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진화의 관성에서 벗어나는 노력

윤부현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 윤부현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4-01-22 19:56:20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새해에는 사자성어 하나 정도는 외쳐줘야 분위기가 산다. 누란지세(累卵之勢)! 이 사자성어만큼 인류의 운명을 적확하게 묘사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홀로세(Holocene)를 지나 인류세(Anthropocene)로 접어들어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의 생태적 운명은 억지로 쌓아 올린 달걀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로 억제하지 못한다면 사피엔스 문명은 더는 보장되지 않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2050년까지 전 세계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탄소중립’)로 만들어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기후는 문명의 탄생과 성장에 최대 변수로 작용해 왔다.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사피엔스가 농경이 시작된 1만2000년 전까지 수렵 채집을 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던 것도 빙하기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이었다. 7만4000년 전쯤 전 세계 사피엔스 인구가 2000명 정도로 줄어들어 멸종 직전까지 가게 된 것은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의 폭발로 인한 에어로졸이 햇빛을 가려 지구 평균 기온이 12도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7000년 전쯤 4대 고대문명이 탄생한 것은 간빙기 이후 5000년 동안 진행된 해수면 상승이 그때서야 비로소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기후와 문명의 관계는 역전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면서 지구는 계속해서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명백히 인류에게 책임이 있고, 지속적인 해수면 상승, 생물다양성 감소, 식량 감소, 에너지 고갈 등을 통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라는 경고가 뜰 때를 제외하고는 위기에 대해 크게 각성하지 못한다. 대체 왜 이렇게 무딜까. 진화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뇌는 통계적 추이나 장기간의 변화가 아닌, 생존과 번식을 방해하는 ‘즉각적 위협’에 매우 민감하게끔 진화했다. 조상들은 먹구름이 다가오면 얼른 동굴로 피하면 그만이었지, 5년 후의 강수량 따위를 상상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미래보다 현재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끔 진화하여, 마치 자신의 생애 동안 지구의 자원을 다 쓰고 죽을 것처럼 소비한다. 이러한 ‘진화적 관성’ 때문에 위기 앞에서도 참으로 태평했지만 최근, 심리적 불안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호주 산불로 희생당한 수억 마리의 동물들을 목격한 사람들, 해수면과 거의 같은 높이에 사는 섬사람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극심한 더위가 알코올 의존성과 자살률을 높이기도 하며, 자연재해가 잦은 지역의 어린이들은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환경 전문기자 로르 누알라는 ‘지구 걱정에 잠 못 드는 이들에게’를 통해 생태불안(eco-anxiete), 생태우울(dep ecolo)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생소한 용어지만,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 사이에서는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환경 파괴와 빈번한 자연재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고자 모인 이들은 기후 위기를 ‘공중 보건이 직면한 심각한 위협’으로 정의했고, ‘생태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을 환자 취급하는 건, 눈앞에 보이는 걸 보이는 대로 말하는 사람에게 왜 보느냐고 나무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유네스코는 생물·문화다양성 보전과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활동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의 생명다양성재단도 과학을 바탕으로 환경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설립되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지역에서 더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릴 때, 기후 위기라는 이 거대한 글로벌 이슈는 바로 나 자신의 문제로 변환될 것이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풍요로워졌고, 지구는 딱 그만큼 파괴되었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 말고 ‘지속 가능한 공생’을 계획해야 한다. 생태계와 함께 공생하는 인간(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으로 거듭나기 위해 ‘진화의 관성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구조로부터,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는 신화로부터, 만물을 인간 중심적으로 변형하고 착취해 온 과거로부터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2. 2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5. 5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6. 6[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7. 7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8. 8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9. 9“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10. 10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4. 4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5. 5"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6. 6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7. 7[속보]與 "'무책임한 의혹제기' 주진우, 사이버 레커로 전향하라" 직격
  8. 8이 대통령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비정상의 정상화"
  9. 9정동영 "김정은 방중, 긍정적으로 볼 여지 있어"
  10. 10北 ‘지뢰 폭발은 韓 자작극’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이사국들 회람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3. 3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4. 4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5. 5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6. 6“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7. 7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8. 8복권판매점 늘어난다…정부, 우선계약 대상에 14만명 추가
  9. 9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오늘 재심의…승인 땐 내년 재가동
  10. 10[한 손 뉴스] S/W 실행 환경 ‘Node.js’, 서버 해킹 보안 취약 경고
  1. 1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2. 2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3. 3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4. 4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5. 5“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6. 6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7. 7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8. 8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9. 9[속보] 내일 기온 ‘뚝’ 떨어진다…대부분 지역 한파주의보
  10. 10강남 구룡마을 화재로 다량의 연기 발생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4. 4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5. 5[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6. 6[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7. 7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8. 8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9. 9‘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10. 10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프랑스를 망친 결정
AI가 찾은 보안 구멍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동행명령장 발부된 지광 스님 회생에 동의하라
이주노동자 안전 사각지대, 제도 개선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