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으로 이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미국 투자)’ ‘메이드 인 아메리카(미국 제조)’ 등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치적으로 내세운다. 그 정책에 맞추려고 우리나라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은 미국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경제도 변수가 있다. 관세 부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산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똑같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겠다고 벌써 목소리를 높인다. 수출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라 ‘ABB(Anything But Biden·바이든 빼고 모두다)’ 기조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 경제정책인 IRA 철회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미 투자를 추진한 우리 기업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트럼프 리스크’는 공포에 가깝다.

미 대선은 미 유권자들에겐 축제지만, 우리에겐 절대 아니다.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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