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청년의 소리] 괜찮다, 우린

김동현 미스터동 대표

  • 김동현 미스터동 대표
  •  |   입력 : 2023-12-31 19:33:41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처음으로 안전속도 5030이 도입된 즈음을 돌이켜 보면, 시속 50㎞의 제한속도는 운전자 입장에서 매우 답답했습니다. 조금만 밟아도 금세 속도가 붙어, 과속 단속 카메라 앞에서는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계기판만 보게 됐죠. 순간, 단속 카메라가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물론 애초에 천천히 가겠노라고 마음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뒤차가 바짝 붙으며 만들어내는 검은 그림자를 애써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죠.

그런데 안전속도 5030 정책을 가장 먼저 시행한 곳이 부산이고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어느새 익숙해진 것인지, 시속 50㎞가 넘어가면 굳이 계기판을 보지 않더라도 과속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죠. 그러니까 시속 50㎞ 제한속도가 답답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요. 이제는 시속 50㎞가 충분하다고 체감 중입니다.(때때로 여전히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러던 어느 날, 출장을 마치고 직접 운전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렸습니다. 새벽 시간이기도 했고 촉박한 탓에 휴게소 한 번 들르지 않고 부산까지 곧장 쏘았죠. 그렇게 4시간가량, 계기판의 속도는 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부산 도심에서 내비게이션은 계속해서 과속 단속 카메라 주의 안내음을 울렸습니다.

속도를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한 번 울리기 시작한 안내음은 어린아이의 생떼처럼 좀처럼 멈추지 않았죠. 결국 한껏 속도를 늦춰 시속 50㎞ 이하로 맞췄는데요. ‘이건 거의 걸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참 웃기는 일이죠. 안전속도 5030으로, 일반도로에서 시속 50㎞가 충분하다고 평소에 느꼈는데요.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내려오니, 속 터지는 느린 속도라며 제한속도에 맞추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력에 대한 성장과 변화가 더디고 힘들 때, 그것은 느린 것이 아니라 내가 빠르게 달려왔음을 증명해 준 결과라고 말이죠.

우리가 해외여행 갈 때,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작은 집과 모세혈관 같은 도로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미니어처 같은 풍경은 창문 너머 천천히 지나가죠. 하지만 지상 속도로 보면 시속 900㎞ 남짓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정체된 듯한 풍경과 달리, 결코 느린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관찰의 시점이 달랐던 거죠.

그러니까, 때때로 우리의 시선은 자기 객관성을 망각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소중한 나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 더욱 매섭죠. 옆에 서 있으면 ‘휘리릭’하는 소리가 다른 이를 움찔하게 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만 모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렸기에, 지금 잠시 힘든 시기를 겪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SNS 속 사람들, 주변 지인, 얼굴도 모르는 엄마 친구 아들·딸과의 무한한 경쟁에 나를 밀어 넣고 있는 요즘입니다. 우스갯소리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평범함의 기준이 점점 더 상향화되고 있어, 이제는 평범한 삶 자체가 애초에 평범하지 않은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에 뒤질세라 무한동력을 꿈꾸며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고 있죠. 그것도 ‘빨리 빨리’를 외치면서 말입니다. 빠르게 앞질러나가지 못하더라도, 무리에서 뒤처지는 것에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니까요.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며, 가수 김장훈의 노래처럼 때로는 세상이 우리를 속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노력한 것에 대해서도 배신당할 수 있죠. 그래서 힘껏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는 ‘평범함’에서 벗어났으며 느려터진 아류라고 스스로 평가절하할 수 있는 위기에 덮일 수 있죠. 그러나 사실, 그것은 ‘느린 것’이 아니라 ‘빨리 달려왔음’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도 있던 겁니다.

미국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는 아예 “느리게 가는 것은 괜찮다”고 했습니다. 대신 “멈춰 서는 것만 아니면 된다”고 했죠. 그러니, 간혹 이라도 우리는 자신에게 ‘괜찮다’고 해줘야 합니다. 사회적 기준이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허덕이다 보면, 스스로의 중심을 잃어버리기 쉬우니까요.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2. 2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6. 6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7. 7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8. 8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9. 9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0. 10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3. 3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4. 4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5. 5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6. 6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7. 7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8. 8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0. 10“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3. 3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4. 4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5. 5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6. 6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7. 7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9. 9HUG 미회수 채권액 5년간 12배 증가
  10. 10고리 3·4호기, 오늘 계속운전 심의…의결 땐 2035년까지 전력 더 생산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4. 4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7. 7[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8. 8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0. 10“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6. 6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9. 9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10. 10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다시 영화의 시간
사형 생중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퐁피두 중단·라 스칼라 보류, 새 문화 대안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산은 부산 이전 강력한 의지 보여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