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  |   입력 : 2023-11-26 18:46:5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그리스어로 ‘처음’이라는 뜻을 가진 ‘arche’는 ‘일련의 사건의 시초’라는 개념으로 철학 용어로는 ‘원리(原理)’로 번역한다. 밤하늘 별들의 움직임과 정교하게 변하는 자연의 원리를 보면서 우주를 만든 시초에 의문을 품었던 인류는 기원신화에 신들의 창조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하지만 고고학과 지질학의 등장으로 신의 계시라고 신봉했던 최초의 역사는 수천 년 앞선 다른 문명들의 발견으로 여러 역사의 하나로 전락했다.

크베브리 안에서 숙성 중인 조지아 와인.
세계 최초의 기독교 공인 국가, 세계 최초의 와인 생산지로 ‘와인의 요람‘으로 불리는 조지아의 와인 양조 역사는 8000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도나무의 꽃가루와 포도 씨라는 고고학적 생물학적 증거를 분석해보면 포도가 최초로 재배된 시기는 기원전 6000년에서 4000년 사이다. 조지아에서는 기원전6000년의 유물로 추정되는 양조용 품종의 씨앗이 발견됐다. 포도 재배의 시작으로 신석기 시대에는 더 많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고 와인을 보관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도구인 토기가 등장했다. 점토로 그릇을 빚은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공기와의 접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목이 좁은 항아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초의 조지아 와인은 크베브리라는 레몬 모양의 대형 토기 항아리에 저장되었다. 보통 1~2t 정도의 크기인 크베브리는 ‘매장된 것’이라는 의미인 ‘크베우리(kveuri)’에서 유래되었으며 발효할 때 나는 열을 땅이 흡수해주기 때문에 자연적인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한번 땅 속에 묻으면 수백 년 간 그대로 쓸 수 있다.

조지아에서 크베브리는 와인 양조용 토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크베브리는 어머니의 자궁을 닮았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나는 새 생명처럼 포도는 크베브리 안에서 껍질과 함께 침용 되어 점차 호박색으로 변하며 더욱 풍부한 향과 맛이 더해진다. 실제로 조지아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갓 만든 와인을 크베브리에 채워 그 아이가 결혼하는 날까지 보관하기도 하고 사람이 죽으면 크베브리 안에 시신을 넣어 땅에 묻기도 했다. 어머니 품에서 더욱 성숙해지는 인간처럼 조지아 사람들에게 크베브리는 하나의 세계이며 삶의 처음과 끝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와인의 역사상 지금처럼 인간의 역할이 강조된 적은 없다. 자연의 산물인지 인간의 작품인지 알 수 없는 모순의 역사를 가진 와인이지만 결국은 수많은 선택이 낳은 결과물이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Hermann Hesse, Demian(1919)의 첫 구절처럼 ‘나’를 찾아가는 길은 기존 규범과 결별하는 곳에서 시작한다. 와인의 역사는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든 것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며 다양한 역사를 통해 바라보아야 하는 대상이다.

사람의 인생도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알에서 태어난 새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처럼 자기만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넓은 세계를 보아야 한다.

와인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신이 내린 선물이지만 사탄의 유혹이 되기도 한다. 예절과 교양의 상징이면서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병폐이기도 하다.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해로울 때도 있다. 가난한 사람도 부유한 권력층도 마실 수 있으며 싼 것도 있고 비싼 것도 있다. 이러한 복잡 미묘함 때문에 와인은 매력적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5. 5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6. 683%가 위장전입…민간아파트 부정청약 5년간 1699건 적발
  7. 7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8. 8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9. 9‘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83%가 위장전입…민간아파트 부정청약 5년간 1699건 적발
  3. 3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5. 5[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6. 6"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7. 7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8. 8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9. 9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10. 10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3. 3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4. 4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5. 5‘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6. 6[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7. 7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8. 8“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9. 9[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10. 10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3. 3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4. 4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7. 7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8. 8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9. 9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10. 10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