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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로펌을 퇴사하고 맞이한 아침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  |   입력 : 2023-12-03 19:19:3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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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로펌을 퇴사하고 가장 달라진 건 아침의 느낌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하는 일을 관두면서, 아이의 유치원 등원 시간을 한 시간 미루었다. 그러면서, 매일 아이에게 아침밥을 먹였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미역국, 콩나물국, 설렁탕 같은 것에 밥을 말아준다. 추운 겨울날, 일찍 유치원에 가는 아이를 위해 따뜻한 밥 한 공기 먹이고 보낼 수 있다는 게,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전까지, 어두컴컴할 때 일어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아이에게 빵 조각 같은 것을 먹이고 서둘러 나가던 아침이 아니라, 다소간의 여유 안에서 맞이할 수 있는 아침이 참으로 좋다.

퇴근길의 ‘지옥철’을 벗어난 것도 내게는 그저 다행이라는 느낌을 준다. 회사 생활을 하며, 무엇보다 가장 끔찍했던 게 퇴근길의 지하철이었기 때문이다. 승강장에 들어가면, 매일 열차를 두세대 보내는 건 기본이었다. 그러다 겨우 끼여서 타면, 옴짝달싹 못 할 정도인 상태에 실려 가게 되고, 때론 땀이 비 오듯 하거나, 공황장애 비슷하게 가슴이 답답하여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루의 기력 중 절반쯤은 퇴근길에서 다 빼앗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시간을 버텼던 건 거의 필사적으로 읽은 전자책 덕분이었다. 내게는 매우 비인간적이었던, 그 출퇴근을 벗어난 게 일단 ‘살았다’는 느낌을 준다.

회사를 가지 않긴 하지만, 사실 일 자체는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퇴사와 동시에 변호사사무실을 개업했고, 그러자마자 법률상담이나 사건 수임 요청이 와서 부지런히 사건들을 검토하고 의뢰인도 만났다. 그 밖에도 유튜브를 하거나 글쓰기 수업을 하는 등 스스로 벌인 일들도 있다. 방송 출연이나 강연 제안 등도 생기니 ‘회사만’ 다닐 때보다 벌써 더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럼에도 내가 그 모든 걸 스스로 조율하며, 자율적으로 시간을 분배하고, 나의 리듬에 따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느끼게 된다.

회사를 다닐 때는 퇴사를 하는 것에 걱정과 두려움, 불안이 많았다. 매달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이 사라지면, 가정을 유지하며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하나 믿었던 건 스스로 최선을 다할 거라는 점이었다. 어쨌든 나는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거기에는 돈을 열심히 버는 것도 있지만, 내가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고, 보다 내 시간의 결을 잘 만지며 사는 것도 포함된다. 한 번뿐인 삶에 주어진 의무가 있다면, 역시 자기 삶을 사랑하라는 의무일 것이다. 나는 더 최선을 다해 나의 삶을 사랑해 볼 수 있는 실험이자 모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퇴사를 하면서 결심한 것 하나는, 회사를 다닐 때는 할 수 없었던 걸 해보자는 것이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보고, 변호사 일과 관련해서는 ‘국선 변호인’ 일을 해보는 게 그에 포함된다. 스스로 이름 붙이고 꾸민 법률사무소도 차려보고, 또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강연 활동도 그렇다. 평일에 아이랑 에버랜드 가기라든지, 아직 해가 떠 있을 때 아이를 하원시켜 같이 눈사람 만들기 같은 것도 있다. 그것들을 모두 해본 뒤, 다시 회사로 돌아갈지 아닐지를 또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한 번뿐인 삶에서, 한정된 시간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보는 실험을 부여받은 연구원 같다고 느낀다.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매일 줄어든다. 젊음도 매일같이 깎여 나간다. 줄어드는 그 재료들을 가지고서, 나의 삶이라는 작은 작품 하나를 어떻게 만들어볼지가 내게 주어진 의무 같은 것이다. 삶을 이리저리 만들어보고, 이렇게 저렇게 조립해 보면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할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때로는 두렵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게 삶의 여정 그 자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듯하다. 인간의 삶이란 모든 게 보장된 온실 속의 선인장처럼 사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루트로 자신의 발자국을 찍어가며 결국 자기답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 믿는다. 인생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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