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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독수독과 이론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3-12-04 19:32:1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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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힘들다. 독이 든 나무(독수)에 열린 독과일은 먹을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 영향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위법수집 증거능력 배제 원칙을 명문화했다.

독수독과론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비밀조직 ‘미림팀’이 재계와 민·관·정 인사들을 무차별 도청한 사실이 폭로된 2005년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274개 불법 도청 테이프(X파일) 존재를 확인했다. 전직 수장들과 미림팀 실무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고민은 도청 테이프에 담긴 내용(독과)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느냐였다. “법리상 문제 없다”와 “위법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실제로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해 1997년 대통령선거 때 뿌렸다는 ‘X파일’에 담긴 의혹은 사건 당사자들이 부인할 뿐더러 불법적으로 취득한 증거라는 이유로 수사가 흐지부지됐다.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떡값 검사’ 의혹도 나왔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기도 했다. 돈 받은 검사 이름을 폭로한 노회찬 의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잃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독수독과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영상 때문이다. 김 여사가 재미동포 통일운동가 A 목사로부터 명품 손가방을 받는 듯한 모습부터 A 목사가 카메라 달린 손목시계를 차고 몰래 촬영하는 장면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 여사와 A 목사의 대화 내용도 들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는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는지 책임 있게 해명하라. 대가성 있는 뇌물인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반면 ‘서울의 소리’가 선물을 사전 준비(함정취재) 했고, 김 여사 동의 없이 촬영했다면 취재윤리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크다.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증거가 가리키는 죄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부부 명예를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선물 수수 여부를 떠나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경호가 허술해 영상을 몰래 촬영할 수 있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부활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 참에 특별감찰관 임명도 검토할 만하다.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은 7년째 공석이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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