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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청년의 소리] 극명히 대비되는 운명에 대한 인간다운 대응

이윤영 ‘인디고잉’ 편집장

  • 이윤영 ‘인디고잉’ 편집장
  •  |   입력 : 2023-11-26 18:48:0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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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4일, 제18회 부산불꽃축제가 광안리에서 열렸다. 77만 명 정도가 모인 광안리 바닷가에는 1시간여 동안 8만 발의 불꽃이 쏘아 올려졌다. 광안리에 거주하고 있어 매년 불꽃축제를 멀리서나마 보았지만, 올해는 그럴 수가 없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상공에서 폭탄들이 밤낮 관계없이 쏟아져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을 텐데, 그저 불꽃을 즐기고 있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1755년,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리스본 상황을 두고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가 쓴 시 구절이 떠올랐다. “리스본은 폐허가 되었는데, 여기 파리에서 우리는 춤을 추네.” 있는 그대로 읽자면, 사실을 열거한 문장일 뿐이다. 리스본은 지진으로 폐허가 되었고, 그와 멀리 떨어진 파리는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니 일상을 이어갔을 뿐인 것이다. 그런데 볼테르가 이 문장을 쓴 까닭은 인간 된 도리에서 불편함과 죄책감,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그가 남긴 시 구절은 ‘과연 이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괜찮은가?’라는 인간적인 질문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 역시 그렇다. 축제를 즐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실이 괜찮은 것인지 불편한 마음이 든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한쪽의 섬광은 목숨을 앗아가고, 한쪽은 환호하며 손뼉을 치고 즐길 수 있다니,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해 봐야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두 나라의 관계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기 어려울 만큼 오래되었다. 단순하게 보자면 팔레스타인의 땅에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의 잘못이지만, 유대인들이 오랜 시간 받아온 핍박과 억압의 역사를 보자면 그들 역시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의 팔레스타인 이웃에게 보내는 편지’는 이스라엘 작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쓴 열 통의 편지와, 그 편지를 읽은 팔레스타인 독자들이 보낸 답장이 실려 있다. 그들은 서로를 ‘미래의 이웃’이라 부르며, 지금은 비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서 풀어보려고 노력한다. 또,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지만, 이 복잡하고 어려운 실타래를 풀면 분명 세계 전체에 커다란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팔레스타인인의 답장 중에 “우리의 고국을 지구라고 생각하자”는 부분이었다. 각자의 민족과 종교가 가진 이야기를 주장하며 서로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이 지구라는 땅이 오염되고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 역시 딸에게 팔레스타인인이 아니라 지구 부족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정체성이 반쪽짜리라면, 지구인이라는 정체성은 훨씬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서로의 전통과 문화를 인정하지만, 결국 지구의 소중한 땅을 지키기 위해서는 타협과 합의를 해야만 하지 않겠느냐며, 함께 공통의 서사를 찾자는 제안이었다.

불꽃축제가 불편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이토록 다른 운명에 처한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만 살아가기엔 우리는 연결되어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고, 공동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화려한 불꽃과 전쟁의 섬광을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 노력할 때 진정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것 아닐까.

전쟁이 일어난 지 48일 만에 나흘간 휴전을 선언했다. 휴전 후에도 더 치열한 전투를 할 것이라는 이스라엘 국방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잔인한 시간이 멈춘 것에 피란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폐허가 되었더라도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의 얼굴과 우리의 얼굴은 다를 것이 없다. 평화를 바라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인간의 얼굴.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이를 이웃이라고 부르고자 하는 마음, 그 이웃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손 내밀 수 있는 다정한 시도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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