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강동진 경성대 교수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4-03-21 19:57:3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래된 도시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전통’이란 말을 무척 좋아한다. 또한 옛 것에 바탕을 두고 새롭게 계획하는 일을 업으로 삼기에 ‘창조’라는 말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두 단어의 결합, 즉 ‘전통의 창조’나 ‘만들어진 전통’이란 말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다. 이 속에는 가짜 또는 과장된 전통 더 나아가 왜곡된 역사가 내포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먼지가 쌓인 서가에서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The Invention of Tradition)’이란 책을 꺼내 들었다. 현대인이 따르고 있는 오래된 전통이 가진 허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 속에서, 그 전통이 현대인의 공식기억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파헤친 책이다.

20여 년 전에 만난 이 책을 통해 역사와 마주할 땐 진실해야 함을 배웠고, 매순간이 역사 창조의 순간일 수 있기에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붉은색으로 줄 쳐진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산업혁명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새로운 국민국가가 대두되는 급변하는 사회 가운데 필요했던 것은 안정이었고, 그것이 전통이 창조되어야 할 이유였다’.

저자는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격자무늬 천으로 만든 킬트가 고대사회부터 생산된 천과 옷이 아니라 18,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 소개하고, 영국의 왕실 의례 또한 천년의 전통이 아니라 19세기 후반의 것이라 말한다. 집단기억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전통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한 책은 발명된 전통들이 역사와 동떨어진 채 조작되고 통제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부산항 제1부두 앞에 자리했던 ‘옛 부산세관을 복원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십 수 년 전 북항재개발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주창된 염원이었지만, 최근 지역사회에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1979년은 부산대교를 얻고 옛 부산세관을 잃었던 해였다. 당시는 지역을 살린다는 명분의 다리 건설을 위해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고 철거 또한 당연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 원래 자리는 아니지만 복원이 가능한 땅이 생겼다. 설계도면과 사진들도 있다. 무엇보다 복원을 염원하는 시민의 단합된 애절함이 있다. 분명 복원 추진의 호기이다. 그럼에도 걱정이 있다. 자칫 복원의 결과가 단순 재현의 수준에 머물거나 가짜 전통으로 판명된다면 지금의 기대치를 부산이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염려다.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복원이 가짜 전통이 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그리고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도록 할 강력하고도 응집된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의 출발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먼저 상이한 이해관계와 관점이 다른 시민이 동질성을 갖도록 하는 명확하고도 포용적인 복원 이유를 정립하는 일이다. 복원이 과거로의 단순 회귀가 아니라 1407년 국제교류항구로 명명된 부산포(항)의 역사를 뚜렷이 드러냄과 동시에, 복원 후 부산항의 미래를 진지하게 상상하고 또 펼쳐갈 수 있는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요청은 복원에 대한 염원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옛 것에 대한 향수와 다소 억울하게(?) 해체되었던 옛 부산세관에 대한 회한 풀기를 넘어, 일반화된 도시개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지역 정체성 발로의 애끓는 표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보다 넓은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실용적인 차원에서의 복원 이유도 필요하다. 복원이 북항재개발 1단계사업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의 기회로 여겨지면 어떨까. 더 나아가 부산항 브랜딩, 즉 무한한 문화·경제적인 지역 발전의 원천이 될 것으로 증명되면 어떨까. 그 후광효과가 이론이나 구상 수준이 아니라 숫자로 명확히 밝혀지면 바랄 것이 없겠다.

그 일을 누가 해 냈다고 치자. 다음 과제는 진짜 전통을 만들기 위한 복원의 방법과 과정에 대한 고민이다. 갑자기 머릿속에 세계인이 기억하는 위대한 복원 사례 두 곳이 떠오른다. 바르샤바(폴란드) 도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폭격으로 85% 이상이 파괴된 후, 5여 년 동안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복원된 결의의 현장이다. 모스타르(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스타리 모스트 다리는 보스니아 전쟁 때 반파된 후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복원되어 다문화의 공존과 인류 화해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두 곳의 공통점은 ‘합심(合心)으로 이룬 결과’라는 점이다. 옛 부산세관의 복원은 시민 합심이 강력한 추진체가 되어야 한다. 복원의 수혜자가 지금의 우리가 아니라 태평양 시대를 열어 갈 부산의 미래세대가 되어야 하고, 그들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나아가 복원의 결과는 단순 재현이나 치적이 되지 않아야 하고, 불꽃 튀는 문화접변을 이루며 미래 바다를 꿈꿀 수 있는 첨단이 되어야 한다.

