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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기고] 굿바이 광안 브릭 로드

이기녕 동의대 교수

  • 이기녕 동의대 교수
  •  |   입력 : 2023-12-28 19:31:3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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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오신 어머니께서 산요 워크맨을 사 오셨다. 그때부터 나는 워크맨을 귀에 꽂고 살았고, 심지어는 잘 때도 귀에 꽂고 잤다. 그 덕에 현재 필자는 작곡가로 살고 있다. 그 워크맨으로 제일 처음 들은 음악은 엘튼 존의 ‘Goodbye Yellow Brick Road’였다. 아직도 필자가 잘 가는 광안리의 세라비라는 음악감상실에 가면 꼭 그 음악을 틀어 달라고 해서 일부러 듣는다. 그 음악을 통해 필자는 ‘나의 어린 시절’을 방문하게 된다.

내 마음에 비친 ‘노란 벽돌길’이 얼마나 궁금했던지! 사실 가사는 노란 벽돌길이 있는 도시를 떠나서 다시 자기가 살던 시골로 돌아가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노란 벽돌길에 대한 환상을 가졌을 뿐이다.

부산에서 광안리처럼, 부산 시민에게 추억이 얽힌 곳이 있을까? 광안리해수욕장 한가운데 ‘게스후’라는 패밀리레스토랑은 필자가 만나본 부산 사람의 90%가 청년 때 소개팅을 했던 장소였고, 이 외에도 아직 정겨운 장소들이 많이 남겨져 있고, 아직 수많은 청춘남녀가 추억을 쌓기 위해 몰려든다.

도시철도 금련산역에 내려서 광안리로 들어오는 길은 벽돌길이었다. 노란 벽돌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벽돌길이었다. 그 벽돌길은 사실 불편하다. 차는 덜컹거리게 되고, 속도를 내기 힘든 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벽돌길은 광안리를 지칭할 때 “그 벽돌길 옆에 있는 ○○카페 또는 ○○식당” 식으로 말할 수 있었던 장소였고, 광안리 초입에 상징과도 같던 길이었다. 불편하지만 낭만적인 길이었다.

최근 그 벽돌길을 깨는 공사를 했다. 필자는 혹시 벽돌길을 없애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설마 했다. 그런데, 공사가 끝난 후, 그 길은 아주 매끈한 아스팔트로 변해 있었다. 매끈한 길을 가면서 필자가 느꼈던 허탈감이란! 며칠이 지나자 인부들이 아스팔트에 금을 긋고 있었다. 필자가 사연을 물어보니 벽돌 모양을 만드는 것이란다. 즉 ‘짝퉁 벽돌’을 만들고 있었다. 프랑스에 가면, 나폴레옹 시절 당시 닦았던 길들이 아직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물론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함보다 더 귀한 가치가 있기에, 그 길을 보존하는 것이리라!

우리는 편안함과 효율성을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른다. 부산의 중앙동, 광복동에는 이제 19세기 건물은 한 채밖에 남아 있지 않다. 때로는 경제적 논리로, 때로는 효율성의 논리로 일제강점기 당시 건물들을 모조리 현대식 건물로 바꿔놓았다. 프랑스의 구(舊)파리 건축물은 지금도 신·개축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파리 시민은 더 큰 가치, 즉 옛것에 대한 경이로움 때문에 불편을 참는다.

부산에는 아직 동네마다 예스러움을 간직한 조그만 것들이 있으리라. 그러나 부산은 이런 조그만 옛것들을 차례차례 부숴 가고 있고, 필자는 진한 아쉬움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선진국은 단지 잘 먹고 잘사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조그마한 예스러움에 대한 문화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지켜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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