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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뇌, 팩트 체크!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

  •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
  •  |   입력 : 2024-03-14 18:35:0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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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머리 속에 있고, 신경들이 모여 있고, 신호를 주고받으며 몸 속 구석구석에서 일어난 정보를 얻고 명령을 내려 몸을 움직이는 기관이다. 더하여 생각 감정 기억을 담당한다. 뇌가 망가지면 사실상 우리의 자아도 없다.

뇌의 무게는 1.4~1.5kg으로 체중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수분은 뇌 무게의 73%를 차지한다. 물을 빼면 무게의 60%는 지방으로 우리 몸에서 지방이 가장 많은 기관이 바로 뇌다.

뇌에 흐르는 혈액량을 계산하면 1분 안에 와인 한 병(750㎖) 보다 더 많은 양의 피가 흐른다. 이렇게 많은 피가 쉴 새 없이 뇌를 적시는 건 뇌가 쓰는 에너지원이 피 속에 있는 산소와 포도당뿐이기 때문이다. 이 둘은 뇌 속에 저장이 안되므로 피를 통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 순간이라도 피가 들어오지 않으면 뇌세포는 곧 망가지기 시작한다.

뇌를 이루는 것은 신경세포(뉴런)와 교(膠)세포다. 뉴런은 신경계 본연의 임무인 신호 전달을 맡고, 교세포는 뉴런을 제자리에 붙여 놓는다. 뉴런의 수는 900억 개, 교세포의 수는 그 10 배다. 교세포는 뉴런을 붙들고, 충격을 막아주고, 먹여 살리고, 노폐물을 치워주고, 면역 기능을 맡는다. 최근에는 뉴런 고유의 기능인 화학 신호 전달과 기억 저장까지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교세포 없이 뉴런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인간의 뇌에는 그 어느 생명체보다 교세포가 많고, 아인슈타인의 뇌는 일반인보다 교세포가 훨씬 많다.

뉴런의 기능은 신호 전달이므로 신호를 주고받는 뉴런들 사이에 접촉면이 있다. 이곳을 시냅스라 부른다. 시냅스는 뉴런끼리 1 대 1로 만나지 않고 뉴런 하나가 평균 1000개의 뉴런과 연결된다. 그래서 시냅스의 수는 대략 100조 개나 된다. 뉴런의 수만큼 시냅스의 수도 뇌 기능에 매우 중요하다,

뉴런은 통통한 세포체와 길쭉한 신경섬유로 이루어진다. 신경섬유를 다 모아 끈으로 만들면 그 길이가 장장10만 ㎞를 넘는다. 이 신경섬유를 통해 KTX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신경 신호가 오간다. 뇌는 눈 깜빡할 사이(0.1-0.4ms)에 눈이 본 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힌다.

무게로 보면 체중의 2.5%에 불과하지만 뇌는 몸이 쓰는 에너지의 20%를 쓰는 ‘에너지 먹는 하마’다. g당 에너지 소모량을 보면 힘 깨나 쓴다는 근육의 10배다. 손가락 하나 꼼짝 안 하고 머리만 쓰고도 피로해지는 건 그만큼 뇌가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뇌의 휴식 시간은 잠자는 동안인데 그 동안에도 뇌는 완전히 쉬지 않는다. 꿈이라도 꾸지 않는가.

하지만 뇌는 알뜰하다. 에너지 소모량은 가정용 3파장 전구와 비슷한 15W 정도다. 뇌에 전기요금을 매긴다면 평생 요금이 불과 16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뇌가 어디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아는 방법은 fMRI로 뇌의 혈액 순환량을 재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부에 피가 쏠렸을 것이다. 피가 쏠린 만큼 뉴런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다.

뇌는 신체 발육이 멈춘 나이인 25세까지 성숙하니 몸에서 가장 늦게 성숙되는 기관이다. 단단한 두개골 속에 들어있지만 뇌는 매우 연약한 기관이다. 심지어 가벼운 헤더도 뇌에 안 좋을 수 있다.

과거에는 우리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뇌세포를 가지고 태어나고, 뇌세포가 죽으면 더 이상 새로운 뇌세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게 생각한다. 극히 일부이기는 해도 뇌세포가 재생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재생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뇌는 망가진 뇌를 잘 쓰는 새로운 대안을 스스로 마련하는 영특한 기관이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뇌는 많이 쓸수록 더 잘 쓴다. 뇌세포가 당장 새로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시냅스가 늘어나며 신경 신호 전달이 풍부해지면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다.

특히 기억력과 관련된 해마는 많이 쓸수록 커지고 안 쓰면 다시 눈에 띄게 작아진다. 그만큼 뇌는 역동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 기능은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뇌를 잘 쓰고, 많이 쓰면 뇌의 노화를 늦출 수는 있다. 이 말은 반대로 쓰면 뇌쓰기를 게을리하면 노화에 따른 뇌력 감퇴가 빨리 올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뇌의 품질과 미래를 내 손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희소식이다.

오래 살게 되면 우리에겐 생물학적 나이만큼 건강수명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앞으로 하나 더 추가될 것이다. ‘뇌 나이(腦齡)’ 혹은 ‘뇌력(腦力)’이다. 조만간 MBTI를 알아보듯 쉽게 뇌령이나 뇌력을 측정하는 앱 같은 것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 때가 되어 낮은 점수에 실망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뇌를 잘 가꾸고 뇌력을 기르는 일에 힘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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