옛 부산세관에서의 복원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롭고도 진정한 전통을 창조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분명 이 복원은 부산과 부산항에 새로운 전통을 선사해 줄 것이다. 그 역사의 순간순간을 시민들이 합심으로 써내려 가야한다. 직접 그리고 진정으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인천공항 직행버스 느는데…김해공항 리무진 멈출 위기
  2. 2“부산대에 폭탄 터트리겠다”… 경찰 수색 착수
  3. 3에코델타 ‘영양실조 토양’ 개선한다
  4. 4‘물 만난’ 롯데월드·롯데워터파크…시원한 워터 이벤트 쏟아진다
  5. 5민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최인호·이재성 등 다자구도
  6. 6착한가격업소도, 구·군도 안 반기는 ‘할인쿠폰 13억 원어치’
  7. 7냉감 침구류서 가전·과일까지 불티…유통가 더위 특수
  8. 8부산대·인제대 의대 교수진도 의협 휴진 가세
  9. 9부산 아파트 전세가마저 하락
  10. 10용량 줄여놓고 가격 그대로…‘꼼수 인상’ 제품 33개 적발(종합)
  1. 1민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최인호·이재성 등 다자구도
  2. 2韓中 대화, 푸틴 방북…내주 한반도서 치열한 외교 전망
  3. 3野, 김건희특검·방송3법 당론 재추진…‘반쪽 국회’ 가속 페달
  4. 4북한 ‘오물 풍선’ 경남서도 발견…1600개 살포 추정
  5. 5與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위’…野 ‘대북송금 특검법’ 맞불 구성
  6. 6[뭐라노-이거아나] 대북확성기
  7. 7국힘 대표 ‘당원 80% 국민 20%’로 선출
  8. 8‘1의원 1보좌관제’,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주요 이슈로
  9. 9이성권(사하갑) 의원,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에 2차 공공기관 이전 조속 추진 요청
  10. 10檢 ‘쌍방울 대북송금’ 이재명 기소…제3자 뇌물 등 혐의
  1. 1‘물 만난’ 롯데월드·롯데워터파크…시원한 워터 이벤트 쏟아진다
  2. 2냉감 침구류서 가전·과일까지 불티…유통가 더위 특수
  3. 3부산 아파트 전세가마저 하락
  4. 4용량 줄여놓고 가격 그대로…‘꼼수 인상’ 제품 33개 적발(종합)
  5. 5분산에너지법 시행…특화지역 지정 박차(종합)
  6. 6쿠팡 1400억 과징금에…부산센터 20일 기공식 취소
  7. 7에코델타 11블록 사업 급물살
  8. 8친환경 연료 운송에 대기업·해운協 대립
  9. 920년물 만기 세전 수익률 108%…개인용 국채 청약 17일까지 접수
  10. 10美 기준금리 또 동결…한은, 빨라야 4분기 인하 전망
  1. 1인천공항 직행버스 느는데…김해공항 리무진 멈출 위기
  2. 2“부산대에 폭탄 터트리겠다”… 경찰 수색 착수
  3. 3에코델타 ‘영양실조 토양’ 개선한다
  4. 4착한가격업소도, 구·군도 안 반기는 ‘할인쿠폰 13억 원어치’
  5. 5부산대·인제대 의대 교수진도 의협 휴진 가세
  6. 6못 먹는 달걀로 케이크 만든 업체 적발
  7. 7'경사로 붕괴' 부산 초량상가시장, 원인은 건물 노후화로 인한 부식
  8. 8학령인구 감소하는 부산, 다문화 학생은 계속 증가
  9. 9기장 폐기물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중처법 확대 적용 첫 사례로
  10. 10지역 대학병원 ‘정상 진료’ 방침에도 환자 “무기한 휴진될라” 불안감 확산
  1. 1한국 챔피언 KCC의 수모…FIBA 아시아리그 예선 탈락
  2. 2김영범 파리행 좌절 아쉬움, 한국 신기록으로 달래
  3. 3나달·알카라스 스페인 올림픽 대표 선발…세대 뛰어넘은 최강 테니스 복식조 탄생
  4. 4뮌헨 일본 이토 영입 추진…김민재와 주전경쟁 예고
  5. 5최형우 통산 역대 최다루타 1위 등극
  6. 6‘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7. 7MVP 매탄고 임현섭 “팀원 대표로 수상…프로팀 진출 포부”
  8. 8협회장배 고교축구, 수원 매탄고 우승
  9. 9달라진 한현희…시즌 첫 QS, 이적 후 최다 9탈삼진
  10. 10막강 공격력 매탄고, 4년 만에 ‘고교 월드컵’ 제패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융합의 안목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파크 콘서트
스페이스 광개토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때 이른 더위에 긴 여름 더 걱정…폭염대책 빈틈없어야
부산 의대 교수들도 휴진 결의, 환자 어디로 가야 하나
세상읽기 [전체보기]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부산 청년 수도권 유출, ICT 계열이 가장 심각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