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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나의 백혈구가 내 간에 상처를 주다니

신우원 신우원내과의원 원장

  • 신우원 신우원내과의원 원장
  •  |   입력 : 2024-01-28 19:09:3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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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 있는데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나를 툭 치고 지나간다. 처음에는 복잡한 길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며칠이 지난 후 다시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나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고 달아나 버렸다.내가 기억하는 것은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나에게 나쁜 짓을 했다는 사실 뿐,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등은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빨간 모자를 쓴 사람만 찾아다녔고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이전에 나에게 해코지한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도 하지 않고 쫓아가 공격했다. 점점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는 빨간 모자를 쓴 사람뿐만 아니라 비슷한 색깔의 모자를 쓴 사람이면 모두 공격하게 된다. 여기서 빨간 모자는 세균, 나는 백혈구, 비슷한 색깔의 모자는 내 몸의 일부 장기를 의미한다.

면역은 우리 몸이 외부 침입자나 병원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어체계다. 면역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 면역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면역으로, 피부나 점막 같은 물리적 장벽과 백혈구와 같은 면역 세포를 포함한다. 후천적 면역은 특정 병원체를 인식하고 기억하며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달한다. 후천적 면역은 T세포와 B세포라고 불리는 림프구가 관여하며 이 세포들은 병원체에 대해 기억하고 재감염 때 더 빠르고 강력하게 반응한다.

보통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들어온 병균들과 맞서 싸워서 이겨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자가면역성 간 질환에서는 면역 체계가 우리 몸의 일부인 간을 ‘적’으로 착각하고 공격해 생긴다. 가장 흔한 두 가지 자가면역성 간 질환은 ‘자가면역성 간염’과 ‘일차성 담즙성 간경화증’이다.

자가면역성 간염(AIH)은 면역 체계가 간세포 자체를 공격해 그 결과 간 손상 염증을 일으키며 최종적으로 간경변을 유발한다. AIH는 주로 여성에게서 발생하며 간 효소 수치의 상승 피로감 황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혈액 검사 간 생검 초음파나 CT, MRI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주된 치료법은 면역 체계의 활동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와 다른 면역 억제제를 사용한다.

일차성 담즙성 간경화증(PBC)은 면역 체계가 간의 작은 담도를 공격하여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담즙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간에 축적되어 간 손상 간경변 간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PBC는 주로 중년 여성에게서 발생하며 피로감 가려움증 눈과 입의 건조감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액 검사를 통해 특정 항체의 존재를 확인하고 영상 검사와 간 생검으로 확진을 한다. 치료로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과 같은 약물이 사용되며 이는 담즙의 흐름을 개선하고 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두 질환 모두 자가면역 질환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이며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환경적 요인 감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가면역성 간 질환은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증상을 느낀다면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한다면 많은 환자에서 상태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면역시스템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기능이 저하되거나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우리 몸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염에 쉽게 걸리게 되고 반대로 면역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알레르기 반응이나 자가면역 질환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한 것은 모자람보다 못하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자기 몸을 다칠 수 있다.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여유 있게 주변을 살펴보는 삶이 건강을 위해 좀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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