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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하루도 즐겁지 않았다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  |   입력 : 2023-12-10 19:14:5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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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을 기념하는 날이다. 1948년 선포된 세계인권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존엄함을 회복하기 위해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으로 올해로 75주년을 맞았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계인권선언을 낭독하고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기념하는 것은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인권을 지켜내는 것이 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인류 공동체가 함께 기념하는 세계인권선언은 왠지 올해 더욱 무겁게만 느껴진다.

미얀마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여전히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것에서부터 진상이 규명되지 못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 이어지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최근 원청의 무죄판결을 받은 고 김용균 군의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건까지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12월 10일은 고 김용균 군의 기일이기도 하다.

개인사를 써 내려가는 것이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도 삶의 무게가 많이 버거웠던 한 해였다. 암 수술 후 회복기를 지나고 계신 아버지와 호흡기 질환을 앓고 계신 어머니, 중증장애인인 형을 부양하며 산 시간이 그랬다. 부모님과 함께 형이 장애인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수소문해 봤지만 올해 가장 많은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형의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거절당하는 ‘웃픈’ 일도 겪었다. 뉴스에서 종종 접하는 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의 모습과 같아 보였을까. 돌봄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것이 힘든 시간이었다.

비단 글을 쓰는 나 하나뿐이었을까. 삶의 터를 지켜내며 지금의 자리를 살아낸 모든 이들에게 저마다의 고민과 삶의 무게들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크고 작음을 떠나 고된 삶을 살아낸 모든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하지만 대다수가 인권을 체감하지 못하며 사는 삶이기에 인권운동을 하는, 복지운동을 하는 활동가로서 개인과 공동체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과 활동들을 더 부단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

롯데 자이언츠 야구팀이 가을야구라도 했으면 좀 위로가 되었을까 하는 농담 속에 사건 사고들과 인권정책이 위태로운 현장을 마주하는 일은 즐겁지 않은 시간이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영웅이라 불렸던 부산의료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운영 정상화 지원을 여전히 외치고 있고, 12월부터 보건의료노조는 전국의 지방의료원 지부장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는 와중에 부산시는 코로나19 이전 규모에 못 미치는 공익진료결손 예산을 배정했고, 부산시의회가 충분치 않은 예산을 심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은 개인이 피해자임을 입증해 가며 국가배상 소송으로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영화숙·재생원 사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직권조사를 통해 이제야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완월동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예산은 절반 이상이 삭감되었고 그 지역에선 여성 인권을 기억하는 공간으로의 공공개발이 아닌 고층 주상복합건물 개발까지 승인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논란의 중심이 되어 있다.

부산은 내년 영남권 최초로 전국 광역지자체 인권위원회협의체의 의장 도시로 17개 시·도의 지자체 인권위원회를 이끌어가게 되었지만 부산시는 정작 제3차 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삶이 어려울 때 인권정책과 인권행정이 후퇴하는 것은 역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한 삶, 돌봄과 치료를 충분히 받는 삶, 문화를 향유하며 좀 더 웃을 수 있는 삶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애통해야 할 일들만 넘쳐나는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권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지길 소망한다.

하루도 즐겁지 않았다. 우리 공동체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할 수 있는지,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보장받고 있는지부터 고민하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글자로만 반복되는 인권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차별 없이 체감할 수 있는 인권사회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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