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서 값싸고 튼튼하며 품질 좋은 선박을 개발함으로써 우리 조선산업은 경쟁력을 키웠다.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혁명 등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선산업의 경쟁력도 가격과 규모에서 고부가가치, 친환경, 스마트로 발전하고 있다. 산업 특성상 항상 위기와 기회가 반복됐으며 기회는 변화와 혁신을 동반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시대를 대변하는 핵심 역량이 있었고 지금은 탄소 제로와 자율운항 그리고 스마트 조선소가 조선산업을 대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조선산업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국내 수주잔량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인 3988만 CGT를 기록했다. 국제적인 친환경 이슈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시작된 변화는 선박의 저탄소·무탄소 연료 추진, 에너지 효율 증대, 자율운항, 스마트 조선소라는 새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조선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 수년 간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거친 우리 조선기업도 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 친화적 기술은 물론이고 AI, 빅데이터 등 첨단 ICT 기술을 융합하고 접목해 새로운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스마트 기술은 이제 우리 조선산업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잡았다.
암모니아, 메탄올 등 무탄소 연료 추진과 원격 운항, 자율 운항 기술은 실제 수주로 이어져 미래 조선산업에서의 우위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로봇 확대 적용, 디지털 트윈 등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생산 시스템으로의 전환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과거 메가 공법, 기가 공법이라는 생산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석권한 우리의 저력이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달 정부도 ‘K-조선 차세대 선도 전략‘에서 미래 초격차 기술선점, 제조 시스템 고도화 및 법·제도 인프라 정비라는 3대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조선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2028년까지 총 7100억 원을 투입하고 우리나라의 강점인 제조·IT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30년 기준 미래 선박수주 80%, 국산 기자재 90%, 종합 경쟁력 90점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미래 기술개발 및 실증, 인력 수급 문제, 중소 조선사의 고충 등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 한가운데서 숨 가쁘게 질주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주변 상황을 차분히 살펴볼 차례다. 새로운 기회를 발판으로 힘찬 도약을 준비하는 국내 조선사의 치열한 노력과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은 우리 조선산업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물론이고 유럽도 아직 건재한 조선산업의 강국이다. 이들 국가와의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핵심 기술과 중요 기자재·시스템의 많은 부분을 이들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제일의 수주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매 번 엎치락 뒤치락 하는 수치에 일희일비할 수는 없다. LNG 운반선의 압도적 수주량 이면에는 LNG 화물창 기술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지난 수 십년간 GTT사에게 척당 5%에 가까운 기술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기술 초격차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제는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초격차 기술은 무엇인가? 경쟁국에서 감히 넘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보적인 기술은 무엇이며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초격차 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시대를 선도하는 질문과 성찰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여 10년, 20년 후 우리의 조선산업이 다시 한 번 세계를 제패하고 있을 때, 그 때의 질문이 진정 우리에게 위대한 질문이었음을 반추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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