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우리나라 첫 번째 특별귀화자로 5대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교수인 그는 한국형 구급차 개발과 대북 의료지원 등 다양한 업적을 이뤘다. 인기 TV프로그램과 광고에 출연해 일반인에게 친숙하다.
그는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달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 호남 출신 벽안의 한국인이 위기의 국민의힘을 구해낼 수 있을지 기대가 컸다. 많은 시민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거침없이 열변을 토하는 인 위원장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인으로서 ‘여과되지 않은 거친 입’이라는 비난이 잇따른다.
인 위원장은 인선 전에 진행돼 지난달 23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김기현 주호영 등 영남권 스타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 이야기를 두고 “농담이었다”며 발을 뺐다.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 물갈이 공천은 여권의 최대화두인 민감한 현안이다. 그런데도 ‘농담’ 운운해 지나치게 가볍게 대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의 관계도 말이 왔다갔다했다. “전화를 매일 하는 친한 사이”라고 발언한 후 ‘김한길 배후설’ 등이 제기되자 이내 “잘못된 보도”라며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달 초엔 ‘남자가 아닌 똑똑한 여성이 나라를 발전시켰다’고 언급하면서 남녀 갈라치기 논란이 일었다. 또 그는 “대통령 쪽의 신호가 왔다” “대통령은 나랏님”이라고 말하는 등 당정관계를 혁신 과제에서 배제한 모습을 보여 뒷말이 나왔다. 특히 최근 이준석 전 대표를 ‘준석이’라 칭하며 이 전 대표 부모를 거론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인 위원장은 지난 26일 충남에서 열린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에 참석해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으로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는 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준석이가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38)가 인 위원장(64)보다 어리지만, 집권여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을 부모까지 언급해 비판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이 전 대표가 “이를 패드립(패륜적 말장난)이라고 하는데, 패드립이 혁신인가”고 반발했다. 결국 인 위원장이 사과하면서 잇단 설화로 ‘영이 안 서는 혁신위’를 자초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 위원장이 지난 6월 계속된 말실수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