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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새해, 우리 모두 건강해지자

김윤진 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 김윤진 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  |   입력 : 2024-01-07 19:40:1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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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되었는데 사람들은 무덤덤하다. 연말연시를 기념하지 않는다. ‘청룡의 해’가 온 것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진료실에는 감기 환자가 많다. 이번 감기는 심하다.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난다. 어떤 환자는 콧물이 줄줄 흐른다. 온 몸을 아파하며 견디기 힘들어 한다.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다. 다른 증상은 좋아졌는데도 가래 기침이 오래가면서 불안해 한다. 밤에 기침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다.

감기에 걸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 젊은 환자는 일이 많아서, 쉬지 못했다고 한다. 자영업을 하는 한 분은 무리했다고 한다. 아파도 일해야 하기 때문에 약을 세게 지어 달라고 하는 환자도 있다. 어떤 어르신은 김장을 하고 온 몸이 뻐근했는데 다음 날 감기에 걸렸다고 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크게 보면 원인은 무리한 일정, 과로, 스트레스로 면역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감기가 잘 낫지 않는 이유는 바이러스질환이기 때문이다. 보통 약물로는 원인 치료를 할 수 없다. 가래 기침 콧물 몸살 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쓰지만 증상만 완화시킬 뿐이다. 목이 붓고, 가래가 노랗게 되면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도 사용하지만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지 못한다. 감기는 오직 자기자신의 면역력으로 이겨내어야 하는 병이다. 자기 스스로 면역력을 높여서 바이러스와의 백병전에서 이겨야 나을 수 있다.

감기에서 회복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영양이 필요한데 환자 중에는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 많다. 질환이 더 오래가고 약도 더 오랫동안 복용해야 한다. 감기에 걸린 이유가 과로 등으로 인한 면역 저하 때문인데, 아파도 쉴 수 없으면 면역력이 더 떨어져 병이 더 오래간다. 악순환이 연속된다.

전신 증상이 동반되면 일반 감기와 독감의 감별은 중요하다. 독감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폐렴으로 이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별은 증상만으로는 어렵고,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유행 시기에는 어린이와 노인은 기침 두통 인후통이 있고, 고열이 있으면 검사없이도 항바이러스제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과도 감별해야 한다. 진단되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감기와 독감을 감별하는 진료 현장에서 아이러니가 있다. 증상이 심한 환자가 독감일 가능성이 노인보다 젊은 사람이 높다는 사실이다. 노인의 독감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이미 많은 분이 독감 예방접종을 했기 때문인데, 예방접종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다. 독감의 유행에도 젊은 사람은 예방접종 필요성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의학적 권고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감기를 진료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환자들 중에는 매일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하던 일을 마저해야 일이 끝난다.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해야 한다. 쉬는 시간에도 일을 잊지 못한다. 쉬어도 쉬지 못한다. 한 시도 편안하게 긴장을 늘어뜨리지 못한다. 하루 종일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힘든 삶의 일부분이 감기로 드러난 것이다. 건강에 자신이 있어도 자신을 체력적 한계까지 끌고 가지 않도록 몸과 대화를 하자.

아픈 진료실에서 평범한 건강을 그리워한다. 열심히 일하는 세상, 그러나 몸과 마음을 태우지 않는 세상. 계절마다 찾아오는 감기가 건강을 넘보지 않는 세상, 질병과 아픔이라는 야생마가 날뛰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2024년, 우리 모두 건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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