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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해법도 출구도 못 찾는 에어부산 난제

분리매각 후 지역기업 인수, 절차상 불가능한 시나리오

부산시도 이제와 ‘다른 방법’…거점사 없는 가덕공항 될 판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4-03-18 19:56:3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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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에어부산 문제 처리를 놓고 부산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에 직면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갑자기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에 ‘본사의 부산 존치를 전제로 분리매각을 포함한 다른 방식도 협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부산시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보조를 맞춰 에어부산의 분리매각과 지역기업 인수를 요구해왔다. 지난해 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산업은행 팔을 비틀어 “때가 되면 논의해볼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낸 것도 부산시였다. 시민사회단체는 부산시의 대오이탈이자 뒤통수 치기라며 격앙하고 있다.
부산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에어부산의 항공기가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본사 부산 잔류가 불투명해졌다. 연합뉴스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은 한마디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완료 전 아시아나에서 에어부산을 떼내라는 요구다. 대략 2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아시아나의 지분 41.8%를 시장에 내놓으라는 것이다. 몇달 전 부산 상공계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결정되면 주식을 전량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 건설사인 (주)동일이 최대 주주로 나서겠다고 공표도 했다. 에어부산의 모태인 부산국제항공은 부산시와 부산 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향토기업이다. 이 참에 명실상부 부산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이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성과 타당성은 냉정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논의가 탄력 받은 건 지난해 하반기다. 그 전까지는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를 합친 통합 LCC(저가항공사) 본사의 부산 유치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통합 LCC 본사를 인천으로 못 박으면서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 때마침 해외 경쟁당국의 결합심사 과정에서 유럽연합(EU) 요구로 아시아나 화물 부문 분리 매각이 결정되자, 자회사인 에어부산도 가능할 지 모른다는 희망이 샘솟기 시작했다. 별도의 연합시민단체가 조직되고 부산시도 적극 힘을 보탰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아시아나의 화물 분리매각은 어디까지나 경쟁당국의 합병 허가조건이었을 뿐이다. 에어부산 문제는 13개국 심사에서 거론된 적이 없다. 뒤늦게 에어부산을 아시아나에서 떼어내면 허가조건 위반이 된다는 의미다. 인력 변동이 합병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최근 몇 년 새 직원 수백 명이 이직을 했는데도 공채조차 못 할 만큼 경쟁당국 허가조건은 절대적이다.

부산시가 말하는 ‘분리매각 외 다른 방식’의 정체는 더 모호하다. 대한항공 방침대로 통합 LCC 본사는 인천에 두되 부산에 지사를 만들어 이원화 하자는 건지, 본사 유치전을 다시 벌이자는 건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어느 쪽도 대한항공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부산시가 시민단체의 분리매각 운동에서 발을 빼면서 내놓은 출구전략 치고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일각에선 산은의 정무적 역할에 기대를 건다. 양사 합병에 공적자금을 3조4000억 원이나 넣었으니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인 건 맞다. 그러나 산은 입장에서는 합병 절차를 무난히 마무리 지어 돈을 온전히 받아내는 게 제일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 에어부산 분리가 공적자금 회수에 불리한 옵션이라면 이를 산은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정치적으로 분리매각을 결정했다가 손해가 나면 배임에 걸릴 위험도 있다.

부산 상공계가 에어부산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그간 전력은 그들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막는다. 16년 전 에어부산 설립 당시 부산 기업 14개사 지분은 50% 가까웠으나 지금은 16.1%로 쪼그라 들었다. 에어부산이 고전할 때 대부분 주식을 팔아버렸고 남은 기업도 유상증자에 소극적이었던 결과다. 에어부산 항공기 중 절반은 아시아나에서 빌린 것이다. 에어부산이 홀로 서기를 한다면 항공기 대여 연장 혹은 신규 매입에 설립 초기 못지 않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부산 상공계가 거점 항공사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지는 누구보다 에어부산 직원들이 가장 회의적이다.

해외 경쟁당국의 양대 항공사 결합심사는 6월께로 예상되는 미국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시민사회단체는 4년 전 합병 논의 초기 “비수도권에 통합 LCC본사를 둔다“던 정부의 약속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산은은 슬슬 대한항공에 결정권을 미루는 중이다. 시민단체나 부산시가 이제 와서 전 정부의 식언을 탓한들 대답 없는 메아리 형국이다. 사실 부산 시민에겐 에어부산의 주인이 아시아나든 대한항공이든, 아니면 제3의 그 누구든 아무 상관이 없다. 본사를 부산에 두고 부산에 세금을 내고 부산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면 그만이다. 상공계와 시민단체는 분리매각과 LCC 본사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지만, 부산 시민은 거점 항공사 하나 없는 가덕신공항을 대면하게 될 지 모른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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