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가지로 버텨낸 겨울, 이제 당신이 꽃 필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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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청 외벽에 걸린 부산문화글판. 국제신문DB |
부산시청 외벽, 부산문화글판을 장식한 글귀다. 철마다 시민 공모 작품 중에서 선정한다. 642개 작품을 심사해 뽑힌 윤정식 씨의 창작품이다. 시민에게 포기와 좌절 대신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자 이달 29일까지 게시한다. 설 연휴를 마치고 출근하는 박형준 시장과 시청 고위 간부, 그리고 모든 직원이 곱씹어 볼 글귀이지 싶다.
겨울과 꽃이 키워드다. 낙엽을 떨구고 추위를 견뎌야 하는 시련의 계절, 그러나 그 끝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 겨울은 자강불식의 도전이지 자포자기의 질곡이 아니다. 꽃이 상징이다. 꽃은 곧 열매, 성과다. 박형준호 부산시는 시민에게 올해 어떤 성과를 보여줄까.
누가 뭐래도 국내적으로는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의 좌표 속 부산의 위상과 역할이 핵심이다. 양극화와 포퓰리즘의 위기도 심각하다. 당장 총선이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식량 감염병에다 진영 대결까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복합다중변수가 한꺼번에 닥치고 있다. 리더십이 그만큼 중요하다.
박 시장은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나온 ‘2023년 하반기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평가’가 예다. 7개 특별·광역시장만 본다면 긍정 평가 1위다. 게다가 한국갤럽이 직무수행 평가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역대 부산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 시장의 리더십과 정책을 두고 후한 점수가 나왔으니 부산이 활기가 넘치고 팽팽 돌아가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 신성장 동력 모색, 서울 일극주의에 대응하는 부산형 발전 전략, 세계적 항만인 부산항을 중심에 둔 국제도시 부산 만들기 등 거대 담론을 엮어 추진한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는 물거품이 됐다. 박 시장은 그 과정에서 확인한 부산의 지향점, 부산이란 도시 브랜드 가치, 그리고 부산 시민 의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이란 새로운 비전을 내놨다. 이를 뒷받침할 부산글로벌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에 발의됐다. 박 시장은 시민과 함께 그 내용을 채워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리더십의 요체가 비전 제시와 실현이라면, 박 시장이 피워야 할 꽃은 분명하다.
‘시민과 함께’ 하기 위해 박 시장이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하다. 우선 긍정 평가 56%의 반대편 부정 평가 28%의 무게가 만만찮다. 엑스포란 메가 이벤트 실효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겸허한 반성을 밑거름 삼아야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구현을 위한 시민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오롯이 박 시장 몫이다. 특별법 조속 통과가 왜 필요하고, 물류 금융 교육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시민에게 설명하고 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
다음으로 직원과 공유가 급선무다. 시장과 직원이 혼연일체(渾然一體), 즉 생각 행동 의지가 완전히 하나가 되어야 시너지가 커진다. 따로국밥이라면 결과는 뻔하다. 부산시의회를 거쳐 확정된 올해 부산시 예산은 15조6995억 원이다. 마지막 한푼까지 아끼며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행정가의 면모다. 이조차도 쉽지 않다. 15조가 30조, 나아가 150조 원 가치를 창출하려면 정치가의 역량이 필요하다. 바로 박 시장과 박 시장이 임명한 직원들이 할 일이다.
센텀시티 개발사업(옛 부산정보단지 개발사업)이 반면교사다. 옛 수영비행장을 21세기형 지식정보통신산업단지로 만들고자 했다. 외환위기라는 복병을 만나 좌초하며 부산시 재정 파탄을 재촉하는 시한폭탄이 됐다. 4900억 원에 달하는 부채 하루 이자만 1억600만 원이었다. 지식정보 전시컨벤션 영화영상 등 첨단 산업을 아우르며 재정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난제만 남았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실마리를 풀었다. 토지 매각 전략을 수정하고, 실무 관리자의 현장 경험을 중시하면서 가능했다.
라틴어로 100을 의미하고, 100% 완벽한 첨단복합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으며, Culture(문화) Environment(환경) Network(네트워크) Technology(기술) Human(인간)이란 5대 가치를 상징하는 센텀(CENTUM)시티 개발사업 뒷이야기다. 이 사업을 둘러싼 여러 논의와 별개로 지금의 센텀시티는 시가 보유한 성찰적 실천가들의 성과다. 현장에서 고민하는 공무원들이다. 공무원들이 이렇게 일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박 시장이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보내고 일머리를 터줘야 한다. 부산에서 잔뼈가 굵은 행정부시장과 경제부시장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유령처럼 떠도는 경직된 ‘SSKK!’가 아니라 성찰적 실천가를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혁신이 이뤄진다. 박 시장의 리더십에서 꽃이 핀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